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반대말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 '무관심'이라는 것을.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이 말은 1979년 테레사 수녀가 노벨평화상을 받고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무관심'은 가난하고 배고프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어라는 차원 높은 의미의 사랑의 반대말이다. 같은 차원에서 '게으름'도 있다. 게으르면 자신도 타인도 사랑할 수가 없다.
에로스 사랑에서 사랑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무관심'은 에로스 사랑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말이다. 연인이었다가 헤어져서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자연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되겠지만, 헤어져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에 대해 변함없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상대가 원했던 것, 좋아했던 것들이 눈과 귀에 들어온다. 역시나 사랑은 '관심'이고,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증오', '미움'은 사랑의 반대말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감정적인 측면에서 본, 에로스 사랑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다. 특별히 '착취'라는 단어도 나온다. '끊임없이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의 대응으로 '끝도 없이 가져오는 것'이란 의미에서 나온 단어 이리라. '이별'도 있고 '사랑했었다'라고 답하는 이도 있다. 이는 시간적인 개념에서 나온 말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사랑이다'라는 책도 있는데,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름 주장하는 바는 있을듯하다.
에로스 사랑에서, 가슴에 와닿는 사랑의 반대말은 바로 '아픔'이다. 달콤했던 사랑의 순간들에 대한 보상으로 겪어야 하는 것이 '아픔'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지만 헤어지는' 소설 같은 아름다운 이별의 경우다. 이별을 먼저 제의한 사람도, 그 이별에 동의한 사람도 꽤나 오래 갖고 가야 할 사랑의 상처이다. 사별의 경우라면 세월이 치료해 줄, 단기간에 낫지 않을 마음의 상처다. 사랑으로 잠 못 드는 밤이 있었다면 아픔으로 잠 못 드는 밤도 분명 있으리라.
장은숙이 부른 '사랑'이란 노랫말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보고파하는 그 마음을 그리움이라 하면
잊고자 하는 그 마음은 사랑이라 말하리
보통은, 보고파하는 마음을 사랑이라 하는데, 이 작사가는 잊고자 하는 마음을 사랑이라 했다. 헤어져 아픈 가슴을 지닌, 사랑하기에 잊을 수 없지만 잊어야 하기에 잊으려고 노력하는 그 애끓는 아픈 마음을 사랑이라 표현했다. 사랑의 반대가 아픔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가 아픔이라고. 사랑은 달콤하고 씁쓸한 것. 그래서 사랑의 반대말은 사랑인가.
사랑의 반대말은 너무 많다. 그래서 정답이 없다. '사랑의 반대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느낀 그것이 바로 정답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