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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l 02. 2021

파일럿

사연이 있는 노래

사연이 있는 노래

파일럿 - 정연준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시는 돌이켜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 한두 가지는 있다.

1993년 MBC에서 방송한 드라마 파일럿.  이 시기가 그렇다.


난 이때 이 드리마를 보기 위한 희망 한 가지를 가지고 지냈는지 모른다.

젊음과 하늘과 사랑을 주제로 해외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

여태껏 보던 드라마와는 상당히 다른, 수준 높은 드라마였다.


이 드리마가 한창 방송 중일 때 나는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병인지도 몰랐다. 무슨 병인지는 더더욱...

모든 부분에 의욕이 없고,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볼 때면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 드라마가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아무 대책 없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스트레스성 우울증.

신경이 예민해지고, 만사에 의욕이 없고, 단순한 계산도 되지 않고,

모르는 길 찾아가기가 겁나고, 언제 어떻게 죽을까 그 생각만 하고...


대책 없는 생활에 들어갔다. 배는 고파 밥 먹고, 골방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것뿐이었다. 한마디로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했다.

바깥에 나가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신경정신과에 가는 것....

나중 들은 얘기지만 신경과 의사도 포기했다는....


그런 생활을 만 2년 했다. 병에서 탈출할 때쯤, 쿡 처박아 두었던 사물들을 정리했다.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몸이 조금씩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긴긴 터널을 빠져나와 저기 멀리 햇빛이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6개월 후... 작은 규모의 회사에 적을 두었다.


그 회사에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내 몸이 움직여지는지 시험하기 위해 입사를 했고,

일부러 육체적인 일도 했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걸린다.

가수도, 주부도, 특히 직장인은 퇴직 후에 이 우울증이 걸린다.

사람들은 이 병을 아주 쉽게 생각하는데, 사실 이 병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많은 사람이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살아라고.....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나는 죽지 않았다. 다만 내 주위 사람들은 2년이 넘도록 고생을 많이 했었다.

나 또는 나의 인생에서 그 2년은 계산되지 않은 정말 공백의 기간이었다.


이전에 나는 일 년에 두 번 술을 마셨다. 송년회와 가을 테스트를 마친 후. 그것도 아주 적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혼자 다 받고... 계획한 것 늦으면 안 된다고...

업무 관리는 하고, 자신 몸 관리는 하지 못한, 무엇이 더 중요한지 모르는 똑똑한 바보..

하기야 그때 회사에서 촉망받는 잘 나가던 시절이었으니까...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화를 좌초하는....


나도 모르게 병이 점점 들어가고 있을 때,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한 희망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일럿.... 젊음과 패기와 사랑이 생각난다... 혼자 지내던 그 골방도....


물론, 그 후론 넓은 세상에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제2의 인생이 열린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고....


 https://youtu.be/k65Jq0pOf7w   ← 클릭



그것이 끝이라고 우린 믿지 않았지

너 떠난 텅 빈 활주로에 쏟아지던 너의 목소리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날 예감은

해맑은 웃음 지으며 대신할 너에 슬픈 눈


오해는 이제 그만 상처 주는 일도 그만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고 내게 달려와 줘

너를 뜨겁게 안고서 두 팔이 날개가 되어

언젠가 네게 약속했던 저 달로

우리 푸른 꿈 싣고서 한없이 날아오를게

사랑해 너를 하늘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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