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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04. 2016

다른 시대에 다른 이야기

어찌 됐든 20세기와 21세기를 살고 있습니다. 대단하지요.

사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다고..... 저는 1900년대에 살아가는 20세기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21세기를 코앞에 두고도 벌어먹고 사는 일이라는 것이 주는 압박 속에서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해외, 특히 일본에서는 20세기의 문화를 21세기에 넘겨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면서 상당히 많은, 취미 관련 문화연구서적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속칭 연구서, 무크 잡지 형태로 나온 다양한 서브 컬춰 자료집들인데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서 제 주머니 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2000년을 맞이하여 21세기가 되고 보니, 무언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은 드는데 그것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히 깨닫지 못했습니다.

가끔 신입사원의 나이가 무척 어리다는 것,

"세상에 80년 생 이래."

"세상에... 88년생이래.",  "세상에.... 99학번 이래."

"세상에..... 90년 생 이래.", "것참..... 09학번이라네."

이라는 소리를 하면서 놀라던 추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뭐 지금도 그런 것을 가끔 봅니다만, 최근에 아르바이트하러 온 사람 생년이 '2000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몇몇 어르신들이 허탈 웃음을 지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내가 이 짓을 오래하기는 했나 보다. 한 세기를 건너뛴 애들이 오는 것을 다 보니 말이다"

라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어떤 만화작품은 20세기에 시작해서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지요.

저는 이런 감정을 2002년에 겪었습니다.

세대가 바뀐다는 이야기를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인터넷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상당히 다양한 세대의 취미인들과 접촉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10살 차이도 나지 않는 취미인이 80년대 이야기를 과거, 잘 모르는 시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게다가 통신 모뎀도 모르겠다고 하면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휴대폰, 스마트폰이 당연하게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분에게 그것이 없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겠지요.


몇 년 있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하던 친구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세상에 요새 애들은 1990년대 애니메이션을 '고전작품' 취급하더라니깐요. 이게 말이 됩니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취미계는 더 짧은 사이클을 가지고 있어서 3~4년, 길어봐야 5~6년 정도면 그 시대의 것들이 과거가 되어버립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 영역과 달리, 중고등학생들의 단위와 사춘기가 결합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감수성의 이해력 차이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제 윗세대 분들은 먹고살기 위한 조건으로 일을 택하신 분들이 많았고, 제 새대에서는 조금 더 대접받고 싶은 조건으로 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물론 다들 잘 살아서 행복하고 싶다는 본연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요.


대한민국의 1980년대와 일본의 1980년대. 유럽과 미국의 1980년대가 가진 의미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을 이해하게 만들어줍니다.

90년대에는 약 12개국 정도를 돌아다니면서 그 변화의 차이, 그리고 이해관계를 볼 수 있었지만 직접으로 실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가장 크게 알게 된 것은 중국, 차이나의 개방이었습니다.

몇몇 일 관계와 취미 관계인들이 그쪽으로 가서 말하는 것이 "이곳의 하루는 한국의 한 달과 같다"라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고 하겠습니다.


90년대 중반에 해외로 건너간 이들 중에서는 잘된 이도 있고 실패를 경험한 이도 있습니다.

삶이 아니라 취미적인 부분을 돌아서 봐도 과거에는 채팅 한번 하려면 여러 가지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연결 덕분에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교환이 가능해지면서 참 묘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2004년부터 2005년으로 넘어오는 과정 속에서도 인터넷 공유를 통해서 해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대와 이야기를 해보면 또 다른 세대를 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의미로서는 재미있었고, 어떤 의미로서는 흥미로웠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 중 몇이나 취미라는 것을 이해하고 계속 접근해갈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계속해서 21세기에 취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또 어떤 의미일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블로그가 단순하게 내 취미 DB일 뿐만 아니라 20세기와 21세기 취미문화에 있어서 가질 의미도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래 봤자 내 관심거리와 호기심 충족이 주를 이루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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