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너의 날을 위하여
토요일 24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주중의 5일은 노동자로,
주일은 주님의 날이니 예배중심으로,
그리고 남은 토요일 하루는 온전히 나만의 날이다.
토요일 새벽 6시,
핸드폰에서 울리는 벨소리 "Morning Strum" 이 아침을 깨운다.
맘먹고 늦잠을 자볼까 하고 잠깐 망설였지만 그냥 이른 기상을 택했다.
"한 주간의 수고를 핑계 삼아 이불속에서 오전을 보내고 늦으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친구가 말하는 주말아침 풍경이다
하지만 그것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건가 보다. 게으름을 부리는 게 더 힘든 사람도 있다는 사실....
부지런한 것인지 불안한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지만 아무튼 나의 아침은 빈틈없이 성실하다.
하얀색으로 분류된 옷가지를 모아 일차 세탁기를 돌려놓고, 지난밤 불려놓은 서리태콩을 한 줌 넣고
아침밥을 짓는다.
"34분"
압력밥솥의 밥이 익어가는 시간.
아! 콩을 넣었으니 잡곡으로 지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은 10분 정도 늘어나게 되고.
밥이 익는 동안 청소를 시작하자!
자그마한 집에 사니 청소할 때만큼은 힘 안 들어 좋다.
구석구석 한 줌의 먼지도 남지 않게 청소기를 돌려야 한다.
털갈이를 하는 노견의 갈색털이 골프공만 하게 모이고 나면 청소기의 역할은 얼추 끝난 거다.
현관바닥까지 걸레로 닦고 나면 청소는 완전 마무리다.
아침식사는 최대한 넉넉하고 여유롭게 누구의 간섭도 없이 즐긴다.
생선을 굽고, 찌개도 데우고, 김치도 한 포기 새로 썰어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
막 지어낸 밥의 까만 콩이 반질반질 윤기를 내며 밥상을 빛내준다.
검은색의 옷을 모아 이차 세탁기를 돌려놓고 믹스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부려본다.
가끔 오후 세, 네시쯤 당이 떨어진 듯 멍할 때 마시는 믹스 커피 한잔.
언제부턴가 국민커피로 자리를 잡은 믹스커피가 외국에선 BTS만큼이나 유명하단다.
조용한 틈을 타,
열여섯 살 노견이 슬그머니 현관 앞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아 나를 바라본다.
산책을 가자는 무언의 압력이다.
주말엔 주말대로, 평일엔 평일대로, 나의 움직임을 다 예측하는 아주 무서운 犬이시다.
한 시간쯤 산책을 시키고 돌아와 마무리된 빨래를 너는 것으로 나의 주말 첫 번째 루틴이 끝난다.
이제 주말 두 번째 루틴이다.
주말 오전엔 주로 서너 시간 걸리는 수리산 트레킹을 다녀온다.
십여 년 전부터 걷기에 매료되어 시작한 것이 이제 내 인생의 한 축이 되어있다.
걷기는 번잡스럽지 않은 게 장점이다.
맘만 먹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가능하며 비용도 안 들고 혼자 하는 데는 최적이다.
운동은 습관처럼, 그런 의미에서 12층 집은 주로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근육은 슬슬 빠져나가고 뱃살은 안 빠지니... 뭐가 문제일까?
기초대사량 때문인가?
이제 주말 세 번째 루틴이다.
친구들과의 밴드연습을 위해 서울로 이동하여, 4시부터 6시까지 연습을 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한 뒤 귀가를 하면서 토요일의 일정을 끝이 난다.
그리고,
7월부터 주말 네 번째 루틴을 추가하게 되었다.
밴드연습을 위해 서울 다녀올 때 지하철에서의 3시간을 독서로 채우는 거다.
금정역에서 합정역을 가기 위해서 잠깐 내리는 신도림역.
신도림에서 하차를 하면 기가 막힌 자리에 서점이 하나 있다.
궁금한 마음에 들어갔다가 '사이토 다카시의 곁에 두고 읽는 니체'를 샀고
며칠 동안 들고 다니다가 내 나름의 루틴을 만들자 생각이 들었다.
서울 갈 때 그 서점에 들러 책을 사서 2주에 한 권 읽는 거다.
그러면 지하철에 앉아 핸드폰에 영혼을 빼앗기고, 멍 때리는 일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지.
아~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뛴다...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오케이~ 너의 네 번째 루틴을 격하게 응원하련다.
온전한 너만의 시간을 잘 채워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