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은 사람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이다. 이것을 오감이라 하고 사람은 이런 감각기관을 통해 느끼게 된다. 사람의 감각은 동물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보다 월등한 것도 있다.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 분석하고 유추하는 능력이다. 이로 인해 상대의 작은 몸짓, 표정 하나, 지나치듯 흘러가는 말 한마디로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사랑을 하면 오감이 모두 동원된다. 어떤 때는 초능력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오감의 안테나가 상대를 향한 초집중 모드이므로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레이더에 등장하면 '까칠'해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감각기관 중에는 '입'이 없다. 입은 말을 하는 것이니 '언각'이라고 있을 법한데 입은 감각기관이 아니다. 외부로 내 보내는 기관이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이 오는 소리는 오감으로 듣는다. 문법상으로 보면 '소리'는 듣지만 '오감으로 느낀다'라고 해야 될 듯싶다. 오감 중 어느 하나 버릴 것도 없지만 사랑에 있어서 으뜸은 역시 촉각이다. 보고 듣지 않고 촉각 하나만 있어도 상대가 얼마큼 나를 사랑하는지, 서로 사랑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쓰다듬의 강도와 방향과 빈도에 따라 사랑을 고스란히 느낀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참으로 중요하다.
촉각 다음으로는 청각을 꼽는다. 영화를 봐도 그렇다. 스킨십으로 애정표현을 충분히 하고 있음에도 '사랑해'라는 말을 들음으로 받는 느낌은 증폭된다. 붙는 불에 기름을 붓는 그런 역할이랄까. 그다음은 시각이다. 상대가 나를 바라보는 눈 빛으로 그 깊이를 짐작하고 느낄 수 있다. 눈에 자신의 생각을 써 두었을 정도로 시각 또한 빠질 수 없다. 촉각, 청각, 시각보다는 중요도가 덜 하지만 후각이 그다음 순서다. 김하인의 소설 '국화꽃 향기'의 시작 부분에 '그녀에게서 국화꽃 향기가 난다'는 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랑을 전하는데 없어도 되지만, 없으면 서운한 것이 바로 향기다. 마지막은 미각이다. 사실 사랑을 느낄 때 미각의 역할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키스의 달콤함은 미각이 아니고 뇌에서 느끼는 감정이기에 그렇다. 사랑이 올 땐, 하나하나 분석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사랑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이 떠나는 소리도 오감으로 듣는다. 사랑이 오는 소리가 오색 풍선이 가득한 화려움이라면, 사랑이 떠나는 소리는 눈 오는 날의 풍경을 찍은 사진처럼 흑백이다. 제일 중요한 촉각으로부터 오는 느낌이 없다. 사랑이 올 때 제일 먼저 만지고 싶은 충동이 사랑이 갈 때 맨 먼저 사라진다. 늘 있던 스킨십이 어느 날부터 없어진다면 사랑이 가는 소리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청각에도 신호가 온다. 사랑한다는 말은 물론 사라지고 다정스럽지 못한 말을 듣는다. 때로는 퉁명스럽고 짜증 나는 소릴 들을지도 모른다. 그 보다 심하다면 아예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각에서도 멀어진다.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만날 수 없는 이유가 많아진다면 이미 사랑이 떠나가는 소리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만날 때마다 풍기던 향기가 없어졌다면 혹은 다른 향기로 바뀌었다면 이 역시 그렇다. 이렇게 하나하나 분석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사랑이 떠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은 사랑에 대해선 아주 사소한 것도 느낄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이 있으니까.
사랑에는 오는 소리도 있고 떠나는 소리도 있다. 사랑이 오는 소리는 고요한데 사랑이 떠나는 소리는 그렇게 고요하지가 않다. 에로스 사랑은 본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