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으면 가능해지는 것들

중국어원서 온오프라인 독서모임 참여하기

by 윤셰프










중국어 원서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번 도전해 보아도 어렵게 느껴져 금세 책을 덮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한자투성이의 문장, 익숙지 않은 표현, 해석이 안 되는 문장들이 장벽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원서를 함께 읽을 누군가를 찾거나, 독서모임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혼자 읽는 부담에서 벗어나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서 읽기를 막 시작하려는 초보자에게 독서모임은 큰 도움이 된다.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고, 꾸준히 읽기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함께 읽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원서 읽기에 필요한 독서 근육이 생기고, 루틴 한 독서 습관을 만드는 데도 좋은 자극이 된다.





pixel-cells-3974170_1280.png 출처: 픽사베이




나 역시 약 5~6년 동안 혼자서 중국어 원서를 읽으려 시도했지만 늘 벅찼다. 그러던 중 오프라인 ‘중국 원서 읽기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여섯 명이 모여 2주에 한 권 정도의 중국어 원서를 읽고, 가벼운 토론을 나누는 모임이었다. 사실 이 모임은 지인의 소개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내 실력으로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기소침한 마음에 한동안 참여를 미뤘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과 함께,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모임을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가벼운 마음으로 맛이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만삭의 몸을 이끌고 첫 모임에 참석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첫 모임의 분위기와 구성원은 나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발제자는 PPT 자료까지 준비해 책의 개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고, 유창한 한국어와 중국어로 막힘없이 발표하며 자연스럽게 토론을 이끌었다. 결코 가볍게 느껴지는 자리가 아니었다.


자기소개를 통해 알게 된 구성원들은 예상대로 수준이 높았다. 현직 국제회의 통역사를 비롯해 통번역 대학원에 합격한 학생들, 어릴 때부터 중국에서 살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인의 탈을 쓴 중국인’ 같은 느낌이었고, 실제로 한국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중국인도 있었다. 중국어를 손 놓은 지 오래된 상태로, 그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라는 정체성만 가진 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부족한 중국어 실력이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서를 제대로 한 권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임에 계속 참여했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책을 읽었고, 한 줄이라도 의견을 말해보려고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 모임은 나에게 강력한 외적 자극이 되었고, 중국어 원서 읽기의 세계로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었다.



독서모임은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부여하여 혼자서는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분량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고 참여하려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든 책을 읽을 시간을 만들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때로는 어렵고 무거운 책이 선정되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책일수록 혼자서는 절대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독서모임은 그런 책과 마주하게 만들고, 끝까지 읽어내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 경험은 작지만 분명한 자신감으로 남는다. "이런 책도 내가 읽어냈구나" 하는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안겨준다.



내가 참여했던 독서모임은 맛으로 표현하자면 ‘매운맛’에 가까웠다. 단편소설은 2주에 한 권, 장편소설은 한 달에 한 권을 읽고 모여 함께 토론했다. 장편은 일정이 매우 빠듯하게 느껴졌고, 혼자 읽었다면 절대 그 속도로 읽지 못했을 것이다. 몇 번에 나누어 천천히 읽고 싶었지만, 모임 일정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라도 속도를 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달을 기준으로 하루 독서량을 계산하게 되었고, 그 분량을 소화해 내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완독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책들을 끝까지 읽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었다. 물론 어떤 장편소설은 원서로 끝까지 읽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모임이 다가오면 최대한 원서를 읽고, 남은 부분은 번역서라도 읽고 참여했다.


office-8767041_1280.jpg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감 덕분에 책을 읽을 때도 원서든 번역서든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며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 그렇게 정독을 하다 보니 한 달에 한 권씩 중국 문학 작품을 꾸준히 읽는 루틴이 자리 잡았고, 원서를 읽는 데 대한 두려움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쌓인 목록은 스스로에게도 뿌듯함을 주었고, 중국 문학의 깊은 맛을 알아가는 기쁨으로 이어졌다.



당시 모임의 리더는 통역사로 활동하는 분이었고, 늘 묵직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골랐다. 종종 읽기 쉬운 책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리더는 함께 읽기에 적합한 도전적인 책을 끝까지 고집했다. 처음에는 버겁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기준이 오히려 고마웠다. 혼자였다면 지레 겁먹고 읽지 않았을 책들을 끝까지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책이라도 각자의 삶과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때로는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 나만의 해석을 만들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살아 있는 공부이고, 독서다.



나처럼 ‘내가 이런 책을 과연 읽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았으면 한다. 나도 그랬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함께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마음을 놓이게 하고, 버거운 문장 앞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이 된다.



‘혼밥’도 맛있지만 함께하는 식사는 더 맛있다. 누군가와 맛집을 함께 다니며 음식을 나누듯, 중국어 원서를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다 보면 원서 읽기의 맛을 훨씬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중국어 원서 읽기 초보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처음엔 천천히, 조금씩만 읽어도 괜찮다고.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반드시 도달할 수 있다고. 처음의 나처럼, 의심 많은 중국어원서 초보자에게 이러한 독서모임이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7화원서,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