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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pr 28. 2016

나는 모른다…… 그래서 행복하다

간단하게 생각했다가 쓸데없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선택에 곤란이 생기지요

모호한 이야기지만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고언 명사(古言名辭)와 함께 더불어


"모르는 것이 행복이다"


도 나름대로 다양한 장소에서 쓰이는 명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이 속편 하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인데

"뭘 알아야 제대로 알아보고 구입을 하지"

라는 말을 하면서 물어보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아는 것들을 나열하면서 떠들어보아도 세부적인 사항까지 다 따지고 보면 더욱 골치 아픈 것이라고 도망을 가는 친구도 있는 반면


"아니 그런 것도 있었어?"


라고 감탄하면서 더욱 깊은 취미의 매력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옛날 장난감들은 모르고 지나가면 괜찮지만 다시 빠지면 역시.....

저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취미 세계에 빠져있는 어벙한 인간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끔 이런저런 일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취미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다가 조금 물어볼 것이 생기면 연락이 오는 것인데 

주로, 장난감, 취미용품, 오디오, 컴퓨터 조립, 만화책, 영화감상 장비 등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아는 놈이 있으면 편하겠지~ 하는 생각에 연락이 오는 것입니다.

"너 이런 거 많이 알지? 나 이번에 XXX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아?

주요 질문 취지는 이렇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저는 XXX와 더불어 그 관련 주변 이야기와 관련 기술, 그리고 실제 장착할 친구 집 환경 등을 생각하고 가격 대비 구성 같은 것을 고려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자세한 것까지는 필요 없고 그냥 뭐가 좋아?

이렇게 나오면 솔직히 도망가고 싶습니다.


나중에 망가지거나 취향에 맞지 않으면 뭐라고 하거든요. 

보통 어떤 취미, 취향적인 이야기를 할 때 제가 좀 많이 알고, 오래 해왔으니까

'바로 확답을 받을 수 있겠지~'

하고 막연한 기대를 해오는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그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서로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취향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요. 


"난 마징가 같이 화끈한 액션이 있는 로봇 애니메이션 좋아, 건담 같은 것은 너무 지루해서 싫어.

볼만한 로봇 만화영화 뭐 좀 없을까?

하는 질문이 오면 바로 이야기가 가능해집니다.

이쪽 관련으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취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추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마징가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친구가 게임기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뭐 할만한 게임이 없을까?"

하고 물어보면 당연히 <슈퍼 로봇대전> 시리즈를 추천해 볼 수 있습니다.

십중 팔고는 그게 뭔데~~~ 하고 접근했다가 며칠간 밤을 새우면서 게임에 몰두하고 갑자기 그 시리즈 전편을 다 모으기 시작하고 이후에 차근차근 취미 레벨을 높여간다고 하겠지요. 


그런 것 때문에 '모르면 돈이 나갈 이유가 없으니' = 행복이다.

라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조금 예전 일이지만 친구 남동생이 게임기를 물어보기에 당시 유행한 게임기와 그 녀석이 좋아한다는 레이싱 관련 소프트 몇 개를 추천해주었습니다.

몇 달 뒤에 가보니 그 녀석 여자친구가 저에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게임하느라고 집안에 처박혀서 자신하고 안 논다는 겁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녀석, 모든 레이싱 게임, 코스에 있어서 하이스코어를 기록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묘한 자동차 소리 연출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서 별도로 AV시스템도 마련하고, 여자 친구와 놀아야 할 시간과 자금을 게임하는데 쏟아부은 것이지요.

전용 레이싱 스틱이나 휠을 주문했고 미묘한 레이싱 음을 제대로 청취하기 위해서 고급 AV 앰프와 5.1 채널 스피커들을 장만하고 결국 대형 화면에 빠지게 되어 프로젝션 TV도 구입해서 놀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가끔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레이싱 관련 게임에서는 빠삭한 자기 논리를 세울 수 있는 레이싱 게임 취미인이 되어 있습니다. (본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요)

-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최신 IT기기들은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지요. 특히 인터넷을 통해 더욱.

반면,

친구 하나는 컴퓨터 부품인 마우스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보통 기본으로 끼워주는 마우스 정도면 만족하고 살았지요.

용산 주변에서 만나 같이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제가 사는 마우스 가격을 보더니 "허걱!" 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가격으로 마우스 같은 것을 사느냐?"

라고 정색을 합니다. 

2~3천 원짜리 마우스만 해도 충분히 평생 쓸 수 있는데 그런 일반 제품보다 20배는 비싼 물건을 구입해서 사용하면 20배나 좋은 것이냐?

라는 실질적인 비교론을 가지고 의문을 표시합니다. 


사실 취미론(?)에서 보면 수치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정확한 비교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가격 대비는 확실하지만 그것을 수치적으로 몇 배라는 형태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렵지요.

실제 막눈, 막귀, 막입, 막 피부, 막손, 막발, 막몸 이라는 형태로 지칭하는 비 취향적인 이해를 보면 돈의 가치에 맞는 물건이라는 것은 대부분 그 가격대 물건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용가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겠지요. 

말 그대로 후진 물건과 값나가는 물건에 대한 비교는 동급 상대비교보다 가격비교나 분야별 비교가 많습니다.


