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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l 06. 2021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사랑이라 한다

사랑학개론

 과거 유신 시절 때의 금지곡 중에 양희은이 부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들어있었다. 금지의 이유가 재미있다. 사랑이 왜 이루어질 수 없냐. 가사가  '비관적'이다. 그래서 금지야.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그때 그 시절의 금지 이유들 중 하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문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에로스 사랑의 측면에서 감성적으로 접근해 보면 틀린 말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이루어지면 삶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랑이다'이기 때문이다. 즉,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두고 사랑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금지곡으로  지정할 때도 이렇게 감성적으로 접근하여 사랑의 정의가 틀렸기에 금지곡으로 지정한다고 했다면 좀 더 멋있게 보이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두고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삶은 사랑과 확실히 다르다. 사랑은 희망이 있고 설레고 아름답고 좋은 것만 있고 행복하고 항상 구름 위에서 무지개만 보이지만 삶은 많이 다르다. 물론 사랑과 삶은 많은 부분이 겹치지상반되는 것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 사랑할 때는 난방도 안된 단칸방에서 문식이의 얼굴만 보고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며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문식이에게로 시집 가버린 딸은, 나중 단칸방에서 문식이의 얼굴만 봐서는 춥고 배고픔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되고, 그렇게 해서는 생존의 위협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큰소리친 죄로 인해 부모껜 손을 내밀지 못하고 힘든 일을 하며 지내고, 그것을 아는 친정엄마는 아빠 몰래 봉투를 내밀게 된다. 영화 같지만 이것이 삶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삶은 이렇다. 사랑은 꿈이고 이상인 반면 삶은 현실이다. 사랑은 삶의 영역에 가지 못한다. 사랑은 삶을 모른다. 그래서 마냥 문식이의 얼굴을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만을 상상한다. 사랑은 거기까지만이다.


결별한  사람들, 어려움을 모르는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했던 그때를 기억하고 회상한다. 따뜻했던 그때만을 생각하고 행복해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사랑은 이렇게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좋은 것만 생각하고 아름다운 추억만 되살린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결혼 후 이별도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하다 헤어지는 것보다는 어렵고 인생의 큰 획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좀체 바꾸려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사실 조금 우습지 않은가. 미혼 때는 맘이 안 맞아서, 성격이 달라서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헤어지는데, 삶의 영역에 들어온 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예전 같으면 헤어지고 남음이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것이 사회적 윤리이고 규범인가. TV도 핸드백도 오래되어 지겨우면 다른 것으로 바꾸고, 사귐이 오래되어도 어느 순간 더 나은 사랑을 위해 돌아서는 연인들인데, 삶의 영역에 들어서면 마음에 안 들어도, 싫증 나는 이유가 많음에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이것이 사랑을 이룬 삶의 모습이다.


  이루어지면 삶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랑이다. 사랑, 못 이루어 아쉽기에, 그래서 더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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