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이 작품 전후가 갈린다
솔직히 스토리 부분에 별을 몇 개를 주어야 할까 상당히 고심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전개되는 듯한 스토리에 그냥 보통 시간 때우기용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멋진 결말을 보여주어서 이것들이 차음부터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작가의 구성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까요. 이미 캐릭터 디자인에서 작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했고, 덕분에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장기간 연재한 작품이기도 해서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작품이었는데 좋게 완결되어서 기쁘게 생각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1996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지만 1988년 1월에 창간된 후지미쇼보의 드래곤 매거진은 당시 유일한 월간 라이트노벨 잡지로서 판타지와 SF, 그리고 특징이 있는 일본 드라마를 만들어 보여주었습니다. RPG라고 하는 역할 수행 스토리를 배경으로 다양한 세계관 창조가 나타났는데 이 중에서 특징이 강하게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아무리 보아도 그냥 웃기는 코미디에 치중한 생각 없는 스토리처럼 보였습니다.
조금 야한 장면, 캐릭터 연출을 통해서 보여주는 센스도 말 그대로 웃자고 만든 단순함이 보입니다. TRPG를 해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이런저런 세계관이나 역할 수행은 진행하는 사람들 개성에 따라 다양한 설정과 행동을 보여주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미소녀, 드래곤 하프인 밍크는 말도 안 되게 웃기는 상황을 나름 진지하게 수행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 웃기고 웃긴 상황에서 무시무시한 종말의 파국을 향해 달려가지요.
웃음과 긴박감이 더해간 이 작품은 이후 대단원의 결말을 내는데 그것은 끝까지 진지하게 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이 작품에서는 은근슬쩍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이나 만화, 판타지에 대한 패러디가 동반되어 있는데 그런 점들은 그 시대를 진지하게 경험한 분들에게는 참 진하게 우려 나오는 웃음이었다고 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 작품은 RPG라고 표기를 하고 '롤 플레잉 개그'라고 읽는 센스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이 명작은 여러 가지 기준을 말하는 작품이 되었고 여러 만화, RPG 장르에 있어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이전과 이후를 구분할 정도로 많은 이해관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때문에 아직 보지 않으신 RPG팬이나 게임 취미인이라면 목숨을 걸고 한 번 필독해 둘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2010
일본 쪽에 취미문화, 그리고 전반적으로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 작품은 왜 애니메이션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물론 1993년에 프로덕션 IG가 만든 2편짜리 애니메이션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이 작품이 가진 개성을 전부 보여줬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완결 전에 나온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지금이라면 더욱 좋은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데 말이지요.
그 원인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작가의 작품이 너무 강력하게 바뀌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초기 연재 때만 해도 주 스토리 라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그 구성 때문에 그림체가 신경 쓰일 정도가 아닌, 단순화된 면이 많았는데, 작가의 작화 능력이 빨리 업그레이드되면서 연재 후반부에 가서는 대단히 다른 구성을 보여줍니다. 초기와 중기 작화 구성이라면 아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여주기 쉽겠지만 후반부를 중심으로 작화를 담당해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면 대단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이야기였지요.
확실히 이런 부분은 지금 일본 만화계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장기 연재 작품 가운데 작가의 작화 능력이 발전되어 이후 다른 작품처럼 보이는 경우라는 것이지요. 그나마 21세기에 들어 데뷔를 한 작가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훈련, 완성된 자기 그림을 가지고 있어서 연재를 하면서 심하게 변화를 겪는 경우가 드물지만 동인 출신, 자질은 있지만 연재 작화를 할 여건이 안 되던 작가들이 환골탈태를 하는 경우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고 언젠가 애니메이션 같은 형태로 다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물론 가급적 작가 후반기 작화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꾸믈 품어보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시대상과는 다른 영역에 있는 작품 취급을 받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