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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n 30. 2021

과거는 흘러갔다

사랑학개론

   아가페 사랑과 달리 에로스 사랑은 영원하지 못하다.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은 그렇다. 그것을 에로스 사랑이라 한다. 결혼이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사이라 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해어지는 마당에 그냥 에로스 사랑에서 영원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고등동물일수록 감정의 변화가 미묘함에 참 놀랍다. '동물의 왕국'에서 연애하다 헤어졌다는 말, 사랑 때문에 죽었다는 말, 애인 따라 죽었다는 말, 이혼했다는 말을 들어보질 못했으니 말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면 그를 잊지 못해 자신도 삶을 버리는 경우가 있다. 실제 뉴스에서도 이런 기사는 가끔씩 나온다. 옳은 판단은 아니지만 평생을 같이 살아온 노부부의 경우,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해 상실감이 생기고 살 만큼 살았다는 생각으로 얼마 후 세상을 떠나는 경우는 이해는 되지만, 미혼의 경우에도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다. 과연 '사랑 없인 난 못 살아'서 일까. 다시 사랑을 찾으면 될 건데 사랑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단정한 까닭일까. 아니면 오직 한 사람에게만 필이 꽂혀 '다른 사랑이 찾아오면 다른 길로 가리라'라고 생각해서일까. 이런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깝다. 사랑보다 더 귀중한 것은 생명이다. 생명 때문에 사랑을 버릴 수는 있어도 사랑 때문에 생명을 버릴 수는 없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나'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닌 것을....


  깊이, 많이 사랑했다가 헤어짐을 경험한 후 한동안은 내 마음에 다른 사랑이 들어올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신은 우리에게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았다. 시간, 세월이라는 약으로 인해 조금씩 과거는 잊히고 새로운 사랑이 마음 한 구석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진실을 알게 되면 점차 많은 부분이 그 사랑으로 채워지게 된다. 물론 과거 사랑의 추억은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사랑은 이성으로 눌린 채  지내게 된다. 자신만의 비밀로 말이다. 순정 만화 같이 첫사랑이 결혼으로 가는 확률은 1%라고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가 있었다. 그러면 99%는 지금의 상대를 만나기 전에 다른 연애 상대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남자는 이 여자가 나의 첫 여자이길 원하고, 여자는 이 남자가 나의 마지막 남자이길 원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보면 남자는 꿈속의 생각을 하는 반면 여자는 아주 현실적으로 현상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자는 아주 지혜롭다. 뿐만 아니다. 남자는 현재와 첫사랑의 여자가 마음속에서 공존하는 반면, 여자는 첫사랑은 마음속에 묻어두고 현재에 충실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남녀는 뇌의 구조가 다름이 확실하다. 남자는 순하고 여자는 독하며, 남자는 감성적이고 여자는 현실적이라고 하면 남성 여성 모두한테 비난을 받으려나?


  새로운 사랑에 충실하는 방법, '과거는 흘러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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