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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ug 04. 2020

블로그라는 '일'

이게 일인가?라는 생각을 하지만

1984년, 공책에 이런저런 취미 기록을 손글씨로 쓰고 있던 저는 정말 글씨를 못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보통 공부를 하는 경우 이렇게 저렇게 글을 써가면서 외운다고 하는데 은근 공부를 하지 않아서 거의 소모되는 연필이 없었던 만큼 (대신 쓸데없는 낙서, 그림을 끄적이느라 소비한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악필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를 통한 타이핑이 훨씬 깔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들이 손으로 리포트 쓸 때, 타이핑, 프린트한 리포트를 가지고 가는 편한 선택을 했지요.


1987년, 만화를 그리려면 그 스토리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작문을 시작했고, 연필로 대충 끄적인 스토리 설정이 약 4권 분량 정도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끄적였던 취미 기록들을 찾아보니 이것도 한 10권 정도 나오더군요.

장난감, 만화, TV 방송을 보고 적어둔 것. 그리고 팝송을 기반으로 한 개인 감상과 나만의 랭킹 등이었습니다.

이것들을 그냥 공책에 남겨두기보다는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약 800타이틀 정도 되는 감상문을 정리해 TXT로 남깁니다.


1992년 일본에서 사용하던 시스템 구성에 상당히 좋은 기기들이 있어서 일본에 사귄 친구들과 이런저런 기록을 덩달아 기록하는데 과거 써둔 감상 기록을 더해서 함께 완성해둘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알게 된 새로운 것들을 정리하는데 그중 하나가 오디오, 그리고 여행, 세계기록에 대한 이해 등입니다. 한국과 달리 지역 도서관, 자료들이 제법 풍부했던 것도 있어서 (더불어 만화책 잡지도 보관하는 곳이 제법 있다 보니) 이리저리 둘러보고, 동네 중고서점, 일반 서점 등을 열심히 들락거리면서 나만의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1996년 한국에서 모뎀 통신을 통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는데, (사실 동아리 활동보다는 채팅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과거와 달리 여러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어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취미 기록을 써 올리게 되는데 이게 딩가딩가 444선이었습니다.

만화 감상문 444개

애니메이션 감상문 444개

게임 감상문 444개

오디오 감상 444개

장난감 감상 444개를

써두겠다는 생각에 주욱 과거 텍스트를 대충 정리해 올렸는데 그로 인해 이런저런 취미 인맥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1998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구축하다는 붐이 이는 것을 보고 건드려볼 생각을 했지만, 문제는 글만 가지고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래픽,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자료들을 하나둘씩 만들어두게 됩니다.


1999년 약 2000여 감상 글과 이미지들을 잔뜩 넣어 만든 홈페이지를 만들기는 했는데 이미지 용량들이 너무 무거워서 찾아온 이들이 너무 느리다고 뭐라고 합니다.


결국 운영 자체가 어영부영 넘어가다 2000년대 초 웹진을 맡아서 일을 하게 되면서 나름 체계 있는 DB시스템에 맞추어 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부분을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블로그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마침 관련 구성일을 하던 친구 이야기도 들어서 하나 만들어둘까 생각을 합니다.


2003년 말에 좀 한가해지면서 국내 서비스들을 찾아보니 이글루스와 네이버, KT파란, 싸이월드에서 나온 네이트 구성들이 다양성을 보여주었지만 편하고 안정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전부 다 동시에 써두기로 합니다.

과거 경험상, 애써 써두었는데 시스템이 바뀌거나 회사가 없어지면서 써둔 글들이 다 날아가는 경우가 발생했으니까요. (특히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에 다 가입되어 있던 저로서는 텍스트들 재정리하는데 좀 그렇고 그러했습니다 - 게다가 웹소설도 쓰고 있었으니 그 양이 좀 많았습니다)


2004년 우선, 네이버와 이글루스, 파란에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과거에 써둔 들에 블로그 구성에 맞게 이미지를 하나씩 넣어두는 것인데 덜컥 첫날부터 용량 제한에 걸리고 말았지요.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서 6개월 동안 약 2400 여개 정도 되는 포스트를 써 올렸습니다.

일일 용량 제한을 꽉 채워 가면서 쓰다 보니 금세 취미 로운 분들에게 알려져서 조금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식하게 포스트를 써 올리니 아무래도 수상해 보였겠지만요.


네이버 시스템은 꾸준히 변화를 가지면서 일일 제한이 5MB에서 20MB까지 확대되고 드디어 100MB까지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에헤헤 했지만 시스템 구성이 바뀐 것 때문에 그만큼 이미지를 확보, 리사이즈, 올리는 것에 고심을 하게 됩니다.

아직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웹에서 쉽게 이미지를 구할 수 없었던 때라서 열심히 방구석 책자들을 꺼내서 스캔하고 사진 찍고 해서 사용할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리사이즈해서 업로드하는 일이 되다 보니 사용되는 용량이 금세 소비되고 말았지요.


취미로 돌아다니면서 찍고 다니던 것도 처음에는 주변에서 이상하게 봤지만, 블로거들 활동이 많아지면서 이제 어디를 가서 무엇을 찍고 다녀도 그런가 보다 하면서 넘어가 주니까 편해졌습니다.


단, 그때와 다르게 서서히 블로그를 일로 생각하는 이들, 그리고 그것을 업종으로 생각해 시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써놓은 포스트가 많다는 것 때문에 방문자도 좀 늘고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연락은 오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없었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그렇고 그래서 저는 마이웨이를 가게 됩니다.

물론 대형 가전제조사에서 나오는 신형 기기에 대한 접근은 즐거웠습니다.

