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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pr 28. 2016

막 시작을 해도 준비된 것처럼

바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 행운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환경'이 뒷받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여타 블로거들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것이 블로그를 하기 위한 스킬이나 환경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취미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블로그를 이어갈 수 있는 소재거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부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글 소재, 테스트는 넘치도록 많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한동안 네이버 블로그 시스템 내에 민폐를 끼쳤다고 하겠습니다.

매일같이 이미지 용량을 다 써가면서 6개월 정도 주야장천 포스트를 써 올렸으니 말입니다.


쓸 때는 몰랐지만 좀 너무하기는 했습니다

지금 봐도 상업 블로그가 아닌 일반 취미 블로그인데 포스트 올라간 수가 장난 아니게 많았습니다.

당시 저는 주변 블로그를 돌아보지 않고 그냥 내 것만 써 올린다는 식이었기 때문에 이런 수로 써 올리는 것이 좀 심하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20~30여 포스트를 5~6개월간 써댔으니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분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고 하겠습니다. 초반에는 대충 써두기만 하고 (속칭 컨트롤 + C ----> 컨트롤 + V 하는 식이었지요) 써둔 것이 많이 있었으니 양산은 쉬웠다고 하겠습니다.

카테고리 포맷도 간편하게 나가기로 하고 후다다닥 써두었습니다.

과거에 했던 작업이 있으니 거의 구성 자체는 있는 그대로 사용을 했지요.

단, 한글과 엑셀 파일을 거쳐서 글이 이동하다 보니 가끔 에러가 생기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지금도 가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쓸 것은 많았지만, 그것들을 재구성하고 다시 쓰면서 포스트로 만드는데 필요한 환경 구성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런 바탕들이 되다 보니 짧은 시간에 후딱 가공해서 마구 올려둘 수 있었지요.

주변 친구들보다 컴퓨터는 한참 늦게 시작을 했지만 그 친구들의 (사악한) 조언을 받아 한방에 좋은 것을 장만했기 때문에 모니터, 스캐너, 티지 타이저(태블릿)를 비롯하여, 디지털카메라로 찍어두는 적당한 기술과 많은 사진 이미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잡고 건드리면 말 그대로 양산이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CRT모니터는 이렇게 장난감이나 가샤폰 피겨를 올려둘 수 있어서 좋았지요.


블로그 시작 때만 해도 저는 CRT 모니터를 쓰고 있었습니다.

소니 20인치 모델로 나름 고화질 작업을 하는 것도 있어서 주제에 안 맞게 이런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당시 에이조와 NEC, 그리고 소니 모니터는 나름 작업자들에게 있어서 좋은 기준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취미와 일을 겸하고 있던 상황이지만 아직은 브라운관 화질에 준하는 LCD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CRT를 계속 사용했고 그 위에 아기자기한 애들을 올려둘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재미는 LCD 모니터로 가면서 못하게 돼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사용하고 있던 '윈도 NT'와 '2000'에서 XP로 넘어갑니다.

업무와 함께 환경적 접근이 있었기 때문에 서버를 사용했지만 방구석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진 만큼, 이런저런 세팅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한동안 쓰지 않던 스캐너를 꺼내서 다시 장착시켰는데 몇 번 쓰기도 전에 바로 맛이 나가서 훌쩍였습니다. 취미 DB(엑셀용 파일)에 쓰려고 과거에 만들어둔 이미지가 너무 작아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게 새로 스캔을 해야 하는데 이게 참 눈물 나는 일이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단순하게 텍스트로만 정리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이 너무 밋밋하게 보여서 결국 스캐너도 새로 구입을 하게 됩니다.




독립과 함께 여유가 생긴 것이 좋아서 무척 많이 나가 놀았습니다.

업무형태가 아니라고 하면 전 기본 아웃도어형입니다.

컴퓨터도 취미적인 관심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이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블로그가 초창기에는 무척 불안정하고, 저녁 시간대. 이용자가 많아지는 시간에는 무척 버벅거리는 꼴을 보기 싫은 것도 있어 저는 주로 낮시간에 후다닥 써두고 밤에 나가 놀았습니다.

