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아이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by 꽃무릇

월요일 아침.

기숙사 앞은 꽤나 분주하다.

주말 동안 집으로 돌아갔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기숙사로 돌아오는 시간.

아이들은 부모님의 차를 타고 오기도 하고 또 더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교를 한다.

도내 특기생들이 모인 학교이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오는 아이들도 꽤 있다.

기숙사에서 지낼 때 자신의 모든 일상을 책임지던 아이들이 집에 가서는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집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며 모처럼의 자유를 맘껏 누렸을 테고,

겨우 제 몸 씻고 먹을 때 말고는 그 어느 것도 손대지 않고 나라라도 구하고 온 장수처럼 의기양양했으리라.


'드르륵 드르륵'

아이들이 끌고 오는 커다란 트렁크의 바퀴가 시멘트를 긁어대며 고된소리를 낸다.

잠이 덜 깬 듯한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주말의 피로가 남아있다.

너무 편하면 오히려 피곤해지는 법이다.

백 미터를 총알같이 달리며, 한 시간도 넘게 운동장을 돌고, 몇십 킬로의 역기를 거뜬히 들어대던

아이들로는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에 정차된 학교버스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올라탄다.

허리를 굽혀 짐을 실으시는 기사님께서 몸을 세우시더니 하늘을 보시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셨다가

다시 짐을 싣고 계신다.

물 한번 먹고 하늘 한번 보고, 물 한번 먹고 하늘 한번 보고,

동화책 속의 노란 병아리가 떠올랐다.


'가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자.'

'하늘이 주는 의미는 희망이다.'


지방으로 시합을 나갈 때면 버스에는 팀별로 필요한 장비나 간식이 꽤 많이 실린다.

가끔 동하계 훈련에는 자그마한 빨래건조대도 싣고 가는데,

장기훈련 때 본인의 빨래는 본인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아! 기숙사도 물론 그렇다.


"어느 부서가 시합을 가는 가보네"

"유도부 시합 나가는 거래"

"이 더위에 어디로 가는 거지?"

"잘하고 와야 할 텐데"


시동이 걸린 버스를 올려다보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본다.


"잘들 다녀와라"


아이들은 수학여행이라도 가는 모양으로 연신 싱글벙글 웃고들 있다.


"나만 떨리나 봐"

"애들은 자주 가버릇해서 그래"


버스에 랩핑 되어있는 학교이름에 눈길이 머문다.

월드컵 때 휘날리던 태극기를 보듯 찡함이 밀려온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되는 그것과 비슷한 맥락의 감정이라고나 할까.

자식 같은 아이들이 시합에 나갈 때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져도 좋으니 다치지 말고 돌아와 얘들아~"




자신의 꿈을 향하는 아이들이 흘린 땀방울을 나는 보았다.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며 넓은 세상으로 진출한다.

지역대표를 거쳐 국가대표가 되는 영광을 얻기도 한다.

간혹 목표하고는 다른 곳에서 뿌리를 내리기도 하지만,

그때는 또 다른 꿈을 향해 가고 있을 거라 믿어본다.


'꿈을 꾸언젠가는 그 꿈에 이르게 된다 '라고 했다




부모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기숙사에서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시려나?

가지런히 빨랫줄에 널린 하얀 수건과 훈련하며 입고 뒹굴었던 운동복이 정리되어 걸려있는 창가,

쭈그리고 앉아 운동화를 세탁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주는 감동들은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이다.

집에서랑은 다르게 야무지게 행동하고 예의 바르고 사랑스럽다.


운동화를 빨아서 말리는 중


흰 수건이 하얗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세탁기에서 나온 유도복은 정말 무겁다. 말린 후 정리 해 놓은 유도복.




지난겨울방학이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같은 구간을 계속 반복해 뛰는 아이 둘이 있어 다가가서 물었다.


"쉴 때는 쉬어야지 왜 나왔어?"


평소에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잘해 기특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이었다.


"안 되는 게 있어서, 연습하려고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도 예뻐서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늦잠, 게임, 스마트폰, 이기심...

요즘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떠올리는 이미지에

희망이란 단어를 더해본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잘 하고 있었다.

어른의 조바심으로 아이들을 의존적인 아이로 만들지 말아야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얼 하고 싶은지 들어주고 응원하며,

그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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