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공부 못하는 것들이 옆으로 샙니다.
다른 분들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언제나 '옆으로 새는 인간'이었습니다.
무엇인가 알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백과사전을 열어봅니다. - 인터넷 같은 것이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이라는 부분을 찾아가야 하는데 열어보는 도중에 '마녀사냥'이라는 항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유럽 종교와 미술 때문에 열어본 백과사전인데 마녀사냥이라는 항목이 눈에 들어오니까 그쪽에 쏠립니다.
아침이 돼서 보니 마녀, 마술, 지역사회, 탄압, 이성과 본성, 등 이상한 곳만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1989년 9월호를 찾던 중 6월호와 7월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 맞아. 그때 이런 것이 있었지."
"어? 이것은 그때 못 본 것 같은데……"
하고 하면서 관심이 옆으로 빠집니다.
처음 찾아보려고 했던 89년 9월 A에피소드와 상관없는 6월호 B에피소드, 7월호 C에피소드가 주는 호기심과 추억에 빠져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물론 과거에 읽었지요. 그런데 그때랑 지금 생각, 인식이 바뀌면서 그 문장을 보고 이해하는 방향이 달라진 것입니다.
추억하면서 다시 돌아보고 보는데 어느새 아침입니다.
찾아보려던 89년 9월호는 어느새 저만치 까마득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지요.
인터넷이 있으니 그냥 바로 입력하고 검색 보턴을 누르면 끝이고 즉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없던 시절은 백과사전 같은 책자를 넘겨볼 수밖에 없는데 그 목표로 가던 도중에 눈에 들어오는 단어, 사진자료들을 보고 살짝 빠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아침이 되어있습니다..
교수님이 알아오라던 것도 솔직하게 옆길로 샌 부분을 말하고 그것만 봤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공부 안 하는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대부분 문리, 예술 적인 면에서 끌리는 관심이고 물리나 수학 같은 곳에서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상황입니다.
쓸데없는 것을 보고 그것을 상상하고 궁금해하면서 시간을 소비하다 보니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수학 관련에서는 그런 상상의 여지를 발휘할 매력이 없지요.
그래서 수학은 반, 학교가 아니라 전국단위로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찍어도 1/4은 맞는다는 시절에도 수학 점수가 처참했지요.
제 경우 그 외 과목은 대부분 쉽게 접근을 했습니다.
공부는 안 해도 '문제가 왜 이런 형태일까?' 비슷한 답 비교 같은 형식으로 대충 점수는 따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숫자가 들어간 그쪽은 그게 안되더라고요.
어쨌든 저 같은 에헤헤 인간은 편리함만 생각을 하면서 공부는 안 하지만 백과사전 열어보기는 좋아하던 취미인이었다고 회고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공부 안 하고 다녀도 결국 사회생활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적표 받으려고 하는 공부'라는 것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