너무 일만 하고 살았던 시기에 새롭게 나온 것들을 만나보고 경험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뭐 같은 IMF 시절을 거치면서 일을 하다 보니 좋지 않은 버릇도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 시즌 2가 시작되면서 과거 막 써놓은 포스트들을 재정리하려고 했지만 워낙 에러와 충돌이 많이 일어나서 결국 그대로 두고 새로 포스트를 쓰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폰트도 단순하게 '굴림' 하나에 평균 폰트 사이즈도 12PX, 큰제목이나 강조는 14~18PX로 작업을 했는데 이런 포스트들은 지금 보면 굉장히 어색해서 눈에 들어올 때마다 다시 수정을 해두고 있습니다.

다만 2016년 4월 현재 기준으로 써둔 포스트가 13000여 개 이상이고 중간에 시스템 에러로 인해서 수정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어서 그냥 그대로 두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업무적인 경험도 더해져서 디지털카메라를 손에 잡아볼 일이 많았는데 과거 어떤 일로 인해서 사진이 많이 팔려나간 것 때문에 새롭게 찍어야 하는 것도 생겼습니다. 프리랜서라고 해도 해외에 나가는 일이 있는 일이다 보니 업무용이 아니라 취미용으로 따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캐논 G2와 올림푸스 4040Z를 가지고 그냥 밀고 나갈 생각을 했지만, 오랜 시간 사용할 블로그라고 하면 앞으로 변동될 제 기준에 맞추어 사용할 수 있게 조금 더 좋은 이미지를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2~3년 내에 충분히 블로그 환경이 더 좋아질 것이고 더 고화질 이미지를 요구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영화, 비디오 관련 포스트들은 나름 기준을 잡아 썼습니다.

줄거리 내용을 쓰지 않는다, 누설, 미리 내림을 하지 않고, 감상 후 이야기를 중심으로 쓴다는 것입니다.

왜 이 작품을 보려고 했는가 하는 것과 보고 난 후의 감상을 중심으로 쓰는 것이다 보니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감상문들은 그래도 틀이 있었는데 영화 쪽은 조금 엉성하게 써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블로그 포스트 밸런스를 맞추고 싶은 욕심에 오히려 작성에 더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당시에는 포스터 이미지를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미루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영화 포스터 이미지를 구하기 쉽지 않았지요.

해외에 가서 영화 관련 데이터북을 사보아도 대부분 흑백으로 된 것이 많아서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거의 소장하고 있던 DVD나 LD표지를 찍어서 올리는 형태로 포스트 이미지를 만들어 썼습니다. 고생이었지요.

하루 용량 제한도 있다 보니 아주 최저치로 낮추어 재조정하면서 올려야 하는데 조금 작업이 많아졌습니다.

기존에 있던 글을 고쳐 쓰는 것과 달리 작업 자체를 전부 새로 해야 하는 것 때문에 나름 고달팠다고 하겠습니다.

그나마 타이핑이 빠르다는 것 덕분에 후다닥 처리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과거 영화, 포스터 이미지를 구하기 어려운 작품에 대한 감상문 정리들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고, 나쁜 습관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키보드는 처음 건드린 것부터 시작해서 워드프로세서와 업무용 워크스테이션들이 전부 기계식 키보드를 쓰고 있어서 저는 당연하게 기계식만 사용을 했고 개인용 키보드도 꾸준히 기계식만 사용을 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다다다다닥 거리면서 타이핑할 수 있었던 것이 나름 단조로운 타이핑 환경에 리듬감을 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지금은 조금 취향이 바뀌어서 리니어 타입(체리 흑축)을 선호하지만 제품군이 줄어들어서 좀 아쉽다고 생각을 합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과거 작품에 대한 감상의 정리, 생각의 조정, 그리고 자신의 생활변화에 따른 시야의 폭을 또 다르게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10년 전에 보았던 작품을 다시 보니 그때와는 다른 감상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연도별 감상 표기도 새롭게 하려고 했는데 이것은 조금 나중으로 미룹니다.

참고로 이때 미국 드라마 DVD수집에 열을 올리기도 합니다.

해외 취미인 인맥 동원해가면서 이런저런 음악 DVD들도 수집하고요.

조금 쓸데없이 많이 모았습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모여서 제 블로그에서 사용되는 취미 DB와 잡스러운 이야기는 꾸준히 양산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의미와 좋지 않은 의미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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