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실연
김은
캥거루의 마른 주머니 위를 걷는 남자
그의 느린 걸음이 바느질처럼 촘촘하다
입술에 세든 담배 한 가치 달달달 웃을 때마다
주머니에서 나오지 못한 나는 그만 지갑에서 구겨진다
기억을 두드리던 못난 입술은 주머니로 떨어지고
줄창 따라오던 빗물주머니, 이내 눈밑에서 첨벅거린다
주머니 안에서 두 팔로 떨어지는 당신을 받는다 나는
조용한 불똥에 가슴을 덴다 깊어진 당신은 돌아눕는다
내가 일러주던 웃음도 저렇게 담배구름처럼 떠내려간다
그래, 고요한 소식도 너에겐 언제나 뜨겁다
입술에 세를 든 마른 담배 한 가치
발이 앞서면 까진 뒤꿈치가 철 모르게 따라오던 저녁
빗물이 뜨거운 너의 입술을 다시 훔친다
못 꺼낸 속눈썹이 자꾸만 질척거린다
꼼꼼히 땅의 길을 세던 당신이 눈밑 불똥을 닦는다
다시 되바느질하고 있는 너의 시선,
그 벼랑 끝에 선 너.
문예지 [문학세계] 2014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