싼 물건~이라고 하면 값싼 물건이 가진 부류가 있고

비싼 물건이라고 하면 그런 가치관을 가진 물건이 있지만

실제 같은 등급에서 보는 경우는 굉장히 미묘합니다. 

패션 브랜드라고 하면 동네 시장 표 5천 원짜리 지갑도 있고

명품 브랜드를 달고 나온 50만 원짜리 지갑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문화적인 지표는 대부분 이해를 하고 넘어갑니다.

그만한 가치를 발휘하는 디자인 + 소재 + 마감 + 마케팅

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취미 관련으로 그런 이해를 바라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전문적인 해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왜 그런 비싼 것이 필요한데?

라는 질문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質)적인 문제가 양(量)적인 소모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이해되는 형태는 역시 시간 개념입니다.

"한 번 구입해서 평생 쓸 수 있는 것이야~"

라는 뻥을 기반으로 자동차, 카메라, 오디오, 장난감, 패션 아이템 등이 취미용품으로 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 이해를 바라는 것이지요.

뭐 뻥이라고 말을 해도 그것이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장르를 말하는 경우 독서취향에 유명 저자의 소설이나 시집, 수기나 교육도서는 '마음의 양식을 주는 물건'으로서 이해가 되지만 만화책은 그런 취급을 받기 어렵지요.

 - 한 친구는 여자 친구가 결혼 전에 만화책들 버리라고 했을 때 슬램덩크 전질을 버릴 수 없어서 열심히 읽게 해서 결국 같은 취미를 가지게 만든 후에 무사히 책들을 지켜냈습니다.



오디오 시스템도 은근히 취미인들의 망조영역에 자주 거론되기도 합니다.

대부분 향락적이고 교육적이지 못한 그런 구성을 많이 가지고 있고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어중간한 인간성을 만들어 낸다는 기준점에서 만화책은 가장 대표적인 악습 문화권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런 것에 돈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고 감수성을 키워 나가는 바탕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참 ~ ~ 거시기하게 느껴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방구석에 수 만 권에 달하는 만화책이 있고 읽은 감상문을 정리한 저는 바보 중 바보라고 하겠지요. 옛날이라면 과거시험 본다고 수만 권의 장서를 읽고 그 학식을 바탕으로 인생의 길을 새롭게 꾸며 나가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어떤 존재로 완성되었을지 모르는 것이지만

같은 수만 권이라고 해도 만화책은 이해받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는 시대가 있어서 문화적인 형태로서 장서 문화에 어떤 기준을 마련할 수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현실사회에 모범이 되는 한 기준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역시 권선징악(勸善懲惡)) 만화가 가지고 있는 성격적인 부분은 확실히 이해되어갈 수 있는 환경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잘 모르는 분야,

비관심 분야에서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금전적인 부담은

근래에 들어 IT 관련 아이템,

고급 디지털카메라 아이템,

음악 재상 관련 아이템

에서 이유 없는 불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게임기 하드웨어도 포함) 


이런 친구나 친구 마눌님들은 언제나 저를 보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 웬수를 몰랐더라면 우리도 조금 멀쩡한 가정환경을 꾸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하는 것이지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보면 원망하고픈 웬수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제 일상에

LD나 S-VHS기기를 권장하고

게임기를 권장하고

카메라를 권장하고

오디오 기기를 권장하고

컴퓨터 환경을 권장하고

패션 아이템을 권장하고

맛난 것을 권장한

주변에 존재하는 악마들의 유혹을 생각해보면

저는 참 유혹에 약한 인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뻔한 변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도 그런 필요악(?)에 물들어버린 만큼 주변에 덩달아 악을 전파하는 사악한 취미 전도사가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 몇 가지 거론되는 이야기 중

"취미로 밥을 먹을 수 있느냐? 배가 부르냐?"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 과자도 먹고 간식도 먹고 다양한 것을 먹으면서 살지" 

라는 형태로 거론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관심과 취미영역에 있어서

알면서 빠지는 것과

모르다가 빠지는 것 중

위험도를 말하라면 알고 빠지는 것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합니다.


알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많기 때문에 더 물질적인 논리에서 스스로 함정을 파고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일 무서운 것은 자기 의견이나 주관은 없이 그냥 신제품, 신기종, 신기술 도입이라는 형태에만 시선을 빼앗겨 가격 대비 만족도라는 것을 따질 필요도 없이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구입해서 즐기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브랜드에 대한 맹신에 가까운 의식도 가지게 되고 편협한 기술론에 빠져서 의식적인 인간 환경 구조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반면, 모르고 무턱대고 시작한 경우에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수, 실패 경험을 쌓게 되어 시간소비,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저는 이런 경우에 쌓이게 되는 '경험'이 그냥 '에이 뭐 같아~' 하고 버리면 끝이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 사고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개개인의 환경과 능력, 기반은 완벽하게 같을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는 미비한 매칭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는 환상의 조합이 될 수 있고,

누구에게는 비천한 비관심 현실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는 숭고한 문화 기술로 행복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 영역에 도달한 사람들과 만나보면 재미있는 일도 있고

새로운 경지를 지켜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다른 행복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모르니까 행복하다 = 모르니까 쓸데없는 소비를 안 해서 행복하다

가 아니라

모르니까 행복하다 

모르니까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 나름대로 행복한 취미생활을 완성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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