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피아노의 숲
김은
어젯밤 소음이 간밤에 몰래 내다버린 빗줄기를 찾아 나선다
스펀지 같은 발바닥 사이로 소란한 흔적들이 달려든다
그들이 말한 길을 따라 빵조각처럼 점점이 번진 눈물,
몇 백 년 망부석을 닮은 빗기둥과 단둘이 만난다
고만고만한 낙엽의 건반들이 깊게 쉬어진 바람에 진동한다
더운 네 입김 하나가 내 뺨을 예리하게 스친다
눅눅한 바람은 어느 짐승의 꼬리 끝에서 잠이 든다
고단한 네 손가락이 차츰 지워진다
잘게 부서진 새털구름이 네모로 눕는다
검지로 라, 라, 라, 두들길 때까지
검은 나무의 울림통은 음 높은 돋음 소리로 짖는다.
문예지 [문학공간] 2010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