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마다가스카르
김은
마른 음성이 늘어진 두 발을 잡아 형대에 올린다
미진한 기억은 꺾어진 손톱으로 헤쳐진다
단단해진 네 뒷모습에 소란이 멎은 시선이 입술로 머물며 서성인다
눅눅한 몸은 몇 겹으로 접힌 마지막 편지가 되어 가볍다
구멍 난 기억이 검붉은 우체통 속으로 사라진다
채 열지 못한 편지가 채 하지 못한 말에 본드처럼 달라붙는다
그 밤, 내 가슴기둥이 네 날카로운 시선의 손톱으로 벗겨진다
복잡한 시선이 짜고 끈적한 입술에 머문다
미련이 그 입술에 미친다
목구멍에 닿은 불꽃이 먹먹하게 피어 오른다
남은 한 개의 줄에 네 얼굴이 걸린다
두 발은 어느새 마다가스카르에 서 있고
두 손은 바오밥 가지 위에 눅눅한 줄을 메고 있다
알을 빼앗긴 절망에 소멸해버린 코끼리새처럼
화난 악마가 거꾸로 박아버린 바오밥나무처럼
내 동그란 기억들이 옛 이야기처럼
귓가에 앉아 휘어지게 웃는다
내 마지막 희망이
그 미소에 걸린다.
문예지 [시세계] 2016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