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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l 05. 2021

사랑은 아픔, 사랑은 구속

사랑학개론

'사랑'하면 떠 오르는 단어가 참 많다. 설렘, 기다림, 두근거림, 짜릿함, 그리움, 무지개, 행복, 아름다움, 봄날, 뒤척거림, 산만함, 멍함, 두려움, 불안, 미래, 분홍빛, 스킨십, 가슴 벅참, 예쁘 짐, 거울, 창밖, 키재기, 토라짐, 슬픔, 백일, 이벤트, 하트 등등.... 수없이 많은 단어들이 있다. 단어만큼이나 넓고도 깊은 사연들이 있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좋고 긍정적인 것이 많이 생각나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안타깝고 힘든 것이 많은 것 또한 사랑이다. 사랑과 관련되는 단어 중에 빠질 수 없는 말이 바로 '아픔'이다. 아픔 없이는 사랑이 있을 수 없다. 아픔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며, 사랑에는 반드시 아픔이 따른다.


  사랑하는데 왜 아플까. 상대가 그리워서 그렇다. 그리워서 함께 있고 싶으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기에 그렇다.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해도 내 주변 환경이나 상대방 또는 상대방의 환경으로 인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으나 이런저런 환경으로 만날 수 있는 여건이 아닐 때 참을 수밖에 없다. 그리움을 참을 때 참 많이 아프다.


  상대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참 아프다. 서로를 생각하는 리듬과 강도가 꼭 같을 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상대는 무덤덤한데 나 혼자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고, 상대는 천천히 사랑이 쌓여가는 반면 나 혼자 먼저 마음이 타오르는 경우도 있다. 상대의 나를 향한 그리움이 클 땐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더 클 때, 내가 바라는 것들이 저만치 머물고 있을 때 참 많이 아프다.


  이별을 전제로 한 사랑은 없다. 하지만 이루어지는 사랑도 적다.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들을 두고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에로스 사랑에서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결혼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랑한다고 모두 결혼하는 것은 아니니 그러고 보면 사랑은 이별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별을 맛볼 수밖에 없다. 이별을 할 땐 참 많이 아프다. 어떤 이는 쉽게 이별을 하고, 어떤 이는 이별을 두려워한다. 이별의 횟수가 많으면 아픔의 감각도 둔해지기에 쉽게 이별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별의 아픔을 알기에 이별을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아프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별은 아픔이다. 사랑은 이별을 전제로 한다. 사랑은 본래 아픈 것이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 이것은 진리다. 사랑하고 있을 때는 사랑은 주고 또 주는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랑을 주고, 또 주어도 내게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 그 사랑은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이 끝이 보인다기보다는 주는 이가 지쳐서 사랑을 포기하고 싶어 진다. 에로스 사랑은 교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주고받는다는 것이 진리다.


 에로스 사랑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욕심이다. 받기 위해서 주고, 누가 많이 주나 키 재기를 한다. 욕심이 지나치면 소유욕이 되고, 급기야 뉴스에 나는 일까지 생긴다. 소유욕, 다 갖고 싶어 하는 욕심이다. 나만 바라봐줘야 하고 나에게만 해 주어야 한다. 눈 빛 하나, 자판기 커피 하나라도 다른 이에게 간 것을 알면 서운해하고 바가지를 긁기 시작한다.


 연인 사이에서의 바가지는 긁는 형이 대표적이다. 따지고 묻고 사과는 물론 재발 방지책까지 내어 놓으라 한다. 이 경우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말을 한다. 그래서 잘못된 것은 고칠 수도 있고, 오해가 있으면 풀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자포자기형이 있다. 상대에게 서운한 것을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고 그냥 속으로 껴안으며 잠수 타는 형이다. 이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대략 난감형이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자신이 추리하여 달래주어야 한다. 추리를 잘 못하면 그것까지도 혼 나는 형.


 나에게는 욕심이고 소유욕이지만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구속이다. 구속에도 상대의 소유욕에 의한 구속도 있지만 상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울타리를 치는 셀프 구속도 있다. 소유욕에 의한 구속은 지정해 주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셀프 구속은 그것 마저도 없다. 셀프 구속의 특징은 너무 가변적이다.


 사랑보다 더한 구속은 결혼이다. 윤리, 도덕은 물론이고 법률로 개인의 행동 범위를 강제해 둔다. 결혼을 하는 순간 자유가 박탈된  감옥의 울타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카드 사용, 월급 관리는 물론이고, 좋아하던 낚시도 회수 제한을 받으며, 여사친 남사친 구별 않고 만나던 것도 자제해야 하며,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이나 머리도 간섭을 받아야 한다. 배우자라는 간수로부터.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으로 인해 너만 생각하는 것이 아름다운 구속이라 했다. 맞다. 사랑은 아름다운 구속이다. 그런데 구속이 정말로, 또 언제까지나 아름다울까. 그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을 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은 불로 뛰어들어가는 불나방 같다. 사랑은 그런 매력과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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