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시대상이 담긴 러브스토리
우리나라에서 해적판으로 나왔던 순정만화 명작으로서 당시는 상당히 센세이션 한 후반부와 결말이 눈에 들어온 작품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여성작가다운 묘사와 캐릭터 갈등이 잘 묘사된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고전 순정만화 가운데 [캔디 캔디], [베르사유의 장미], [유리 가면], [올훼스의 창], [안제리크], [사랑의 아랑훼스], [밀크 하우스], [내 사랑 마리벨], [롯데 롯데], [사랑에 우는 바보]와 함께 제 나름 순정 고전 베스트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사랑의 무게감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토리로 그 감각을 유지하는 우수한 구성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지요. 물론 이 작품 결말이 저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감상 점수는 낮은 편에 속하지만 작품 완성도와 이야기 전개는 좋은 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다시 보면서 감동을 느껴보라고 하면…. 좀 어려울 것 같지만 말입니다. - 1996
나중에 문고판이 나왔던 것을 잠깐 볼 수 있었는데 연재 당시에는 매 회마다 4색 컬러 페이지를 연재되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당시 상당히 충격적인 컬러 페이지 연재력이 편집부에서는 화제였다고 합니다. 순정만화 작가들 중에서는 빠른 제작이 필요한 주간 연재나 손이 많이 가는 컬러 화보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인기 순정만화작가가 이렇게 과감한 노력과 투자를 한 작품이라는 것은 나름 대단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때문에 나중에 따로 그 컬러 페이지들을 살려낸 완전판 같은 것이 나오면 또다시 구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토리나 작품 구성은 상당히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추억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초기에 이 작품을 볼 때만 해도 당시 유행하던 금단의 사랑 영역을 넘어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을 했는데 정작 스토리 진행이 너무 무겁게 나가서 예상이 많이 빗나갔다는 것 때문에 인상에 깊게 남았다고 하겠지요. 시대상이 다른 연인, 사랑의 울타리 같은 것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작품 배경은 프랑스, 캐릭터들은 전부 어여쁜 캐릭터들로 구성된 형태인데 1970년대 순정만화의 정석을 만들어내었던 작가가 이렇게 진~하고 무거운 사랑에 대한 주제를 펼쳐줄지는 몰랐기 때문에 좀 거시기했습니다.
나름 1990년대 작품들까지 어느 정도 읽어보고 지냈다고 하지만 일본 순정만화, 그것도 1970년대 후반기에 속한 이 작품이 이런 색을 가진 작품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놀랐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그런 세비아 색, 짙은 슬픔을 내포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읽어볼 만한 러브스토리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당시로서도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들이 이어지면서 생각 이상으로 무거운 감을 가진 작품이었다는 감상을 미리 말해두지만요. - 2006
사실 이 작가가 그린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유한 구락부 有閑倶楽部]를 생각하면 이 작품 모래의 성은 대단히 색깔이 달라 놀랄 수 있습니다. 저도 작가가 같다는 것을 알고는 무척 놀랐거든요.
일본 취미 친구 가운데 리얼타임으로 이 작품을 접한 분에게 물어보니 확실히 이 작품 자체가 가진 매력, 무게감은 확연하게 다른 것이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아직은 구분되지 않았던 소녀 만화, 여성 만화 (일본에서는 레이디 만화라고도 합니다) 구성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소녀 만화가 아니라 레이디 만화 쪽에 속한 작품이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세대를 걸쳐 이어지는 사랑에 대한 무게를 지금 시대에 보면 표현에 제재가 있을 수도 있는 구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시대별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40년이 지난 작품 구성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개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데 지금 시대에는 만들어 내놓기 어려운 구성이라는 말도 나오는 이유겠지요. 덕분에 일본에서도 작가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면서도 정작 '유한구락부'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사실 캐릭터를 그린 구성이나 펜력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어떤 의미로 보면 이 시대였기 때문에 이렇게 진지한 스토리 구성에 표현이 세밀한 캐릭터 (주로 얼굴 표현이라고 하겠지만) 연출은 이때가 가장 강했다고 할 것 같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 여성 만화잡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조금 다른 형태로 성장, 변화를 마친 만화작가도 있었지만 이지쵸는 꾸준히 자기 작품을 소녀만화 잡지에서 발표하면서 개성을 이어갔는데 2007년에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분상을 받은 [프라이드 プライド]를 비롯하여 꾸준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단 작화는 확실히 모래의 성과는 다른 가벼움이 있지요. 40년을 넘게 작가 생활을 하면서 발표한 작품들 수도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특색이 강한, 그리고 지금 시대에 돌아보면 또 다를 것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