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보 Dec 13. 2021

신 고질라 (2016)

일본이 보는 현실과 허구

신 고질라

일본 / シン・ゴジラ, Shin Godzilla

재난 드라마

감상 매체 THEATER

2016년


즐거움 50 : 29

보는 것 30 : 19

듣는 것 10 : 6

Extra    10 : 6

60 point


우선 이 작품을 감상한 것은 지난 2016년 가을, 일본에 가서 극장에서 봤을 때입니다.

워낙 주변에서 여러 가지 평이 나와서 다양한 취미 이웃들이 보고 난 후에 이런저런 감상을 나누어보고 이야기해둘 생각이었기 때문에 감상문이 이렇게 늦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7년 3월에 개봉을 했다고 합니다.


어찌 되었든 이 작품에 대한 감상 기준은 재난 드라마를 내세운 블랙코미디라는 것이겠지요.

또한 도호(東宝)가 지금까지 제작해왔던 고질라 시리즈 가운데 29번째인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의미로서 12년 전에 나왔던 [고질라 더 파이널 워즈 ゴジラ FINAL WARSWARS] 이후에 일본에서 제작된 고질라 작품입니다.

할리우드 고질라, 갓질라가 한동안 괴수 영화의 자본 투자로 이루어진 판타지를 만들어 보여주었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런 할리우드식을 따라가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으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상 총감독 겸 각본을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가 했고 감독과 특수 기술감독을 히구치 신지(樋口真嗣)가 하면서 재미없을, 조금 마니아 기준으로 바라보게 될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더불어 기존 고질라 영화와 비견될 것이라는 것이 확실했던 만큼, 할리우드판과는 다른 화제성과 더불어 지금에 와서 고질라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의식에서 본다면 더더욱 고심이 많았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 작품이지요.

너무 비현실과 현실의 구분을 두고서 묘하게 만들어간 구성이라는 말도 하게 됩니다.

실제 이 작품이 캣치 카피는 현실 (일본 ニッポン) VS 허구(고질라 ゴジラ)였습니다.

고질라는 농담을 했는데 일본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보겠습니다.

물론 허구, 가상의 일본 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을 영화라는 바닥에서 비판적으로 보거나 비꼬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나는 지금 영화를 보고 있구나 하는 자각을 너무 시켜버린다는 점에서 좀 우습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하게 바라볼 수도 있겠고, 그냥 웃자고 보는 영화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바라보는 비현실과 비현실이 바라보는 현실의 차이가 묘하게 우습지도 않게 보인다는 점에서 은근히 실패한 흥행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게 됩니다.

실제 진화의 한 가능성으로서 볼 수 있는, 그 짧은 시간 내에 극에 달하는 진화를 이룬 고질라가 보여줄 끝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궁극의 일본식 패턴이라면 결국 소우주, 새로운 지구 탄생의 장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생기게 되거든요.

과거라면 그런 형태로 연결되지 않겠지만 이제는 은근히 천지창조급 진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찌 되었든 지난 시리즈에서 고질라가 인류의 적이기도 하면서 인류의 구원자이기도 했습니다. 시리즈 진행에 따라 성격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 시대에 따라 새롭게 리메이크되면서 고질라 그 자체의 탄생적 의미나 존재감보다는 캐릭터 아이템으로서 키포인트만 잡아갔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쇼와와 헤이세이 타입으로 크게 나누어지는 고질라 시리즈들이 보여 준 나름대로의 오락성을 이번 '신'에서는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하면 신선한,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하면 재미없는, 그런 형태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보면, 기존 고질라 시리즈, 그리고 일본에서 꾸준히 유행했던 여러 재난 영화, 판타지를 포함한 괴수와 외계인, 거대 병기들의 충돌로 이루어지면서 공상과학의 꿈나래를 펼쳐볼 수 있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바라보게 됩니다.

재난 그 자체가 오락적인 성격을 가지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구성과 달리, 오락성이 아니라 재난 그 자체의 의미를 벗어나 그것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세계관의 구성에서 이야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너무 일본적이어서 해외 신규 팬들이나 할리우드 고질라로 이쪽을 이해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쓸쓸한 이야기를 남기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사실상 가상의 거대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기본이 공룡 드라마를 비롯하여 킹콩을 비롯한 전설적 거인 캐릭터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화에서는 일반적인 인간과 교류하는 입장이 아니라 보물을 지키거나 도시를 수호하는 입장이고, 그것에 대항해 가는 인간의 지혜 싸움이나 자연 파괴에 대한 시대에 맞는 해석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오락 요소로서 등장했던 적재적 거대 생물체들과 벌이는 격투가 어느새 볼거리로, 메인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괴수영화가 보여주는 파괴의 미학, 카타르시스와는 또 다른 의미로서 바라보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방사능, 핵의 위험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의미로서 본다면 헐크에 버금가는 캐릭터성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인간과는 거리가 먼, 파충류 기반의 구성이 이 작품에 와서는 또 다른 형태로 진화될 수 있는 단백질의 구성을 보여줍니다.

그로 인해서 이후 작품이 등장할 여지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괴수 단백질, 괴수 DNA가 단순하게 고질라에게만 발현될지, 아니면 이후 다른 형태로 그것이 이용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기존 시대의 괴수와 달리 그 존재가치가 논리적으로 증명되어가는 바탕을 만들었으니 이후 작품이 나온다면 당연히 열핵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혼합 영양 생물이면서 이후 동급의 진화 생명체가 여럿 등장하여 피가 튀고 살이 터지는 배틀 로열을 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은근히 그쪽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고요.

이후에 또 나온다면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비오란테 같은 애들 말고 킹기도라나 메카 고질라 같은 애들이 좀 리파인 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해봅니다.


이 작품은 진지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사람과 따분하게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분명하게 나뉘는 괴수영화인 만큼 그렇게 추천을 하기에는 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는 동네에 불이 나서 그것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재난 영화 스타일 구성도 너무 비현실적인 일본 영화판을 따라왔기 때문에 재난 드라마를 빙자한 B급 코미디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일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정서라는 것은 확실히 특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공관 (真空管 : Vacuum tub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