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기투합으로 탄생했다.
8년 전 어느 날
국민학교 동창 서너 명의 의기투합으로 밴드가 탄생했다.
대학시절 통기타를 즐겼던 친구와 클래식 기타 선생님이었던 친구,
취미로 몇 년째 드럼을 치고 있는 친구, 그리고 피아노를 전공한 친구까지.
모두 넷이서 즉흥적으로 맘이 맞아 결성된 것이다.
다시 들여다보니 밴드에 필요한 포지션은 얼추 되는 것 같아서
즉흥적이지만 시작은 해 볼 만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물 없이는 넘을 수 없다던 미아리고개 그 넘어 동네인 미아4동,
그곳에서 1970년대를 함께 보낸 우리들은 토끼띠 동창생들이다.
그러니까 밴드를 시작한 것은 50대 중반이었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견디며
지금까지 밴드를 지켜왔으니 대견하고 대단하다 칭찬을 해 주고 싶다.
통기타를 치던 친구가 퍼스트를 맡았고,
피아노를 전공했던 친구는 올겐을,
클래식 기타를 가르쳤던 친구는 베이스를 잡았다.
평소에 노래를 좋아해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끝이 없기로 유명한 친구가 보컬로 급조되었으며,
통기타를 좀 만졌다는 친구도 초빙되어 세컨을 맡고 나니
좌로 보나 우로 보나 밴드로서의 모양새가 그럴듯해 보였다.
음악적 달란트가 매우 뛰어난 한 친구는 듣는 귀가 유난히 발달하여,
연주 시 악기의 밸런스와 박자등 전반적인 흐름을 담당하기로 했다.
모두가 좋아하고 익숙한 노래를 선정하여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왠 걸,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모두의 생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노래방에서 한 노래한다던 베테랑친구는 악보가 익숙지 않았는지 보면서도 따라 부르지 못해
처음엔 반박자만 밀리던 것이 어느새 한 마디씩 밀리고 있었다.
올겐을 맡은 친구가 노래를 전혀 모르는 것이 더 문제였다.
몇십 년 클래식만 연주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이십여 년 해외생활로 그 시절 가요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노래를 알고도 맞추기 힘들 텐데 모두 처음 듣는 노래라니...... 참말이지 산 넘어 산이었다.
힘들게 첫 연습곡으로 선정된 곡은 '라이너스의 연'이다.
'1979년 제2회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곡이었는데
순수한 가사와 부드러운 멜로디로 평소에도 우리들이 좋아했던 노래였다.
대학생들로 결성된 록밴드가 심사숙고해서 대회까지 들고 나온곡이니 만만한 곡이 아닐 텐데.
그런 곡을 덜커덕 첫 연습곡으로 정하고 시작한 첫날부터,
모든 악기는 제멋대로 두들겨대는 꾕가리처럼 시끄러웠고 실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이거 이래서 뭐가 되긴 하겠나......"
사기 충천했던 친구들의 얼굴에 그늘이 덮인다.
뭐가 문제인지조차 알 수 없다.
'알고 있는 것이 많아야 무얼 모르는지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박자가 문제인지 소리가 문제인지 리듬이 문제인지......
"하면 되긴 되는 거야?"
서서히 불신이 가득한 목소리가 등장하고,
확실치 않으니 올인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첫 술에 배부르겠냐?"
악기를 좀 다루어본 친구가 조언을 하듯이 정색을 하며 말하니,
"아니다 싶음 빠질까 하는 거지 뭐"
"다들 잘하네. 근데 나는 아닌 것 같아서"
곧 사라질 것 같은 표정으로 돼 받는다.
어찌 되었든 매주 모여 몇 시간씩 연습을 하는 것에는 변동이 없었고,
방한칸 없어 떠도는 신세처럼 가까운 연습실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았다.
성대 앞 연습실, 홍대 앞, 수유리, 정릉까지 검색해서 된다 싶으면 일단은 가 보았다.
기타를 둘러메고 걸어가면 사람들이 흘낏 쳐다본다.
처음엔 좀 머쓱했지만 그것도 잠시 세월과 함께 얼굴도 두꺼워졌다.
그렇게 떠돌아 우이동 연습실에 눌러앉아 지금까지 어언~~ 8년째.
중간에 코로나로 모이지 못한 것 말고는 매주 모이는 것을 원칙으로 지금까지 이어왔다.
지금 밴드인원 11명
처음멤버 그대로 8년째이다.
현재는 일인 2 악기는 기본이고, 각 포지션의 실력은 세월만큼 성장했다.
꾸준히 연습한 실력으로 총동문회 운동회에 참석하고, 몇 개의 아마추어 밴드대회에 참석도 해보았다.
남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었다고 생각했을까? 상도 받았고 박수도 받았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제 밴드는 우리들 삶의 일부분이 되어 같이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이야기는 50년 전 미아리의 어느 국민학교 동창생들이 모여 만든 친구들 밴드의 이야기이다.
나의 포지션은 보컬인데, 사실은 실력이 있어 된 것이 아니고, 잘하는 악기가 없어서 투입된 케이스이다.
몇 주 전부터는 우리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를 예약해 그곳에서 모이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위한 배려로 그곳이 딱 중간쯤 되어 모이기에 부담이 없어 너무 좋다.
시설 좋은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이제 즐거울 일만 남아있다.
그리고,
첫곡으로 시작했던 '라이너스의 연'은
우리들의 첫 마음, 첫 열정이 온통 녹아든 곡이라 그런지
지금은 누가 들어도 엄지 척을 올릴 만큼 실력이 향상되어 멋지게들 연주하고 있다.
젊은 시절 청춘의 대명사였던 대학가요제를 동경하며
가슴속에 한가득 열정을 품었던 우리들이 이제 그때의 우리보다 더 큰 자식을 둔 부모가 되어 모였다.
인생의 이막을 채워가는 우리의 무대가 먼 훗날 후회 없는 막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하며....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이지만 우리는 날마다 나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