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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07. 2016

책은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보고 난 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대충 둘러봐도 방구석에는 약 3만여 권에 달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물론 만화책이나 잡지 등이 대부분을 차지고 있으니 독서광이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여도 이런저런 책자들은 꾸준히 둘러보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도서관, 서점, 편의점 가판대 등을 돌아보는 이유는 뻔합니다.

그 시대, 그 문화, 그 지역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기내 잡지는 그 시대의 문화를 상징합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첫 에어프랑스 항공에 탑승했을 때 가져온 기내 책자입니다.

대한항공을 타고 처음 부산을 내려간 것이 제 첫 비행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서울 촌놈이 유럽도 가본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어줍지 않은 영어로 승무원에게 책자를 가져가도 되는가라고 물어보니 당연히 제공되는 것이라고 해서 좋았습니다.

아직은 한국 출판 책자에서 보기 드문, 예쁜 색감이 잘 표현된 책자라서 가지고 왔지요.

전 불어 못해요.

그런데 사진만 봐도 예쁜 것이 느껴져서 이후 불문과 친구에게 해석시켜가면서 다시 봤던 추억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 책자 비교는 많이 해볼 수 있었지만 유럽 책자에서 보여주는 느낌이라는 것, 디자인 구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해외여행을 추억하는 아이템으로 항공편 기내지를 모아 블로그에 포스트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자료로 대여되었다가 통채로 분실되어버린 것이 좀 있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사실 책자를 모아서 보는 것은 잘했지만 관리는 엉망이었고 그 시대의 증빙자료로 조금 더 성의 있게 보관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세계 10여 개 이상 되는 항공사 비행기들을 타보았는데 제가 엉성하게 찍었던 필름 사진기록보다 이런 책자를 통해서 추억하게 되는 것이 더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에어 프랑스의 자부심 '콩코드'를 타보지 못한 것입니다.



한 시대를 예견하고 나왔지만 라이벌 잡지가 많았지요.

꼭 모아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관심을 가지고 보던 책자들이 있었는데 이 잡지처럼 어중간하게 창간되었다가 어중간하게 폐간된 취미 잡지도 있었지요. 틀림없이 구입한 기록은 남아있고 본 기억은 있기에 전권을 다 보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돌리다가 지금은 몇 권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때는 뭐 내가 특별히 보관을 하고 있지 않아도 널리 깔린 책이니까 누군가가 잘 보관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더랍니다.

나중에 조금 충격적인 일이라고 하면, 제 취미 잡지들이 친구들 화장실이나 자동차 뒷칸에 물건 밑받침으로 쓰이고 있거나 포장지로 쓰려고 마구 뜯겨 있는 모습을 볼 때였습니다. 너무 쉽게 빌려주다 보니 쉽게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쓰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후 조금 생각을 달리하게 됩니다. '아무나 빌려주지 말자'라고 말입니다. 그 덕분에 조금 많은 애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하겠지요.



여전히 다양한 시대상을 모아볼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보면 이런 책자들이 가지는 '의미'라는 것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냥 책으로 남아있는 것보다 그것을 읽고 그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그런 아기자기한 취미 담화를 바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후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취미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 느끼는 감상 기준과 상업성, 대표적인 작품에 대한 이해들을 따로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때문에 디지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보는 것과 다른 과거 작품들에 대한 향수나 개성이라는 것도 자주 생각해보게 되지요. 또한 그런 시대의 애니메이터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말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저런 의견과 재미난 해석들을 바라보는 것만큼 그런 시대가 말하는 기준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 봤자 취미로 보는 만화책, 애니메이션 등에 관련된 책자들이지만요.



그 책들은 그 시대를 보여주면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그 책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어떤 것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니다.

다만 완결이 안되거나, 분실되거나 그냥 단기 기획으로 끝나거나 폐간되거나 하는 형태로 없어진 작품들이 제법 됩니다. 책을 구입해서 모아 보는 저로서는 어느 날 후속 편이 안 나오게 되면 영문도 모르고 멍 때리게 됩니다. 한국에 있는 취미인이다 보니 해외 취미 책자들이 사정이 있어 없어져도 이유를 모르고 기다리는 거지요.

크게 관련이 없는 책자라고 해도 취미분위기 넘치는 표지나 기획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구해봤았는데 덕분에 방구석은 더욱 엉망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제일 뭐 같은 것은 인터넷이 있다고 해도 아직 이쪽 관련 정보망은 엉성할 때라서 책자나 출판사가 어떻게 없어졌는지 왜 안 나오는지 제대로 된 이유를 알아보기 힘들기도 했던 것입니다. 실제 일본 잡지 시장정보가 인터넷에서 활성화되어 자료적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은 2009년까지 없었습니다. 대부분 홈페이지가 개설된 이후에 나온 책자를 중심으로 그 이전에 나와있던 것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버리니까요. 나름 고심하게 되는 부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은 아마존이, 일본은 야후가 북 어카이브를 어느 정도 활성화시키지 않고서는 그 도서 출간 부분에 대한 자료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유럽 쪽 책자는 더욱 그러했지요. 메이저 타이틀도 제대로 정리되기 어려웠으니 당연히 취미, 마이너 한 만화 관련 책자들에 대한 정리를 보기란 더더욱 어려웠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런 시대에 바라볼 수 있었던 책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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