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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l 04. 2021

안녕이라는 단어

사랑학개론

                                                                                                                                                                            015B가 부른 '이젠 안녕'이란 노래가 있다. 2집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 될 거라고 해서 부른 노래라고 한다. 친한 사이에 만나거나 헤어질 때 말하는 '안녕'이라는 단어는 한자어이다. 한자로는 安寧이라고 쓴다. 편안할 안, 편안할 녕. 인사말로 사용되는 이 말 자체는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이란 뜻이다. 만날 때의 안녕은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냐'는 말이고, 헤어질 때의 안녕은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라'는 말이리라. 만남과 이별의 의미가 다 담긴 말. 안녕.


'어떠한 만남도 영원할 수가 없고, 어떠한 헤어짐도 결코 끝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생명이 유한한 이상 영원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헤어짐이란 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한다는 말은 이전부터 있었는데,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훗날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에 나온 말이리라.


'헤어지다', '갈라서다' 등은 순 우리말이지만, 헤어짐을 뜻하는 한자어는 매우 많고 그 의미도 각기 다르다. 

앞서 말한 '안녕'은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이란 뜻이다. 헤어지면서 '안녕'보다 더 좋은 인사말은 어디 있을까. 상대를 축복하는 헤어짐,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절교(絶交)는 '사귀어 오던 교제를 끊음'이라는 말이다. 붙는 것은 더디지만 끊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별(別)'이 들어가는 한자말. 헤어짐의 의미로 쉽게 듣는 말은 역시 '이별'이다. '서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서로 갈리어 떨어짐'을 뜻한다. 다분히 하드웨어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이라는 것은 '본다'는 뜻의 하드웨어적인 만남도 있지만 '교류'를 뜻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만남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섬'의 '별리(別離)'가 헤어짐에 더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사적으론 관계를 끊어도 공적으로 보는 경우는 허다하니 말이다.


헤어짐 중에 '석별(惜別)'이라는 단어가 있다. 슬프고 안타깝고 애석하게 이별한다는 뜻이다. 아쉬운 이별을 하는 경우도 참 많다. '날이 밝으면 멀리 떠날 사랑하는 님과 함께 마지막 정을 나누노라면 기쁨보다 슬픔이 앞서 떠나갈 사 이별이란 야속하기 짝이 없고, 기다릴 사 적막함이란 애닳기가  한이 없네' '석별의 정'이다. 야속한 것은 이별이요, 기다림이란 고요하고 쓸쓸할 수밖에 없으리라. 못내 아쉬운 이별이 바로 '석별'이다.


'작별(作別)'이라는 단어도 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이란 뜻이다. 비슷한 단어로 '고별(告別)'이라는 단어가 있다. '헤어지면서 이별을 알리다'는 말이다. 이임을 하거나 보낼 때 같이 지내던 사람들에게 고별사를 한다. 작별함을 알리는 것이다. '송별(送別)'은 이별에 '보내다'는 말이 추가된다. 그냥 이별하여 보내기 섭섭하여 송별주를 마시고, 송별회로 모임을 하고 송별식으로 매듭을 짓는다. 결별(訣別)도 있다. 訣(결)은 '이별할 결'이다. '교제나 인연 따위를 아주 끊음', '다시 만날 기약이 없이 헤어짐'을 뜻한다. 연예인들 기사에서 많이 접하는 말이다. 


사별(死別)은 '한쪽이 죽어서 서로 이별하게 됨'을 말한다. 같은 발음의 사별(辭別)은 '만나서 인사를 하고 헤어짐'을 말한다. 상별(相別)이란 단어도 있다.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섬'을 의미한다. 한별(恨別)은 '이별을 한스러워함'을 말한다. 이별이 얼마나 안타깝기에 마음에 한이 맺힐까. 원별(怨別)은 '이별을 원통히 여김'을 말한다. 한별이나 원별이나 가슴 아픈 얘기다. 같은 발음의 원별(遠別)은 '서로 멀리 이별함'을 말한다. 애별(愛別)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함'을 뜻한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이별할 때 쓰는 다른 말이 있나 싶다. 애별(哀別)은 '슬프게 이별함'을 말하는데, 슬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으랴. 


구별(久別)은 '오랜 이별'을 뜻하고, 야별(夜別)은 '밤에 이별함'을 말한다. 영별(永別)은 '영원히 헤어져 다시는 만나지 못함'을 말한다. 순간순간은 다시 만나지 못하는 영별이다. 지금 이 순간도 그러하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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