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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04. 2016

다른 시대에 같은 이야기

뻔하지만 20세기이건 21세기이건, 하는 소리는 같습니다.

역시 취미적인 관점이라는 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시대 차이, 세대차이의 인식 변화를 떠나서 재미있고 즐겁다는 소리는 같습니다.

다만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환경변화와 그때는 안보였던 것이 지금은 보인다.

그때는 안 들렸던 것이 지금은 들린다.

라는 정도로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해를 쉽게 한다면 역시 최근 많이 거론되는 '소리', 음악 감상 문화의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디지털 음원, 특히 압축음원이었던 mp3를 기반으로 한 음악 감상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시대의 흐름을 탔습니다.

적당히 괜찮은 오디오를 사용하던 저로서는 음변화가 너무 심해서, 그냥 CD음을 그대로 듣고 있었지만 확실히 아웃도어 상황에서는 그 작은 미디어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묘하게 부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블로그를 하고 있던 2005년 1~2월을 기준으로 본다면 여전히 압축음원, 특히 디지털 음원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과거 비닐(LP판이라고 부르는)과 CD음이 더 좋다는 의미로서 감상을 써둔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취미적인 만화영화, 애니메이션 음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노래와 음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인간의 가청주파수 내에서 세밀하게 그것을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말을 하지만, 일과 취미로 오랜 시간 즐겨 보다 보면 어느 정도 구분을 하게 됩니다. 즐긴다는 의미와 일하면서 훈련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80년대에 연재를 시작한 만화가 21세기 2005년이 되어도 아직 연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포스트 한 후에 생각난 것이지만 추억거리로 이야기를 하게 될 여러 가지 취미작품에 대한 감상이라는 것은 제법 끈끈하게, 오래 회자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야 그냥 봤다는 정도로 포스트를 했지만 이후 여러 가지 후문이나 뒷소식을 알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한 번 얻은 인기는 영원히 간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성별을 따로 공표하시지는 않지만 꾸준히 활동하고 계시는 여성 블로그 운영자들을 알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보면 여성 동인지 관련이나 레이디 코믹 관련으로도 꾸준히 지지기반을 가지고 나가는 팬층이라는 것은 확실히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영역으로 분산되어버리는 남성 취미인들보다 더 집중력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옛날을 살면서 취미 음반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오디오나 AV기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 애니메이션 음반을 듣고 다니는 괴상한 녀석 한 둘은 있기 마련이고 저도 그런 편에 속하다 보니 다시 연락이 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일 때문에 바빠서 자주 뵙지 못했던 분들과 다시 이런저런 추억을 이야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남성 지향적인 취미 아이템으로서 카메라오디오, 자동차를 이야기하는데 세 군데 영역에 다 발을 들여놓고 있었던 만큼 취미 인맥은 쓸데없이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디오 관련은 이런저런 일 관련을 통해서 계속 넓혀갈 수 있는 즐거움이었던 만큼 꾸준히 이야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을 지나서 봄을 맞이하는 시기에는 언제나 음악과 차 한잔, 그리고 상쾌한 드라이브를 꿈꾸는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는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런 가운데 이야기를 해보면 은근히 좋은 오디오를 장만하게 된 이유는 대부분 좋아하는 아티스트, 음악 때문이었습니다. 오디오가 좋아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음악을 더 좋은 환경에서 듣고 싶어서 오디오를 장만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그 듣는 음악 장르가 어떤 것인가의 차이일 뿐, 취미라는 부분에서 본다면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지금처럼 고급 DAC(음 분해, 재생능력이 높은)를 기반으로 한 고음질 청취환경이 대중화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너무 소수, 그리고 대중적이지 않은 취미영역이었지만 그 시대를 지나 그 기술들이 지금에 와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대중에게 전파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다른 시대에 살게 되었지만 같은 소리를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관련 책자를 통한 접근도 재미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증간호 책자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절판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쓸데없이 가치가 높아진 책자였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랭킹이나 보기 드문 작가의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들을 통해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과거 분실된 책자가 너무 많다는 좋지 않은 추억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취미를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수집되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가치가 없어졌다고 해서 그냥 버리지 않으면 이런 추억거리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겠습니다.

단순하게 바라봐도 10~20년 된 이야기인데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 이야기들도 또 재미있는 취미 세대들과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남에게 무언가를 빌려준다던가 빌려 주고받는 기간을 까먹고 수년을 넘기는 것이 예사였던 것도 문제였지만 대부분 정작 내가 보고 싶을 때는 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나중에 고심을 하게 됩니다. 너무 많이, 오래 대여되다 보니 나중에는 주인 허락도 없이 판매되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 솔직히 그런 식으로 분실된 앰프나 스피커까지 있었으니 나중에 생각해보면 참 그렇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시간이 지나서 과거에는 중학생이었던 취미 친구가 지금은 모 업체의 중견간부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또 다른 감흥도 떠올립니다. 그때는 신기하게 생각을 했던 해외의 여러 가지 아이템, 직종에 자신들이 근무하게 되고, 그 일들을 후배 세대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또 감흥이 새롭게 일어납니다.

결국 우리들이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취미는 필요한 것이고 그 취미 때문에 또 다른 세대, 모르는 분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겁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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