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태화 Jul 05. 2021

사랑할 때 하는 말, 헤어질 때 하는 말

사랑학개론

'사랑할 땐 못하는 말이 없다. 헤어질 땐 진짜 못하는 말이 없다.' 


사랑을 속삭일 땐 여러 다정 다감한 사랑의 말들이 쉬임 없이 나온다. 시나 소설 혹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고 그동안 축척된 문학적 소질을 총동원하기도 한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따뜻한 사랑의 말들이 나오는 것이 사랑하고 있을 때의 일반적인 정서이다. 상대에 대해 갖고 있는 애틋한 감정을 미사여구로 전달되는 것이다. 미사여구뿐이랴.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담아 드리리'라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는 말까지 한다. 사랑할 땐 못하는 말이 없다. 


  하지만 헤어질 때는 진짜 못하는 말이 없다. 각종 저주 섞인, 자신의 밑천을 다 들어낼 정도의 거칠고 험한 말들이 숨김없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 사랑을 전하던 사람의 입에서 어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 사람이 맞나 의심할 정도의 말들도 나온다. 그동안 쏟은 정에 대한 배신의 감정이 분노로 폭발하기 때문이리라. 


  헤어질 때 나오는 저주의 말들 중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조금 우스운 말이 있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말은 헤어지는 마당에 상대를 향해 욕하듯 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상대를 축복하는 말이다. 이 말할 때의 억양이 문제이긴 하지만, 내용면에서만 본다면 이 보다 더 축복하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고선 헤어지는 마당에 상대를 축복하며 아름답게 헤어진다거나, 헤어지는 날 평소와 같이 사랑을 속삭이다 내일 또 만날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별을 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아름다운 이별이 아니면 이별을 고하는 상대에 대해 저주 섞인 말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나 할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미안한 표정으로 조용히 '이제 그만 만나자',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자'며 이별을 선언하는 경우,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많이 아프다. 이 말을 하는 사람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 말을 듣는 이가, 수용할 수밖에 없기에 조금 더 아프겠지만. 처음부터 수용을 할 경우 분노 표출도 못하고 혼자서 많이 아파할 거다. 차라리 양쪽이 트러블이 생겨 같이 언쟁을 하며 서로를 저주하며 헤어지는 것이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쉽게 잊을 수 있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또 만날지 모른다. 애틋하게 아쉽게 그리움 가득한 채로 헤어진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내 편이 되어 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헤어질 때 좋게 헤어져야 한다. 헤어질 때, '사랑해'로 헤어진다면 참 좋겠다.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의 가사처럼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헤어져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전 15화 사랑의 반대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