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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정 Oct 07. 2021

타이베이 디자인그룹 Onion Design

통통튀는 작업이 매력 


오늘 소개할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는 Onion Design Associates입니다. 양파 디자인 스튜디오라니, 이름만으로 굉장히 매력적이지요? 어니언 디자인 스튜디오는 현재 타이베이를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이름만큼이나 통통튀는 그들의 작업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통통튀는 음반작업



일단 이들은 음반작업을 굉장히 많이하는 편입니다. 고풍스러운 실내음악제부터 시작해서 락밴드축제까지 다양한 음악관련 작업을 맡아하고 있지요. 타이베이 음악계에서 좋은 작업으로 입소문이 나다보니 앨범아트워크 작업 역시 활발하게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이 작업한 Muddy Basin Ramblers라는 타이베이 출신의 밴드의 음반디자인은 제 57회 그래미상 최우스 음반 디자인상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번 그럼 이 작품부터 먼저 살펴봅시다.


The Muddy Basin Ramblers - Formosa Medicine Show-1




음반을 살펴보기에 앞서 Muddy Basin Ramblers밴드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이들은 재즈와블루스 같은 오래된 1920년대의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입니다. 이러한 밴드이 특수성덕분에 앨범디자인 역시 재미나게 나올수 있었는데요, 일단 1920년대는 대만이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봅시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시대를 언급조차 꺼리는 반면 비교적 한국보다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있는 대만사람들은 일본식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 앨범은 1920년대 일본풍의 대만식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한 작품인데요, 마치 옛판화로 그린 것 같은 빈티지한 일러스트와 경성제국시대느낌의 신문편집 레이아웃을 그대로 가사집에 갖고왔습니다. Formosa(포르모사)는 대만을 가리키고요, Medicine Show라는 타이틀에 착안하여 해부 일러스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당시 서양과 일본, 중국의 전통문화가 혼재되었던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디자인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퓨처리즘과 도교가 만났을때





통통튀는 앨범자켓 디자인으론 Hold That Tiger라는 작품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역시 Muddy Basin Ramblers밴드의 앨범인데요, 이 앨범에서는 스윙재즈, 블루스 뿐 아니라 대만 전통 사찰 음악부터 일본 엔카, 아일랜드 민속음악, 심지어 대만 힙합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노래가사는 민속 종교와 아시아 이민지, 1950년대 공상과학,UFO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혼합되어 있는데요, 앨범을 받아들고 멘붕에 빠진 어니언 디자인 스튜디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네요. 그러나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앨범 역시 어니언 디자인 스튜디오는 자신들이 색깔을 담아 독창적으로 구현해냅니다.





일단 앨범커버부터 한번 감상해볼까요? 분명 이미지는 도교의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호랑이를 탄 신선모습인데요, 4D안경을 끼고 우주선 복장을 하고 있는게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거기에 호랑이와 태극도, 궤 등 다양한 도교문양들이 장식되어 있으면서 구석구석에는 UFO와 송전탑도 보이네요. 그 와중에 CD는 마치 주역책에서나 볼법한 점괘도의 형상을 갖고있네요. 중국의 전통민속종교와 퓨처리즘(Futurism)의 이미지가 결합되었을때의 양상이 이런걸까 싶습니다. 패키지 내부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일단 CD를 감싸는 슬리브부터가 무척이나 인상적인데요, 노란 종이로 꽁꽁 포장되어 있는 이 슬리브는 일반적인 종이 슬리브와는 너무도 다른 모양입니다. 종이를 풀면 마치 한장의 부적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는데요, 이런 특별한 종이접기의 기법은 대만 전통 부적의 형태에서 갖고왔다고 합니다. 가사집은 영어와 중국어 두가지 언어로 인쇄되었는데요, 도교 서적이나 부적에서 볼 법한 문자와 그림들이 빼곡히 장식되어 있습니다. 수록곡뿐 아니라 디자인 역시 특별한 앨범입니다.







산수화와 가수의 만남




《深圳特区成立三十五周年》


이렇게 통통 튀는 작업들뿐 아니라 어니언 스튜디오는 꽤 무게있는 느낌의 작업들 역시 능수능란합니다. 같은 앨범자켓 디자인이지만 밑의 앨범은 정적이고 차분하며 고급스럽습니다. 펑라이의 《봉래에서》라는 앨범인데요, 봉래는 중국전통설화에서 신선들이 사는 섬(봉래도)을 일컫습니다. 이에 착안하여 어니언 스튜디오는 마치 산수화를 연상케하는 그래픽 이미지로 앨범일러스트를 만들었는데요, 내지를 보면 펑라이의 손과 신체가 억지로 늘여져 산의 형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체를 변형하는건 다소 기괴할법 한데, 이 작업들은 펑라이와 산이 혼연일체가 된 이미지로 음악을 통한 황홀경이란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쇄와 서양인쇄의 만남



Created for the exhibition “Book of Time"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어니언 스튜디오의 “Book of Time”이라는 전시작업이 최근까지 이들의 혼신을 다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인쇄의 역사를 바꾼 두 인물에 대해 다룬 포스터인데요, 서양에서는 인쇄술의 아버지를 구텐베르크로 여기고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1045년경 인쇄업자인 필승(畢昇, Bi Sheng)이 최초이 인새술을 발명했다고 보고있습니다. 어니언 스튜디오는 이러한 서양과 동양의 관점을 존중하여 동서양이 조화된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영문으로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짧은 전기가 담겨있으며 중국어로는 송나라 심괄의 저서인 몽계필담(夢溪筆談)가 발췌되어 쓰여있습니다. 실제로 이 작업을 위해 어니언 스튜디오는 활판공방에 가서 실제로 납을 떠 활판을 제작하고 그림과 문자를 새겨넣었습니다. 디자인의 완성도뿐 아니라 스튜디오의 정성어린 열정까지 빛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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