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문학동네
우연일까.
베이커리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오월의 종'을 운영하시는 정웅 대표님의 책이었다.
'오월의 종'은 아내와 이태원 골목을 걸어다니다가 또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가 빵을 샀던 곳이었고,
그때도 정말 건강하고 먹었을 때 배부른 빵이 맛있기 까지 해서 매우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페이스북 친구인 빵요정 김혜준님의 추천으로 정웅 대표님이 책을 내셨음을 알게 되었고,
주저없이 책을 구입해 읽었다.
'어머나, 이 분이 인문학 전공이신가?'
책, 첫 페이지부터 시적인 멘트를 툭! 날리면서 시작하셨다.
내가 갔던 '오월의 종'(책을 읽고보니 2호점이다)이 이태원에 위치하고, 워낙 유명한 빵집이다보니
제빵업계에서 매우 성공하여 부(富)까지 이루었다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순댓국, 소주 한잔 그리고 10년후에도..' 라는 글귀는 출근을 준비하던 나에게 심쿵하게 다가왔다.
왜 빵집의 이름이 '오월의 종' 인지도.. 책을 읽다보면 알게된다.
'총 만드는 재료를 연구하는...' 학과를 ㅋㅋㅋㅋ 전공하였지만, 우연히 제빵의 길을 접한 것은 운명의 시작같았다. 마치 하늘이 준비해 놓은 길인 듯, 노력하였으나 실패하였을 때 천사처럼 이끌고 도와주는 (믿기지 않는) 손길들이 주위에 나타나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래도 한 길을 가겠다는 굳은 마음을 지키고 갈 때 쯤 그 보답을 내려주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이 책 안에 담겨져 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책은 그 빵을 먹으며 읽어야 겠다!!'
그래서 바로 집을 나섰다. 판교에서 한남동까지 버스타고 가서.. 이태원까지 걸어갔다.
'오월의 종-본점' 이다. 그리고 정말 바로 옆에 부동산이 있다. 정웅 대표가 이태원에서 다시 빵집을 할 수 있게금 천사같은 도움을 준 그 부동산. 책에서 읽은 내용을 현실 속에서 확인하고 너무 신기했다.
본점에는 빵을 사려는 손님들도 북적였다. 난 사진만 찍고 내가 원래 가던 2호점으로 갔다.
2호점은 다행히(?) 손님들이 많지 않았고, 아직 빵들도 남아 있었다.
책에서 가르쳐 준대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먹고 싶은 빵을 골라 쟁반에 담았다.
이것도 먹고 싶었고, 저것도 먹고 싶었지만.. 오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양만 골랐다.
빵 봉지를 들고 나오려는데, 내 시야에 한 분이 꽂혔다. 우홧!!!
정웅 대표님이닷. 지인분과 얘기를 나누고 계셨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돌진!!
'안녕하세요 대표님, 책 읽다가 빵 생각이 간절하여 빵 사러 왔습니다. 책에 사인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이 이런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 ㅋㅋㅋㅋ
물론이라며 밝게 웃으면 이야기를 나누던 의자에서 일어나 사인할 펜을 가지고 오셨다.
'저도 ROTC 33 기 입니다' 푸하하하하..., 대표님께 내 존재감을 남길 수 있는 멘트를 날렸다.
초면이지만, 선후배로 묶었다 흐흐흐흐흐.
'앞으로 더 자주 오겠습니다' '빵 너무 많이 사지 말아요~'
너무 편하고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흔쾌히 인증샷까지 허락해 주셨다.
오늘 (25일) 받는 사인에.. '5월 16일'을 적어주시며..
" '오월의 종'이 시작한 날이 5월 16일이예요. 출판사에서도 일부러 그 날짜를 맞춰 주셨죠."
그 날짜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다.
오늘 대표님과 인연을 맺을려고.. 책을 읽다가 갑자기 빵이 먹고 싶었나 보다.
역시,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을 때 해야한다.
Mission Clear.
대표님의 사인까지 받을 책을 대표님의 빵을 먹으며 완독했다.
플래그도 많이 부치고, 줄도 많이 그어가며 읽었다.
빵을 만드시는 분 답지 않게(이것도 선입관이겠지만) 글도 너무 잘 쓰신다.
평일날 한가할 때 아내와 같이 빵사러 또 가야겠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문구를 남기며 서평을 마친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개념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집중하며 자유로워질 수 있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시간과 여유가 주어져서 생기는 행운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원하는 결과에 다가가는 과정이며, 그 모든 것이 나만의 것으로 느껴지는 상태라고 믿는다.
흐트러지지 않고, 지치지 않고 즐기면서 이 일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이 아이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들이 살아가면서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뭔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징조다.... 지금까지는 별로 불편하지 않던 평범한 삶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아닌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번지는 때가 있다.
나의 도달점은 다가오는 어느 시점의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빵을 만들고 내일의 빵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이미 존재할 수도 있다. 늘 어딘가에 잇을 것 같은 자유로움은 시간과 여유가 생겨야 얻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의지대로 하나의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자유롭다 표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