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하는 음악밴드

2. 산 넘어 산이로다

by 꽃무릇

얼떨결에 결성된 밴드는 매 순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절대 만만한 게 아니란 것을 깨닫게 했다..

밴드에 대한 환상만 가득했던 우리는, 반짝거리는 조명아래서 심장이 터질 듯 전자음을 내는 기타 소리와

손과 발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기가 막히게 박자를 쪼개는 드럼, 묵직한 저음으로 곡의 밸런스를

잡아 주는 베이스, 그리고 밴드의 꽃이라고 하는 보컬의 진한 울림까지 모두 쉽게 될 줄 알았던 것이다.


우리는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력 때문에 한 번씩 낙심하기도 하고, 밴드를 바라보는 많은 동기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더더욱 열심을 내기도 하면서 꾸역꾸역 모이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서로가 좋아하는 곡을 모아 연습할 곡을 선곡하고, 각자 맡은 부분을 체크해 주중에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기타와 올겐을 맡은 친구는 집에서, 드럼을 맡은 친구는 드럼학원에서 연습을 하며 곡을 익히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는 와중에 맡닥드린 가장 큰 복병은 내가 맡은 보컬이었다. 사실 나는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는 그저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보컬을 맡게 되었는데,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밴드는 하고 싶지만 할 줄 아는 악기가 없어서이고, 두 번째는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고 있어서이다. 성가대를 선다니까 최소한 악보는 볼 수 있을 거고, 악보를 보며 제음은 낼 수 있을 거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을 쉽지 않았다. 어떤 노래를 부르더라도 내가 부르면 모두 찬송가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서 불러도 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려야 하는 성가대와는 다르게 밴드의 보컬은 자기 목소리가 강하게 들려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내 소리는 몇십 년 합창에 길이들여진 까닭에 소리를 동그랗게 모아 곱게 내는 게 문제였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며 연주를 하는 친구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으나, 그와는 반대로 나의 목소리는 완전 뒤죽박죽의 연속이었다. 성가를 부르는 발성을 바꾸어 밴드에 가서는 진성으로 소리를 냈고, 주일에는 가성을 내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이도저도 아닌 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직장 가까이에 있는 실용음악학원을 찾아가 사실대로 말하며 소리 내는 법을 가리켜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같이 생긴 사람이 찾아와 밴드를 한다고 하니 원장은 신기하기도 하고 진심으로 돕고 싶기도 하고 그런 눈치였다. 푸바오처럼 큰 덩치에 포근한 미소를 가진 학원원장은 나의 용기에 응원이라도 하듯이 최선을 다해 지도해 주었다.


하지만 악기를 하는 친구들의 실력은 노력에 비례해 느는 반면에 보컬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악기는 기능이라 보편적으로는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늘지만, 보컬은 타고나는 것이 반은 차지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매번 낙심했다. 보컬을 그만둬야 하나 수도 없이 갈등했고,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친구들에게 미안해해야만 했다.




우린 변함없이 매주 지하연습장으로 모였다. 딱히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성실하게 모였고 실력을 익히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성장을 위해서는 어떠한 계기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게 의견이 결정된 후 밴드가 결성되고서 처음으로 직장인밴드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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