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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n 29. 2021

사랑은 씁쓸하고 달콤한 것

사랑학개론

   사랑은 감미롭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만큼 달콤한 것은 없다. 1996년에 제작된 천커신(陳可辛;진가신) 감독의 홍콩 영화 '첨밀밀(甛蜜蜜)'은 '꿀처럼 달콤하다'라는 뜻이다. 거기에서도 남녀의 달콤한 사랑을 그렸다. 사랑은 그렇다. 무엇을 해도 즐겁고 달콤하다. 달콤한 것이 없다면 사랑이 아니다. 오감이 어떻게 작용하기에 달콤하다고 느낄까. 일반적인 달콤함은 미각의 감각인데 이 사랑의 달콤함은 오감이 아닌 뇌에서 느끼는 또 다른 감각 기관이 작동함이 틀림없다. 이게 사랑의 매력이자 마력이다.


  그런데, 청춘 남녀의 에로스 사랑은 이런 달콤함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달콤함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아직 초보 수준의 사랑이다. 사랑도 분명 업그레이드가 있다. 스무스한 곡선으로 사랑이 발전되어간다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자세히 보면 택시 미터요금 올라가듯 발전의 단계가 분명 존재한다.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발전한다는 말이다. 그 업그레이드의 계기가 씁쓸함이다. 두 사람의 사이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의견 충돌로 다투기도 하고 서로의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토라지기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해 간다. 에로스 사랑에는 이런 이해해 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본능적인 감정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체가 어찌 보면 기이한 현상이다. 성격이나 취미 등의 공통분모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 자신과 꼭 같은 성격과 취미와 생활 리듬을 가진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에 자신의 성격과 고집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히고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다가 상대를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친밀해지면 서서히 자신의 성격과 고집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서로 고집을 들어내면 충돌은 피할 수 없는 법. 의견이 맞지 않으면 한 사람이 토라져 가버린다.  


  시내버스 승강장 벽에 기대어 멀어져 가는 버스를 바라보면 참 쓸쓸하다. 그러면서 냉각기가 찾아온다. 그때의 사랑은 정말 씁쓸하다. 얼마 전까지의 달콤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동안 세상에는 씁쓸함 만이 가득하다. 지는 해를 봐도 슬프고, 새가 울어도 슬프다. 떨어지는 비는 마치 자신을 위로하는 듯하다. 세상은 이전처럼 아름다운 무지개가 아니다. 방에 앉아 상대를 그려본다.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면 영원히 멀어져 갈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래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고 화해의 손길이 오길 기다린다. 그러다 한쪽에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달콤함으로 들어간다. 달콤은 하지만 분명 그 맛에는 차이가 있다. 씁쓸함과 달콤함의 교차, 이게 사랑의 업그레이드이다.


  진짜 씁쓸함은 이별이다. 사랑의 열병을 앓으면 잠 못 이뤄 뒤척이는 밤이 많다.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런 사랑의 열병과 같은 아픔이 이별 때도 찾아온다. 이별의 아픔은 사랑의 열병보다 더 아프다. 이별의 이유를 불문하고 이별을 선언한 시람이건 그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이건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이별의 아픔이 무뎌질 무렵, 달콤했던 지난 그 사랑을 생각하면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와 같이 나누었던 사랑의 장소를 둘러보면 지금도 변함없이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를 스치는 것 같아 돌아 보건만 주위의 모습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오직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땐 여기서 헤어짐 없이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속삭였는데 그것은 지나간 추억 일 뿐 지금은 나 혼자라는 것이 현실임을 알게 될 땐 한없이 씁쓸하다. 저 멀리 예전의 자신들과 같은 모습의 커플을 발견하게 되면 더 씁쓸하다. 나도 예전엔 저랬었는데.... 사랑은 달콤하지만 그 뒷맛은 씁쓸함이란 것을 체험하게 된다.


  길옥윤이 작사 작곡하고 패티김이 부른 노래 중에 '사랑이란 두 글자'라는 노래가 있다. 7080 세대보다 더 오래된 노래다. 사랑에 대해 서로 상반된 단어를 나열하여 의미를 강조하는 대조법을 사용한 가사.

사랑이란 두 글자는 외롭고 흐뭇하고 / 슬프고 행복하고 /  씁쓸하고 달콤하고 /  차갑고 따뜻하고 /  쓸쓸하고 화려하고 /  길고도 짧은 얘기


  가사처럼 사랑은 상반된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사랑은 역시 씁쓸하고 달콤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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