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은 20대 어느 시절, 어둠이 내리자 너나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이브의 즐거움을 느끼려고 시내 번화가로 나갈 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숙소에서 혼자서 쓸쓸히 TV에서 방송되는 성탄 특집 쇼를 보고 있었는데..... 김세환이 부르는 Bee Gees의 Don't forget to remember. 처음 듣는 멜로디이지만 빠져들게 만드는 노래였었다.
그때부터 나는 팝송 하면 이 노래를 꼽는다. 아니 내가 아는 가요, 팝, 중국노래, 일본 노래, 동요, 클래식.... 모든 것 중 18번은 이 노래이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 아린 그때가 생각난다. 기억이란 뇌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고 노래에도 저장되나 보다. 그날, 빨리 날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억지 잠을 청했었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언덕 위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그날 저녁에는 제주도에 있었다. 1985년 12월 24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