그와 함께 속칭 파워, 스타 블로거들과 연을 맺으면서 그런 활동을 바라볼 수 있었고요.


그러나 역시 그것이 일이 되는, 의무감으로 진행하는 것은 확실히 제 취향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의도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 또는 좋지 않은 점까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확실히 득이 되는 것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안 하게 됩니다.

연락 오는 것은 전부 거절을 했습니다.

은근히 귀찮아요. 그것을 일로 삼고 전문으로 열심히 하는 분들은 생계에 관련된 부분도 있으니 열심히 할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아무래도 '취미'이다 보니 그 경쟁 라인에 서는 것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2010년도를 넘긴 상황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새내기 블로거, 프로 블로거가 되기 위한 사람들의 열망은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주변에서는 인플루언서 같은 상황으로 이해되면서 좀 귀찮아지기까지 하더라고요.


다만 일로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은근 그런 연락도 적당한 선에서 안 오게 되더라고요.

나름 행복하기는 했지만 은근 양이 많다 보니 과거 글들이 묻혀버리는 것을 알게 됩니다.

블로그 내에 검색창이 있으니 그것으로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데 급작스러운 블로그 붐으로 인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질문이 늘어가는데 너무 많이 몰리니 참 설명하느라 하루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심할 때는 하루에 30건 가까이 몰려오니 참 그렇고 그런 시간이 소비되었다고 할 것 같습니다.


제일 그렇고 그런 것은 답을 얻고 다면 그냥 답글 댓글을 전부 지우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보니 좀 그렇지요.

가끔 포스트로 따로 써서 대답을 써두기도 했는데 어떤 때는 그것을 지워달라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가 시스템 구성을 바꾸면서 2.0. 그리고 큰 변화를 거쳐 지금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과거 포스트 규격들과 호환성이 많이 떨어져 버리게 됩니다.

특히 플래시를 기반으로 구성했던 포토편집이나 동영상 구성들이 대부분 달라지면서 전부 재업을 하던가, 아니면 포스트가 지금에 맞지 않더라도 그냥 과거 구성에 맞추어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이미 8천 포스트 이상을 써둔 저로서는 그것들을 전부 일일이 수정할 수 없었기에 훌쩍하게 됩니다,


2012년을 넘어가면서 전문 불로거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제가 만든 이미지나 글을 복사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대부분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 양을 많이 쌓아두어야 있어 보인다는 것 때문에 포스트 양이 많고 관리를 잘 안 하는 블로그에서 열심히 카피하는 것이었지요.

더불어 2008년 후반기부터 본격적인 광고꾼들이 늘어나면서 블로그라는 이름을 가진 광고 사이트들이 팍팍 늘어났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돈이 있고 그래서 또 이런저런 이들이 몰린다고 하지만 은근히 귀찮았지요.

이것은 네이버를 비롯한 다음, 일본 fn2, 구글 블로거까지 전부 침투한 상황이다 보니 당연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에 대응해야 할 시스템이 자유로움을 강제할 수 없는 구성이다 보니 결국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광고꾼들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블로그라는 파티장이 어느새 돈만 바라보는 광고꾼들에 의해 잠식되어버린 것을 보니 은근 블로그가 좀 그렇고 그렇게 느껴져 이사를 할 생각을 했지만,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일반 이사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안되더라고요.


완전히 전부 새롭게 짜던가, 아니면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1만 포스트 가까이 써둔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일일이 수정한다는 것이 어려웠지요.

가뜩이나 파란과 네이트가 없어지고, 다음 쪽은 카카오와 통합되는 과정에서 블로그 쪽 구성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나마 믿었던 이글루스는 동영상 첨부가 안 되는 구성이 되고, 저처럼 글이 많은 포스트를 쓰는 사람에게 툭하면 제한이 생겨 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는 블로그는 네이버가 중심이 되었고 다른 곳들은 그냥 개장 휴업 상태가 되었지요.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각 블로그 운영진이 시스템을 바꿀 때마다 가서 이런저런 경험은 해보고 있지만 그나마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 네이버뿐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완전 독립을 해서 개인 블로그 구성을 가질까 했지만, 이게 양도 많고 마침 크롬 기반에서 완전히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발표 때문에 계획을 좀 달리 해야 했습니다.


결국 일반 사회생활을 정말 은퇴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그냥 덤덤하게 지나게 되었지요.


일반 업무도 있고 그 안에서 어느 정도 동영상 관련 일도 있어서 나중에 비디오 블로그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관련 일도 좀 해봤지만 역시 전념하는 과정이 아닌, 취미로 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말 그대로 저는 일이 아니라 취미로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블로그, 또는 글로 정리해 써두는 것도 취미이니까요.

업무상, 글과 이야기를 여기저기에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 의뢰에 의한 글이다 보니 제 의견과는 다른 형태로 쓰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좀 그렇기도 했습니다. 뭐, 취미 로운 세상에서 이런저런 것 전부 따지면 더 귀찮지요.


사실 주변을 잘 돌아보면 취미, 오락으로서 블로그를 하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사회적 유혹, 금전에 약한 부분은 존재합니다. 그런 것 때문에 꾸준히 불법 아닌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은 좀 그렇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불편한 상황이 오래되면 그냥 참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 불편함이 일상이 되어버리니까요.

다양한 기능이 있다고 해고 그냥 습관적으로 언제나 사용하는 기능만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처럼 말입니다. 더 많은 편리함을 위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지만 결국 사용되는 부분은 그냥 사용하는 사람만 건드리는 부분이 되니까요.


제 기준에서는 블로그가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일이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터이니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별생각 없이 그냥 돈거래 장소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보기 때문에 아쉽다고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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