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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ug 06. 2020

무언가를 계속 갈망한다는 것

당연히 그만큼 지갑은 가벼워집니다.

돈 들어가는 취미영역에 속한 소프트 모으기는 은근히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지만 정말 돈 들어갑니다.

영상 소프트웨어가 일반판매를 시작한 이후 그것을 포맷별로 구입하는 것은 취미라기보다는 집착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제 경우에는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화면, 음질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서라고 자위를 하지만 확실히 일반인이 보면 괴상한 영역에 있는 것이 맞습니다.

비슷한  취미인들끼리 모여서 서로 새로 나온 무언가를 구입했다고 친목&자랑도 하면서 위안을 받지만 사실 쓸모없는 구성도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근래에 느낀 것이 이 타이틀이었지요.

이 작품 [슈퍼맨 Superman]은 1978년 작품으로 당시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영상 연출로 다양한 재미를 보여준 작품이면서 DC 기반으로 출발 한 영웅 드라마에 있어서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입니다.

1948년 흑백 영상으로 시작한 슈퍼맨 시리즈 때를 생각해봐도 확실히 하늘을 하는 초인의 영역을 잘 보여준 것은 대단히 오락적이지만 서사시와 같은 형태로 슈퍼맨의 탄생과 성장과정, 그리고 일반인 생활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슈퍼맨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었지요.


물론 그런 대 서사시 구성과 추억 어린 개성이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영상 포맷의 변화에 있어서도 꾸준히 발매 되는 메인타이틀이기도 합니다.

VHS - LD - DVD - 블루레이 - 4K 블루레이 형태로 시장에 출시되었는데 말 그대로 1978년부터 지금까지 나온 거의 대부분의 영상 포맷 타이틀로 다 나온 작품입니다.

베타나 VHD 같은 마이너 포맷으로도 나왔다는 기록이 있지만 저는 구입한 적이 없어서 모릅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몇몇 작품을 포맷이 변할 때마다 구입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보니 현자 타임이 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특히 이 타이틀을 봤을 때였습니다.

예 블루레이까지 구입을 했었던 슈퍼맨인데 다시 4K 제품이 나온다고 해서 어흐흑 했습니다.

마침 일 관계로 8K 영상 구성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2020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그쪽 관련 콘텐츠가 제법 많이 제작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불어 관련 소프트 제작업체도 은근 그런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고) 

저는 그냥 포기하고 다음 세대에 나올 소프트를 구입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런 데, 갑자기 판매 제품에 스티커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이미지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품 왼쪽 아래에 'HDR 대응 소프트'라는 것이 떡 붙어있습니다.

어흑. 전 이미 VHS와 LD DVD를 전부 다 구입했습니다.

그것도 일반판, 박스(극장판 1-4편 모음) 구성까지 쓸데없이 다 구입을 했던 바보였기 때문에 쓸데없이 더 들일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HDR구성에 한번 더 마음이 흔들렸더랍니다.


4K 영상 기반까지는 어떻게 즐기는 환경이 되었다고 해도,

HDR대응 소프트는 이제 초기라서 은근 소프트가 부족합니다.

게임을 하는 분들이라면 재미 영역을 더 넓힐 수 있겠지만 일반 영상소프트로 즐기는 분들에게는 가상 HDR을 제외하고는 만나보기 어렵지요.


그래서 마음이 흔들렸던 것입니다만,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덩달아 해외 주문이 귀찮아지면서 보류하게 되었지요. 특히 돌비 애트모스나 울트라 DTS X 같은 가정용 서라운드 시스템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더욱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하겠습니다.




VHS보급률을 넘어서 DVD급 화질이 대대적으로 전파되어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포맷 변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인터넷 기반을 통한 영상 서비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 수치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덩달아 이런 디지털 미디어 발전이 큰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음 기준이었던 블루레이급에 와서는 HD-DVD와 함께 포맷 싸움이 지루하게 길어지고 더불어 영상기기, 디지털 TV 시장 전환이 늦어지면서 차세대 영상 포맷과 기기, 그리고 시장은 2020년인 현재에도 대단히 협소한 구성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AV기기 교환주기가 빠른 분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돌비 디지털 11.2 채널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이것도 확장 구성이고 기본은 5.1~7.1 채널 구성에서 그렇게 바뀌어 있지 않지요.


게다가 주변 재건축 상황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거주지를 새롭게 지어서 딩가딩가 할 생각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역시 막무가내로 구입을 할 여유는 없습니다.

취미 환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간 확보가 어떤 형태로 구성될지 아직 정리되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제가 몇 년 주기로 작성해두는 '나의 미래계획'에 따르면 지금과는 다른 환경에 머물러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뭐, 이 계획서가 그대로 실현된 일은 거의 없었지만 나름 꿈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적어두고는 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정말 꿈 이야기였지만 인생에 철분이 더해지면서 조금씩 현실적으로 바뀌었지요.


사실 그런 계획에는 이렇게 무모한, 소프트 중복구입 같은 것은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자꾸만 유혹해가는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탐욕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하겠지요.


결국 세상을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어떤 것을 갈망하게 되면 모든 것을 원한다는 것.

그 만족감을 얻지 못하면 그것을 얻기 위해 더욱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만족의 영역은 계속해서 바뀌는 시대의 현실과 함께 변해갑니다.

과거에 꿈꾸었던 3관식 프로젝터에 대한 꿈도 지금은 4K 레이저 프로젝터로 바뀌어 있으니 말입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갈망한다는 것은 그 만족감을 얻기 위한 확대와 함께 지갑 충전, 그리고 소비라는 형태로 이어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 본연의 구성만으로 완벽한 만족을 얻기란 어려운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소비되는 사회를 위해 생산되는 꿈(이라고 쓰고 욕망이라고 읽는다)의 확대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도 그 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개 취미인 일 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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