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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12. 2016

자전거가 브랜드로 바뀔 때

그냥 타고 다니던 물건이 갑자기 브랜드로 인식될 때가 참 그렇지요.

일반적으로 성인은 사회생활을 마주하면서 이동수단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가지게 됩니다.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삶의 목적, 집, 그리고 가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서 한 곳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으니 이런저런 곳을 이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동수단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게 보면 이동수단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현대사회를 살면서 정말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자신의 발을 시작으로 대중교통, 그리고 개인 소유의 이동수단을 갖추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찾아보게 됩니다.

그중에서 자전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경험하게 되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영화 [자전거를 탄 소년]에서 한 장면.

한국에서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6~7살 때이지만 그전에도 자전거는 탔습니다.

잘 타는 것은 아니고 그냥 타기만 했지요.

우유나 신문배달이라는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취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있어서 좋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학생생활에 있어서 자전거는 거의 일상적인 아이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잊어버렸습니다.


일본에 가게 되었습니다.

자취생활과 더불어 이동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자전거를 봤습니다.

저도 하나 구입했어요. 약 4년간 굴러다니면서 선배가 쓰던 로드 사이클 하나와 친구가 준 마운틴을 합해 3대나 굴리던 나름 자전거 부자였습니다. 그중 한대는 망가져서 교체를 했기 때문에 실제는 4대를 굴린 것이지요.


다만, 이때만 해도 그 브랜드나 제품명, 구성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고, 로드 타입은 장거리 이동에 조금 더 빨리, 멀리 갔다 올 수 있다는 것, 마운틴은 그냥 친구가 넘긴 것이라서 별생각 없이 몇 번 타보는 정도였습니다. 실제 활용에 있어서는 생활형 시티 사이클이 최고였다고 하겠습니다.

큰 바구니를 장착해서 시장을 돌아다닐 때는 나름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은 이런 자전거입니다.

유럽에 갔습니다. 굉장히 자전거가 많더군요.

게다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름을 가진 애들이 많아서 또 흥미를 느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서 이동하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자전거를 이용한 이동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무지한 탓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도 그것이 어떤 발전성을 가지기란 어려웠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라고 많이 이야기 하지요.

제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지금 같으면 조금 더 자세한 조사와 인식을 가지고 이동 준비를 하겠지만 그때는 정말 별생각 없이, 아니 잘 기억해보면 정말 '생각' 자체를 안 하고 무대포식으로 행동을 했지요.

정확하게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자신이 어떤 것을 경험했고 그것이 삶에 있어서 어떤 형태로 변화될 부분인지 이해조차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준 자체를 이해 못하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자전거 프레임이라는 것도 다양한 재미가 있어서 알고보면 또 재미있습니다.

이런 기준은 귀국 후에 여러 가지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기준이 어느새 다른 사람들과 달라져 있는 것입니다.

그것 자체를 느끼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같은 환경을 경험한 것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생각이나 이해력이 높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그런 부분을 완전하게 이해받고 주기란 어려우니까요.


사회생활과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속칭 금은동 수저, 그리고 흙으로 지칭되는 계층에 속한 분들과 만나보는 기회도 적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이라면 어느 정도 사회적 인식 속에서 거리를 두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겠지만 취미생활이라면 그것과는 다른 접근을 하게 됩니다.


회장님, 사장님 계급이나 신입사원이나 미취업생이라고 해도 취미영역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물론 인생 경험과 자금 동원력 등을 가지고 말하는 취미라고 하면 당연히 그 차이가 금세 눈에 들어오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그런 부분은 다른 형태로 다가오게 됩니다.


사실 가장 많이 알게 된 것은 아는 이들의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통한 결합과정을 보면서 진~~ 하게 알게 됩니다. 청춘일 때는 사랑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성장과 함께 결혼이 단순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 인식과 인식, 사회와 사회가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옆에서 몇 번 보고 나니 참 그렇더군요.

심지어 자전거 브랜드나 구성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이해 차이를 보여줍니다. 은근히 취미 로운 이해가 가능하지요.


처음에 이 스펠링을 보고 저는 '비안치'라고 읽었더랍니다.

저에게 있어서 그냥 사이클인 로드를 또 다른 브랜드고 바꾸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었지만 아는 선배는 나에게 칙칙한 검은색 로드 사이클을 저에게 넘기고, 자신은 상당히 화려한 색상을 가진 자전거를 구입했습니다. 너무 요란한 색상이어서 제가 보기에는 좀 그랬는데 그 선배가 말하길 페라리의 색상이 그 붉은색이라고 하면 이 브랜드에서는 이 구릿빛 오렌지 컬러가 상징성을 가진다고 하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요. 예 '윌리어'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크로몰리, 철을 기반으로 한 프레임이 주를 이루던 시대였기 때문에 색상들이 나름 전통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었지요. 자전거 브랜드에 대해서 무지하던 저에게 색깔로 이야기해주는 것은 재미있게 들렸습니다.

자전거는 몰라도 자동차 브랜드는 몇 개 알고 있었고 도쿄 모터쇼를 구경 다니면서 이해력도 높였으니까요.

그때,

저는 알게 됩니다.

상대가 모르는 부분을 설명할 때, 상대가 잘 알고 있는 영역과 비교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스타일이 사이클이냐 모터바이크이냐 라는 논쟁은 계속 생기겠지만요.

보석은 몰라도 음식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장난감은 몰라도 백색가전제품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오디오는 몰라도 건축을 아는 사람이 있지요.


그러니 그 어떤 취미영역을 설명할 때 그런 비유를 하게 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그 비유를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이해도 잘 알고 있어야지 엉뚱하게 대비시키면 좀 다른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양한 취미 접근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요.


물론 이런저런 형태로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접근을 쉽게 하고, 이후 그 맛에 빠져들게 되면..... 뭐 그렇고 그렇게 됩니다.




사실 이 글 제목은 자전거가 브랜드로 바뀔 때이지만

여러 가지 것을 대입해서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가 자동차가 될 수 있고, 시계도 될 수 있으며, 옷, 장난감, 오디오, 빌딩, 집,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음식 등등 여러 가지 것이 가능하지요.

그것은 사회가 나에게 알려주는 다양한 것이지만 우리들은 그냥 지나치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냥 지나치던 것들 하나하나가 사실은 다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많은 것을 이해하면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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