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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pr 17. 2020

전자오락, 게임이라는 장르

이게 취미가 될 줄은 몰랐지요.

제 취미 역사에 게임 관련을 이야기하자면 사실 별 것 없습니다.

저는 주변 취미인들, 게이머들에 비해 상당히 늦은 시간에 시작을 했습니다.

가정용 게임기들을 가지고 놀고 있던 친구들과 달리 저는 만화책을 보는 것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그쪽을 중심으로 열심히 음하하하 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봐도 이상한 화면 보면서 게임하는 것에 그렇게 빠진 편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동네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기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동네 꼬맹이들이 몰려 놀 수 있는 곳이라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 도시 생활에 있어 동네 오락실은 나름 행복한 신세계였으니까요.

다만 저는 처음 전자오락을 접한 게 만화방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동네 만화방은 좀 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만화방 한 구석에 뿅뿅 거리는 이상한 기기가 들어와 있는 경우가 있었지요.

그때 처음 본 것이 흑백 화면으로 움직이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 Space Invaders]였습니다.

예, 1978년에 등장한 게임으로 한국에서는 약간 늦은 시간대에 유행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대만을 경유해서 복제 기판 게임기가 국내에 풀리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만화방 한편 구석에 이 기기가 있었고 많은 애들이 그것에 열중을 하고 있었지요.

저는 만화책을 보는 비용도 모자란 판에 그것을 할 여유는 없어서 몇 번 구경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동네 오락실이 성행하게 되면서 여러 기기들이 들어왔고 그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역시 액션, 슈팅게임이었지요.

물론 시대는 1980년에 나온 [팩맨 : パックマン : Pac-Man]에 열중했다고 하지만 전 여전히 관심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학교 문방구나 오락실에서 즐기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저에게는 어려운 장벽이었기 때문입니다.


1981년에 [동키콩 ドンキーコング : Donkey Kong]이 새로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도 저는 정말 몇 번 밖에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도 에헤헤 하면서 조금 도전을 했던 게임은 있었습니다.

역시 1981년에 나온 [갤러가 : Galaga : ギャラガ]입니다. 다들 했거든요. 더불어 점수 경쟁도 하는 것을 보면서 참가를 했는데 정말 저는 이쪽에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좀 흥미를 들인 것은 [딕덕 : ディグダグ : DIGDUG]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한 것은 아닙니다.

1983년은 말 그대로 [제비우스 : ゼビウス : XEVIOUS] 열풍이었지요.

뭐 그래 봤자 저는 역시 한판 깨는 것도 힘든 실력으로 간신히 유지를 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같은 1983년에 나온 게임 중에서는 [엘리베이터 액션 : エレベーターアクション]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뭔가 모르게 주인공 액션이 코믹했거든요. 깡총깡총 뛰면서 총알을 피하는 것이 상당히 있어 보였습니다.

사실 1983년을 제패한 게임은 따로 있었습니다.

[하이퍼 올림픽 : ハイパーオリンピック : Hyper Olympic]이지요.

저는 이때 나름 재능을 발휘합니다. 연타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것입니다.

뭐 거의 이 정도가 어릴 때 즐겨본 오락실 게임이었습니다. 이후 군대에 갈 때까지 건드린 전자오락은 2~3종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이쪽과는 거리가 먼 삶을 하고 있었지요.


가정용 게임기를 처음 만난 것은 한 친구가 가지고 있던 PC엔진이었습니다.

NEC가 1988년에 등장시킨 제품으로 아직 CD-ROM ROM이 등장하기 전이었던 Hu카드 구성으로 즐기는 그것이 집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랐지요. 단 이 친구가 좋아하는 장르가 액션이다 보니 제가 흥미를 둘 게임이 없었지요.

다만 그로 인해서 가정용 게임기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지내다가 정식으로 게임, 가정용 오락기기에 손을 댄 것이 1991년이니 주변 다른 취미인, 게이머들에 비하면 한참 늦게 시작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취향이나 성격상 예체능계에 가까웠던 제 활동 영역에서 보면 컴퓨터를 잘 다루는 친구나 형님들 게임은 역시 이공계열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존에 친구들이 패미콤, 메가드라이브나 PC엔진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고 가지고 논 적은 있어도 단순 스크롤 형 액션 게임 정도나 슈팅 게임 정도였습니다.



1991년, 일본 유학 중 선배 권유로 슈퍼패미컴을 손에 넣고 난생처음 한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 4]!! 무척이나 재수가 없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이전에는 숫자 놀음으로 보이던 RPG 게임이 인생에 있어 새로운 재미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장장 20일가량을 결석하는 맹위를 떨쳤습니다.

