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은 진리인가
2016년 3월1일이 마지막 글 이었으니, 무려 2년반이 더 지나 'brunch'에 돌아왔다.
페이스북 그룹 '백독백습(마음채우는 책 읽기)' https://www.facebook.com/groups/tworeader/
에서 한권을 책을 선정하여 같이 읽기로 했다. 어떠한 사후 Activity도 요구되지 않았지만,
이 것을 핑계삼아, 그 동안 실천하지 못했던 책을 읽고 그 소감을 글로서 남겨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1호 정리컨설턴트 윤선현님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많은 지인들이 그 분과 친분이 있어서
마치 나도 그러한 것처럼 착각하며 페이스북을 하고 한다.
'정리의 여왕이라는 제목은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가 아니라,여왕처럼 우아하게 생활하고, 원하는 것들을 주도적으로 성취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어지럽고, 복잡한 것보다는 잘 정돈되어 있는 환경에서의 생활이 더 낫다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프로젝트 base의 일을 하는 나의 직업상, 새로운 프로젝트가 런칭되면 일정기간 일할 새로운 자리가 주어진다.노트북과 듀얼 모니터 등,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주어진 자리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프로젝트 첫 주차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기에 '정리 정돈'의 필요성은 누구보다고 잘 알고 공감한다.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리할 것 같지만 그 편리함은 공짜가 아니다.(중략) 아침식사 대용으로 주스를 마시기 위해 주서기를 구입했다고 치자. 그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각지 못한 비용이 발생한다.재료를 사는 시간, 씻고 다듬는 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사용한 뒤에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고 부품들을 분리해서 구석구석 씻는 것도 일이다.(중략) 사용 후에 보관하고 게다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다. 좋을 것 같아서 산 그 물건이 나를 지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부분에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신선하고 건강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 구입한 주서기가 과도하게 오도되어 표현되었다 생각한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간편하게 주스를 사 먹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신선한 재료를 사고 다듬어 주스를 만들고 나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까지 버려야 하는 노고가 '쓸데없는' 행위로 취급된 거 같아 매우 씁쓸했다.
이러한 기분의 저변에는 내가 '멕시멈리스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액정에 기스하나 나지 않은 멀쩡한 iPhone이 있음에도 새로운 버전의 iPhone이 출시되면 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 손에 있는 폰이 너무나 멀쩡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새 아이폰을 사고 싶은 마음을 '불필요한 물건과 쇼핑중독'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생각한다.
필통에 펜이 가득하지만, 아름다운 디자인과 핏한 그립감의 펜을 사서 공부하고 일함으로써 발생되는 그 능률적 효과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책상위에 노트북만 놓고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에,
노트북을 사용함에도 넓은 모니터를 두개나 놓고, 몰스킨에 몽블랑으로 메모하며 일하고 싶은 그 마음도 이해해 달라면 나는 너무 사치스러운 것일까?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들이,
조금 더 맛있는 건강한 음식을 먹기위한 노력, 조금 더 멋있고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마저 가질 수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 슬플 꺼 같다.
저자가 아내와의 일화를 소개한 부분을 읽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 초에는 내가 살아온 방식과 아내의 것과 달라서 혼란이 있었다.
'왜 이렇게 안하지?' '거참 또 이렇게 해놨네?' '정말 한바탕 해야할까?'
근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봤다.
'왜 꼭 내가 생각한 것처럼 해야하지?'
상대방을 인정하고 부터는 그 혼란이 사라졌다. 정리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집은 편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내 방식만을 고집하고 그것을 강요하면 그 곳은 '집'이 될 수 없다.
이만 써야할 꺼 같다.
책 한권을 읽고 이렇게 길게 썼다간, 책 읽는게 두려워 질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