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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pr 18. 2016

한이 맺혀야 수집가가 된다

취미생활하다 보면 수집가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조금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이런저런 분들과 만남을 가지다 보면

대부분 어느 정도 그 분야에 한(恨)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근래에는 인터넷 환경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 애니메이션 감상 환경이라는 것 덕분에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손쉽게 읽고 잊어버리는 문화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시대에 속한 취미인들이 어떤 집착을 가지는 것을 보고

다른 세대에 계신 분들이 어리석다느니 무식하게 그런 것을 가지고 고생을 하는가? 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또한 수집(收集 : Collect)이라는 것이 취미 과정에 있어서 꼭 필요한

어떤 레벨이나 단계적인 스킬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과정은 어떤 독단적인 이데올로기로 이해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절대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생존적인 과정을 보면

같은 취미를 위해서라도 그것을 가지고 가질 수 있는 관할 영역이라는 것은

자기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것을 그 시간에 투자하고

희생(대비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희생이라는 단어를 쓰겠습니다)되는 가치에 대해서

얼마나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를 생각합니다. 

결국 그 취미가 a라는 출발점으로 단순하게 시작을 해도

그것이 문화적인 구성의 중심이 되는 A가 되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있어서

경험하는 많은 기준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생 경험상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취미에 있어서 실패한 그것을 가지거나 보거나 만지거나 가지고 놀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결과에서 나옵니다.


책을 보고 싶고

영화를 보고 싶고

맛난 것을 먹고 싶고

음악을 듣고 싶고

만화영화와 만나도 싶고

춤을 추고 싶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고

블록을 쌓아서 어떤 모습을 완성하고 싶은데

그 욕망,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바람에서 발생을 합니다.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볼 때

이런 부분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때에는 참 안타깝게 느끼고 집착을 하게 되지요.

치토스 광고 문구처럼

"언젠가 먹고 말 거야"

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년 간 까먹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추억을 더듬어가면서 그때 못했던 그것을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 시간 차이가 발생하지요.

A라는 소망을 위한 다짐을 하더라도

이미 그때가 아니다 보니

당시는 100원의 가치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또는 18세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가치가

충족되었다고 해도,

정작 그 물건을 만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안 되는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과거에는 100원만 있으면 볼 수 있었고

18살만 되면 볼 수 있었던

그런 A라는 것이

지금은 수중에 100원이 있고

18살이 되었지만 만날 수 없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런 스타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대부>였습니다.

007 시리즈는 이쪽을 좋아하신 아버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극장에 끌려다녔는데

워낙 어린애니까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라도 상관없이 볼 수 있었지요.   

오히려 어중간한 나이가 되어버리니까

이런 영화는 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작품 자체에 집착을 한 것은 아니었고

비비안 리의 의상이나 시대 연출 등에서

굉장히 연출, 만화 공부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작 영상 자체를 보지 못하니 멍~ 때리게 되었지요.

대부의 스타일리시한 영상 사진을 보면서 뭔가 모르게

그런 스타일을 꾸며보고 싶었지만 어려웠지요.

이후 영웅본색 같은 영화야 몰래몰래, 또는

비디오 대여시장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처음 원하던 시기와는 다른, 그리고 어떤 미련 같은 것이 있었나 봅니다.




나중에 대뜸 대부 VHS세트나 LD세트 DVD 세트 등을 전부 구입한 것도

특별히 영화에 어떤 집착이 있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못 이룬 감각적인 불만에 대한 보충 심리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나마 영화는 나은 편입니다.

음반, 음악 한 곡을 가지고 미련을 가지게 되면

이것은 한없이 따라붙게 되지요.

소유욕이 아니라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후회와 함께 말입니다. 

장난감 분야에서도 그런 점은 강합니다.

오디오 분야에서도 그런 것들을 종종 보지만

카메라, 오디오, 자동차에 대해서는 어른들도

동네 코흘리개 꼬맹이만큼 티격 대면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미묘한 심정이 되기도 합니다.

나름 이해를 하거든요.

(꼭 같은 분야는 아니더라도 취미적인 이해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대부분의 수집이라는 취미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다수의 존재는

그 취미 분야에 있어서 어렸을 적, 또는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얻지 못했던 문화적, 정신적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집이라는 형태가 되어버립니다.   

지금 당장은 구할 수 있지만 1년만 지나도,

6개월만 지나도 못 구하게 되어버릴지 모른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이지요.

(물론 세월이 지나 더 좋은 퀄리티를 가진 제품으로 다시 나오는 것을 보면

내가 왜 이런 바보짓을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취미를 가진 친구가 연민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대부분의 취미인, 어떤 연륜을 거친 취미인들은

대부분 알게 모르게 수집을 하고 맙니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이 취미수집이 중단되거나

이동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사랑에 빠질 때 (이것은 남녀 상관없이 다 적용됩니다)

결혼을 결심했을 때

애가 생겼을 때

애나 배우자가 속을 썩일 때

가족에 무슨 일이 생길 때

였던 것 같습니다.   


뭐, 이민이다 뭐다 하는 여러 가지 케이스도 있겠지만

(사업 시작과 더불어 취미를 접은 인간들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접근과 현실적인 목표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취미의 유혹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우에 봉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하겠지요. 

"만보야, 취미계는 너에게 맡기마. 너라도 열심히 남아서 멍 때리고 살아다오~" 

라고 말하고 장렬하게 생활전선, 가정 꾸리기에 뛰어들어 헌신한 전사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한 10년 20년쯤 지나서 연락 한 번 오지요.

"취미생활을 할 때가 즐거웠다~~~!" 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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