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상갑 Mar 01. 2016

'신뢰'란 어디서 오는가?

짧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나는 프로젝트 Base로 계약을 해서 컨설팅을 하는 프리랜서이다.

지난 1월초순에 시작하여 2개월도 채 안되는 짧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다. 평범한 보통의 프로젝트는 6~10개월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2개월'의 기간동안은 '해야할 일'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갑을관계'가 통상적인 우리나라 비지니스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기간이 종료되어 철수할 때 쯤 되면.. 이제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려는 자와 하나라도 더 시키려는 자의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된다. 일하는 시간 지켜왔던 최소한의 예의와 믿음은 언제 그런게 있었냐는 듯 싶다. 

이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통은..프로젝트 초기에 협의를 통해 금번 프로젝트에서 수행할 범위를 정한다. 'Scope'이라고 얘기한다. 

근데 이번 프로젝트는 기간도 워낙 짧았고 요구사항도 '이것만' 이었기에.. 'Scoping' 작업을 하지 않았었다. 

구두로 협의한 내용을 문서와 하고 그것도 부족해 그걸 출력해 싸인하고 편철까지..서로 못 믿고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래서..구도로 협의했던 일만 묵묵히 진행했었다. 

일의 진행이 중후반으로 넘어가고 이제 슬슬 마무리모드로 전환해야 할 쯤.. 

고객은 이런 불만사항을 내 뱉는다. 

"그런 건 다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리보다 (우리회사를) 더 잘 알꺼 아니냐"..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X소리야.. 니네가 사용하는 시스템을 니네보다 외부사람이 더 잘 알아야해? 

30대 같았으면..(지금은 40대중반이다). "뭘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어!!"라도 면전에서 한판 붙었겠지만. 이 생활도 거의 오래하다보니 기본이 안되있는 고객을 가르치겠다는 의욕은 참 쓸데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면을 자제하고 한발 물러나 관계당사간의 영업담당끼리 해결하도록 토스를 했다. 나온 결론은 프로젝트 1개월 연장과 투입인력 3명 추가. 결과로 유추해 보면, 프로젝트 초기에 누락된 Scope이었음을 고객사가 인정한거다. 근데 그걸 꼭 그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갑'질을 하려거든 폼나게 좀 하지..그게 무슨 어처구니 없는 처사인지. 

종료시점을 정해놓고 하는 프로젝트의 철수시기가 다가오면 (내 표현으로) 도망가려는 자와 물고늘어지려는 자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해외에서 외국인들과 프로젝트를 해보면 이런 느낌이 거의 없는데..한국사람들은 후반부로 올 수록 자꾸 해달라는게 많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2~3주에 걸쳐서 교육을 했었는데.."시간내서 쭉~ 한번씩 더 해주고 가세요" 라는 것이다. 정말 이 얘기를 들을 땐 욕이 입 앞에까지 나오려 한다. 이해 못했던 부분을 콕 찝어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헛갈리는 사항을 질문하는 것도 아니라 '다시한번 들어볼테니 자기한테 다시 한번 설명해보라'는 것이다. 이런 인간들은 꼭 나중에 이런 얘기도 한다."교육시간에 뭘 배웠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는.. 


푸후후후...지난 일을 다시 생각하니 또 '욱' 하려 한다. 


지난 29일이 프로젝트 마지막날 이었다. 마지막날 인데 '월요일'. 

마지막 월요일을 무리없이 철수하기 위해서 휴식이 되어야 할 토.일요일의 스트레스 지수가 제법 높았었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던 만큼..머리 속에서 이상황 저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며..월요일에 해야 할 나의 Closing  Act를 수차례 준비했기에..잘(?) 인사하고 그 고객사를 나오게 되었었다. 


돌아오는 길의 마음이 그리 '쿨'하지만은 않았다. 

우리의 비지니스는 왜 이래야만 하는 걸까? 

"우리가 '돈'주는데.."라는..Mind. 


사회적 '신뢰'는 어디서 부터 오는 것일까? 

그렇게 얘기했었고, 그렇게 들었었으니..서로 믿고 기다리고 그 믿음에 보답하게 일하고 서로 감사해 하고.. 

우린 그럴 수 없는걸까? 


10년 전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나의 카운트파트너로 일하던 고객사 팀장은 "내가 그랬어요? 잘 기억이 안나는데요!" 라는 말을 자주했다. 

회의록을 적어놔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 당시 난 아이폰3를 사용하고 있었고 보이스 녹음기능이 있었다. 

회의시간에 그 아이폰을 뒤집어 놓으며, "오늘부터 회의내용은 녹음까지 같이 진행하겠습니다" 했다..

"팀장님 회의내용에 동의하시죠"... (말없이 고개만 끄덕끄덕).. 

난 실제 녹음기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져 아이폰만 회의탁자 가운데에 놓았을 뿐인데.. 그 팀장은 회의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난 "팀장님도 다 동의하셨네요!"라는 마무리 멘트까지 해야 했었다. 


아직 이런 기분이 머리와 가슴에 살짝 남아있는데..

내일부터는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새롭게 만나는 고객에게 이런 앙금이 표출되지 않도록 전문가적인 '연기(Act)'를 좀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보고싶은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