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사랑은 철학적 의미로 아가페, 에로스, 에피투미아 등으로 나누고는 있지만, 사랑의 정의와 표현도 상황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사람에 따라 각각 달리하는, 마치 카멜레온과 같이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단어다.
이성 간의 사랑은 에로스이다. 단어 자체를 보면 듣기 좋고 낭만이 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에로스는 충동적인 성애의 쾌락을 말한다. 성애는 남녀 간의 성적 본능에 의한 애욕을 뜻하며 애욕은 애정에 대한 욕심을 뜻한다. 단어 자체에도 있듯이 에로스는 욕심이 자리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요구하게 되고 그 요구에 만족되지 않으면 각자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에로스에서는 진리다. 주는 것만큼 받고자 하는 것이 에로스적 사랑이다. 주기만 주고 받지 못하면, 상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욕심이다. 에로스적 사랑 자체가 욕심을 전제로 한 것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좋아한다'는 말 대신에 '사랑한다'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으나 실상은 의미를 잘 못 알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했다. 흔히 말하는 남녀 간의 에로스적 사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의미로만 보면 아가페 쪽이 더 가깝다. 아가페는 무조건적인 절대적인 사랑이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등을 일컫는 희생적 사랑을 말한다.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
사랑은 곧 희생이다. 희생은 크기에 상관없이 베푼다는 말이다. 누구는 크게, 누구는 작게, 누구는 몸으로, 누구는 재능으로, 누구는 금전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 놓는다. 마시고 즐길 시간을 내어 사랑을 실천하는 이도 있고, tv 보며 편히 쉴 시간에도 나 보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이도 있다. 사랑의 실천이 말처럼 쉽지 않다. 희생의 마음이 없으면 억만금을 주어도 절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에로스적 사랑도 희생이 있어야 진정한 것이다. 가진 것을 내어 놓는 것은 물론 배려, 양보, 솔선수범 이런 것도 조그마한 자기희생이며 사랑의 실천이다.
사랑을 가진이는 힘든 곳에 처해 있어도 빗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마음의 여유와 풍요로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