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동유럽을 여행할 때였다. 오스트리아 빈이라 기억된다. 모차르트 생가도 방문하고 그랬는데, 그때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가이드에게 질문을 했다. 하이든도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왜 이 나라에는 유명한 음악가가 많냐고. 그러자 가이드는 한술 더 떠서 '그러네요. 독일도 그렇고. 오스트리아도 독일어를 쓰니....'만 했다.
자존심 센 가이드, 그날 저녁에 지인에게 같은 질문을 한 모양이다. 다음날 버스에서 알려준다. "어제 현지 음악인에게 왜 독일어를 쓰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유명 음악가가 많냐고 질문을 했더니 대답인 즉 '참 좋은 질문이다.'라고 합니다."
사실 서양 음악사를 보면, (네이버 서양음악사 연대기에서 퍼옴)
1500년대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탈리아의 팔레스트리나, 몬테베르디 가 있는데 학교서 배운 기억이 없다.
1600년대 바로크 시대에는 이탈리아의 비발디가 있고, 독일 출신인 바하라고 배웠던 바흐, 헨델이 있다.
1700년대 고전파 시대에는 오스트리아의 하이든, 모차르트가 있고, 독일 출신의 베토벤이 있다.
1700년대 후반 1800년대 초반의 낭만파 시대에는 이탈리아의 로시니가 있고, 오스트리아의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1세, 폴란드의 쇼팽, 독일의 슈만, 헝가리의 리스트, 이탈리아의 베르디가 있다.
1800년대의 후기 낭만파 시대에는 독일의 바그너, 브람스, 프랑스의 상생스,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체코의 드브로작, 이탈리아의 푸치니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명단에 없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전반의 근현대 음악에서는 프랑스의 드뷔시가 있고(여기까지는 음악시간에 배웠다), 오스트리아의 쇤베르크, 러시아의 스트라빈스키, 미국의 번스타인 이 있다.
서양의 역사가 유럽의 역사이긴 하지만 음악가로 본다면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가 압도적이다. 유럽에 이들 나라와 인접한 나라도 많건만 왜 이들 나라만 그럴까.
신기한 것이 또 있다. 기보법이 시작된 것을 서양음악의 기원으로 본다고 하지만, 21세기인 지금도 16세기 때의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있다. 18세기 음악가 쇼팽의 피아노 콩쿠르는 지금도 있고 거기서 우승하면 음악계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한 대우를 받는다. 클래식 공연이라고 가면 18세기 베토벤이고, 조금 유식하다고 하면 19세기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 18세기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왜 21세기를 살면서 음악 미술은 몇 세기 전의 것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몇 세기 전의 것을 들어야 고상함의 범주에 속할까.
또 하나 신기한 것은, 드뷔시 이후로 예전과 같은 음악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건 또 어찌 설명을 해야 할까. 옛날에는 대중음악이란 것이 서양음악사에 나오는 이런 것이었는데 현대에 들어서는 그 장르가 다양해져서 옛날 것을 중요시하는 클래식파와 소위 말하는 대중음악파로 나누어진 것일까. 왜 15세기에서 18세기에만 유명 음악가가 나온 것일까. 지금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베토벤을 능가하는 더 좋은 음악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이 발전하는데 음악 미술만은 그렇지 못하네.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