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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pr 15. 2016

만보 블로그에서는…

별것 아니지만 오래하면 그것도 좀 있어 보인다……고 하더라.

대부분 다 그렇고 그렇게 보는 경우가 있겠지만

오래하면 있어 보인다고……합니다.


공적인 장소에서 취미 감상을 이야기한 것은 1996년부터이고 모뎀 통신 동아리 시절입니다.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에서 활동을 했지만 부지런한 것은 아니고 그냥 취미 감상을 정리한

몇몇 분야에서 감상문들을 써두었습니다.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있던 취미 인맥을 통해서 듣게 된

이야기는 존경한다는 의미로 만나보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1996년 전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일본과 유럽을 취미로 수년간 갔다 오고 - 과장이 심하지만',

'이름이 있는 기업 명함을 가지고 있고 - 그냥 샐러리맨이지만', 

'나름 잘 놀고 다니고 - 음주가무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너 한 취미영역에 깊은 조예가 있다 - 당연히 표면적인 것뿐이지만'

와 같은 이유 때문에 묘한 소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극적인 성격은 아니고, 대외적으로 사람 만나고 다니는 것도 좋아한 편이지만 취미 부분에서는 이상하게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적었습니다.

어렸을 때 만들었던 취미 집단도 일찍 해산되고 - 3명이었는데 한 명이 해외로 이민 가면서 끝 -

주변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 보면서 장난감이나 건드리는 꼴은 이상하게 보는지라 지금 말로 일반적인 

취미만 하는 사람처럼 굴어야 했습니다.

간신히 먼 동네에 사는 취미인들과 만나 접촉을 하던 때도 취미라는 접점을 빼면 좀 아리송한 관계였지요.


그러다가 1996년부터 끄쩍인 '444선(選)' 때문에 조금 온라인에서 알려지고

1999년에는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정리해 보여주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물론 쓸데없이 고화질을 추구한다고 너무 이미지를 크게 만들려다 자폭해서 훌쩍였지만요.

2000년에 들어서는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무언가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관련 일도 해봤지만

개인 취향을 기반으로 한 무언가가 확실하게 완성되기란 어려웠습니다.

2002~3년 사이에 해외에서 웹로그가 인기를 끌고 국내에서 그런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 그 시스템이 안정적인 구성을 가질지 어떨지는 모르기 때문에 그냥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2004~5년 사이에 국내에 등장한 여러 블로그 시스템에 등록을 해서 글들을 정리해봅니다.

블로그에 쓰인 취미 DB, 감상글들은 대부분 1984~1989년 사이에 정리한 것을 시작으로

후에 TXT ▶ 한글 ▶ 엑셀 파일방식을 거쳐 '글'로만 정리되어 있다가

1995~6년 사이에 통신 문화권을 통해서 조금씩 표면에 내놓게 된 것들입니다.

이때 '444선' 시리즈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오디오, 장난감에 관련된 것들이 주였지요.

종류로 보면 444 × 4종으로 1,776개 + 자잘한 취미 잡설 까지 해서 약 2,620여 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1997년에 발표된 '나모 웹에디터'를 접하게 되어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자적인 

장소를 꾸밀 생각을 합니다.

가지고 있던 책자나 작품 표지를 스캔해서 이미지 DB 작업을 해두게 됩니다.

다만 엑셀에 붙이려는 이미지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미지 사이즈들은 극히 작은, 가로 250~300px 짜리로 만들어서 이후 큰 곤란을 겪게 됩니다.

나모 웹에디터 1.0은 제 낮은 수준에서 볼 때 상당히 불친절해서, 실제 구입을 해서 사용한 것은 2.0

이후였고 꾸준히 구매를 해서 최종적으로 사용해본 것은 5.0까지입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사실 혼자만 보고 즐길 DB구축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냥 만들기만 했지 주변에 알릴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2000~2004년 사이는 무척 바빴고 정신이 없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방치를 했던 이미지와 글을 재정리해서 네이버를 비롯한 4개 블로그 시스템에 

옮기려고 한 것이 2004년 8월~10월 사이입니다.

약 4~5개월 사이에 3,000여 개 포스트를 바글거리게 올려둘 수 있었던 것은 다 그런 연유입니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 시스템 내에서 그렇게 폭주하듯 업데이트하는 인간이 드물었던 만큼, 제 블로그를 흥미롭게 찾아보아주신 분들이 증가했었습니다.

당시 하루 업데이트 용량 제한이 없었더라면 약 1달도 안되어서 다 올려둘 수 있었던 것이지만 용량 제한에 걸려서 5개월 이상 소비된 것은 나름 '운'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만보 블로그 스타일 텍스트들은 어느새 20여 년이 됩니다.

지금 시대분들에게 있어서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남들에게 보이고자 하는 것보다 내가 보고 기억하고자 하는 것, 기록해서 남겨둔다는 것이 목표였던 글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덧글, 댓글, 엮인 글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취미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만보의 취미 DB가 돈으로 바뀔 뻔한 경우도 몇 번 있었고 그런 취미적 가치가 사회에서 어떤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아직은 그런 감상문들이 많이 나와있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나름 가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일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은 역시 오자, 탈자 걱정 안 하고 즉흥적으로 막 써나가는 

감상문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작품 콘텐츠 자체에 대한 감상을 적어둔 글들은 대부분 즉흥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써두기 때문에 굉장히 직설적이면서 진합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참 아쉽지요. 조금 더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때문에 꾸준히 업데이트를 계속하는 방식을 채택했지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천만을 넘어 지금은 1400만 정도이네요.


블로그에서는 시스템 발전에 따라 표기가 되는 부분과 안 그런 부분이 많습니다.

2006년도 이전 포스트들은 대부분 주제분류도 없고, 태그도 없으며, 공감 표기나 CCL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나 새로 생성된 시스템 맞추어 전부 다시 체크해주는 것은 정말 일이 되지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하느니 그냥 연식에 맞추어 다시 감상을 더하고 새롭게 포스트를 쓰는 게 낫다는 생각도 합니다.

억지로 과거 포스트에 지금 구성을 더해가는 것보다 말입니다.

덕분에 - 1996 / - 2004 / - 2007 / -2011 같은 연도별 감상문이 더해진 새로운 포스트가 늘어나게 되었지만요. 결국 앞으로도 이런 것을 계속할 것 같고, 아마도 20~30년 정도는 더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 작품을 수십 년 이상 감상하고 그 감정 정리를 해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만보 블로그 연식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쪽 생태계도 언제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백업하는 기분으로 여기저기에 글을 남겨둡니다.

브런치도 그런 의미로 보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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