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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n 27. 2021

연애와 결혼

사랑학개론

                                            

  '젊은이여 결혼의 세계로 오라. 연애와는 전혀 색다른 맛이에요' 꽤 오래 전의 커피 광고를 패러디한 말이다. 새로 출시한 커피는 이전 커피와는 전혀 다른 맛이라는 커피 광고를 '연애와 결혼'과 연결시켜 재미있게 패러디했다. 사실 연애와 결혼은 차원이 다르다. 차원이 다르다고 하면 흔히 격차가 많이 난다는 정도로 생각하기 쉬우나 평면이 2차원이고 입체가 3차원인 것처럼 정말 차원이 다를 정도의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처녀 총각 때, 사랑하면 같이 있고 싶어 지고, 만났다 헤어지기 싫어진다. 그래서 같이 살고 싶어 진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동거와 별 다르지 않다. 그런데 결혼은 계약관계이고 일종의 울타리 속으로 가두는 규범의 역할을 한다. 이런 구속의 규범이 있기에 남자들은 결혼 전 마지막 자유의 몸을 누리기 위해 친구들끼리 총각파티를 하기도 한다. 결혼은 단순한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며 혈육 관계인 2세를 탄생시킨다. 


  신혼 초에 가장 좋은 것은 '헤어짐'이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만났다 헤어질 때가 싫었고, 중간에서 같이 뒤돌아선 경우에는 혼자 길을 가야 했으나 결혼 후에는 그런 것이 없다. 바깥에서 놀다가 같이 집으로 들어간다. 이런 좋은 점이 있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성격과 생각이 달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자기주장을 심하게 하여 부부싸움도 한다. 주례사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사랑하라는 얘기는 들었어도 그 말을 들을 때는 그런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될 뜨거움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주례사의 말이 실제로 필요하지만 그 주례사는 생각나지도 않는다. 


  연애시절에는 어떤 일이 '토라짐' 정도로 가벼웠다면, 결혼 후에는 같은 일이 큰 사건이 된다. 아옹다옹 즐겁게 사는 순간에서도 돌발적인 일이 발생되는 것이 결혼 생활이다. 감자 먹는 얘기는 많이 알려진 얘기다. '아내가 감자를 삶아 설탕과 함께 가져왔다. 남편은 감자 먹는 데 무슨 설탕이냐고 웃었다. 아내는 그 웃음이 비웃음으로 들리며 의아해했다. 그럼 감자를 먹는데 무얼 찍어먹냐고 말했다. 남편은 소금을 찍어 먹어야지 어찌 설탕을 찍어먹냐며 소금을 달라했다. 아내는 기분이 조금 상하여 소금을 툭 던졌다. 그 모습에 남편도 기분이 조금 상했다. 그 상태에서 감자가 맛있을 리도 없고 피차 좋은 말이 나올 수는 없다. 급기야는 당신 집안은 이상하다. 어찌 감자를 설탕에 찍어먹냐고. 상대 또한 말한다. 당신네 집안이 진짜 이상하다.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는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이렇게 감자로 인해 집안 간의 자존심을 건 부부싸움을 하고. 분이 풀리지 않은 두 사람은 서로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며 병원 정신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 왈, '두 사람이 진짜 이상합니다. 나는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약간은 과장되고 우스운 말이지만 연애 때는 아무 사건도 아닐 것이 결혼이 되면 이렇게 큰 사건으로 바뀐다. 결혼 전 자신의 집안에서 생활했던 그것이 정답이고, 그게 아니면 틀린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데 말이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랑이요, 이루어지면 삶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 사랑'하고 있지만 가만 보면 이루어지기 전의 일이다.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이루어졌다면 그건 삶이다. 쓰고 단 일 다 있는 삶. 그것을 결혼 생활이라 한다. 결혼의 환상을 가진 사람이 꽤 있다. 요즘은 살아보다 아니면 헤어지는 커플도 많다. 조금씩 양보하며 맞추어 가는 것이 결혼인데, 결혼을 연애처럼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결혼할 때에 서약을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난하거나 병들 때에도 변치 않고 사랑하겠습니까?" 아주 쉽게 대답한다 "네"라고. 서약, 단순한 표현이고 형식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무한의 책임이 있는 실로 무겁디 무거운, 어찌 보면 올무와도 같은 것이다. 운율에, 말하기 쉽다고 그냥 쉽게 넘어갈 단어들이 결코 아니다. 기쁠 때... 는 쉽게 할 수 있어도, 슬플 때도 조금은 쉽게 할 수 있어도, 가난해도... 그래도 할 수 있어도, 병들 때... 는 참 하기 어려운 고난과 역경의 길이다. 결혼은 책임이 포함되어 있다. 결혼은 희생도 포함되어 있다.  "네".... 쉽지만 정말 어려운 대답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한다. 결혼은 정말 연애와 전혀 다른 세계이고 전혀 색다른 맛이다. 결혼을 경험해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 '할 수만 있다면 연애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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