이유는 RPG를 처음 하다 보니 무조건 레벨을 99까지 올리고 가야 하는 줄 알고 레벨 올리기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 진행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감동에 빠지면서 RPG와 시물레이션 관련 게임들에 연속으로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일본 닌텐도(NINTENDO) 슈퍼패미컴 (해외명 : 슈퍼 닌텐도)은 1990년 닌텐도사가 기존 8비트 게임기 '패미컴'으로 돈을 쏠쏠히 벌어 재미를 보고 있자 SEGA 같은 어케이드를 기반으로 한 회사들이 가정용 게임기 시장으로 발판을 넓혀오려 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하여 새로이 16비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만든 게임기로 PCM 음원을 사용하며 32,678색 컬러. 한 번에 256 컬러를 사용하고 워크 램 128KB, 그래픽 램 16KB를 사용하는 게임기입니다. 닌텐도라는 브랜드를 확고하게 만들어 준 수많은 게임이 이 기종으로 탄생하였으며 명작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동시대 세계 1위 게임기였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취미 인생을 정신없게 만든(?) 장본인이 되는 기종이기도 합니다.

2000년까지 소프트를 내놓아 엄청난 판매수를 기록했지만 한국에서는 PC환경 기반이 아주 좋아지면서 에뮬레이터 덕분에 많은 이들이 다시 그 옛날 명작에 불타오르고 있다고 하겠지요. 사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프트(롬)와 펜티엄 166만 되어도 실행시키는데 문제가 없는 것,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Win2000도 대응하는 등 즐거운 형태로로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1994년까지 대부분 롬을 구입해 즐겼지만 이후에 등장한 디스크 기기, 패왕이나 UFO와 같은 기기를 사용하면서 에디팅을 하게 되었고, 한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2000년에 들어서 에뮬이 있는 것을 알고 다시 추억에 빠져 줄줄이 건드렸습니다.


한번 RPG라는 장르에 빠지고 시뮬레이션 명작들을 만나보니 이후 타 기종에서 나오는 작품에도 흥미가 생겼고, 그 때문에 기기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NEC제품군은 CDROM 타이틀이 나오면서 비싼 편이었는데 살까 말까 하고 고심하던 중, PC Engine Duo라는 기기가 나오는 바람에 이것을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이전에는 Hu카드를 사용하는 코어 부분과 CD-ROM을 읽어주는 부분이 나누어져 판매했는데 이 듀오 제품부터는 일체형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이 게임기를 통해 즐겼던  최고 소프트라고 한다면 역시 [천외마경] 시리즈입니다.

특히 '2' 완성도는 정말로 당시로서도, 지금 와서 되돌아보아도 상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동적인 라스트 음악에 뿅 가서 CD음반도 구입하여 가지고 있습니다.


SEGA에서 내놓은 매가 드리아브는 사실 건드릴 생각을 안 했는데, [샤이닝 포스]시리즈라는 걸출한 작품이 나오니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사실 슈퍼패미컴을 제외한 그 외 기기들은 해보고 싶은 게임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생각 없이 구입을 한 덕분에 먼지 먹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3강 하드웨어를 접하게 되고 저는 의도하지 않게 게이머가 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게임 관련 회사에서 취직하지 않겠냐는 제의도 2번이나 받았던 묘한 경험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시대였다고 하겠지요.


차세대 32비트 관련 게임기 시장에 대한 여러 관계 시장 흥미도가 높아지면서 그쪽 관련 글이나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데 저에게 까지 연락이 와서 몇 번 아는 체했더니 자꾸만 연락이 와서 놀랐지요.

한국에서도 게임 관련 이해와 저변 확대가 확실해지면서 강한 취미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하겠지요.

주변에 관련 업종을 선택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제작, 유통, 판매, 행사 기획 등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놀랐더랍니다.


물론 그 게임 시대의 열정을 이어받아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은 설마 했던 소니였지요.

저는 별 것 없이 3D 대전 게임 [철권]을 집에서 원 없이 해보고 싶어서 덜컥 구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취미 친구들이 집으로 많이 놀러 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상당히 높은 동네에 살아서 일반적으로 잘 놀러 오지 않는 제 집에 말이지요.



사실 시장 패권과 상관없이 세가(SEGA)에서 내놓은 새턴은 걸작 게임기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세가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32비트 게임기로 높은 성능에 비해 좀 멍멍한 전략성 덕분에 시장에서 고전한 게임 기종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아직도 가끔 가지고 노는 기종이기도 합니다.

[버추어 파이터]는 이미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3D 격투 게임의 원조로서 이 쪽에서 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메인 소프트였습니다. 지금처럼 PS2용으로 다시 나온 것을 보면 좀 눈물이 나지만 말입니다(^^).

[랑그릿사]시리즈는 역시 이쪽에서 가장 강력한 중견 소프트로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재미를 안겨 주었었지요. 한동안 닌텐도의 [파이어 엠블렘]과 비견될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기렌의 야망]은 사실 이쪽이 원조입니다. 빠른 로딩 덕분에 그나마 지겨울 것 같았던 분위기를 잘 살려내었습니다. 이후의 PS 판이나  PS2판과의 비교는 잔인하지만 오리지널의 멋을 충분히 보여준, 감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한동안 다시 프라모델에 열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샤이닝 포스 3] 3부작 시리즈는 결국 새턴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완벽한 에뮬레이터가 나오지 않아 기기를 가지고 울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역시 이렇게 시뮬레이션 RPG로 완성되어야 그 재미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스타]시리즈는 SEGA의 운명을 건 온라인 게임으로의 확장성까지 보여주었습니다만 개인적인 감상으로 보면 캐릭터가 좀… 그렇고 그러했습니다.

[세가 렐리]가 보여는 레이싱 게임이라는 무엇일까요? 랠리 게임의 드리프트 완성도는 대단히 높았고 이 재미를 가지고 최고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실제 주행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_-;).

[데이토나]시리즈는 틀림없이 통쾌한 재미를 보여주었지만 세가가 가지고 있던 마니악한 면에서 본다면 좀 너무 대중적으로 다가간 작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러나 완전히 대중적인 작품도 아니어서 어중간한 면에 있는 중견, 강세의 작품이라고 봅니다.

[사쿠라 대전]이 등장했을 때는 정말 새턴의 전성기가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즐거워했지만 결국 새턴은 한발 물러서고 말았지요. 제가 새턴으로 정말 즐겁게 했던 마지막 추억을 새겨준 작품입니다.



닌텐도 64 (NINTENDO)는 경쟁사들이 32비트 게임기를 내놓고 있을 때 버젓이 롬 버전에 64비트 게임기로 등장한 닌텐도의 차세대 야심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우거 배틀' 시리즈와 과 '슈퍼로봇대전'이 이쪽으로 덜렁 나오는 바람에 구입한 기종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하드웨어가 안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주 딱 까놓고 얘기해서 저는 두 타이틀외에는 이기기를 건들지 않았습니다.

[오우거 배틀 64]를 하기 위하여 구입했다고 할까요?

[슈퍼 로봇대전 64]는 역시 킬러소프트로서 재미를 확보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역시 한동안 CD게임으로 음성을 듣다가 못 듣게 된 것은 좀 안타까웠지요. 물론 로딩이 없는 환경에서의 게임이라는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쪽으로 유명한 소프트는 [젤다의 모험]이 있습니다만 저는 잘 못하는 액션 RPG이기 때문에 (솔직히 이것 전편인 슈퍼패미컴 판 '젤다의 전설'에서 질려 버리는 바람에 액션RPG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피장파장?)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슈퍼 마리오 64]와 [마리오 카트]와 같은 게임을 말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그냥 손님 접대용 게임으로 마련해두었을 뿐이었습니다.



반면 상당히 불안한 출발을 했던 PC-FX (NEC)는 정말 어중간했지요.

언제나 앞서가는 선진기술을 도입해 선도자격이었던 NEC의 차세대 작품은 바로 이 녀석이었고 이 FX에서 보여준 작품들은 타 기종으로 차마 이식조차 못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이나 당시나 초 매니악한 하드로 남아있는 녀석 가운데 하나인데 만일 이때 소프트 전쟁에서 좀더 강력한 킬러 소프트를 구성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란 아쉬움이 남는 기종입니다.

시장에서 소멸하기 전까지 결국은 성인용 소프트를 중심으로 한 각종 작품을 내놓았는데 완전한 성인용도 아니고 어중간한 과정, 여기에 DOS-V나 윈도우 같은 기존 NEC진영에 치명적인 존재가 부각되면서 결국 게임기로서 수명이 어정쩡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점이 무척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여러 콘솔게임기를 비롯하여 PC쪽까지 영역을 넓히게되면서 알게모르게 게임을 즐기는 취미인이 되어버린 저는 세상이 참 오묘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오늘도 에헤헤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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