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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pr 16. 2016

하다 보면 취미

별생각 없이 다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그것이 취미가 된다.

찍는다는 의미보다 기록한다는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

만화를 그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 연습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배경 자료. 배경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진 자료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찾아보면 대부분 해외자료들이고, 한국 배경 자료를 얻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직접 찍어두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마침 사진을 취미로 하고 계시며 당시 대학생이었던 

작은 외삼촌에 부탁을 해서 카메라를 빌렸습니다. 올림푸스 모델이었습니다.

당연히 필름 카메라였고 35mm 단렌즈 하나가 달려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찍고 다닌 것은 좋았는데 현상을 해보니 엉망인 것이 많았습니다.


간단하게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법을 배웠습니다.

오토 모드 같은 것은 없었으니 당연히 매뉴얼 조작입니다.

역광 조심하고, 흔들림에 주의하고, 정확하게 찍어 남기는 버릇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만화를 그릴 때 쓸 배경용 자료이니 그냥 '정확하게만' 찍으면 됩니다.

멋진 것도 가끔 보이지만 그것을 멋지게 사진으로 담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이렇게 하다 보니 작고하신 작은 외삼촌이 남겨준 '사진 찍기'라는 것이 저에게 취미생활이 아닌 취미가 되어있었습니다.


격렬한 춤동작을 잡아둔다는 것도 경험이 없으면 당황스럽지요.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후 해외에 나갈 일이 생겨 이런저런 취미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게 되자, 사진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많은 것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진을 잘 찍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취미 관점 때문에 연극, 영화, 그리고 영상 관련 취미인들과도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나름 취미를 중심으로 한 전문용어 이해도 빨리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찍던 사진들이 양이되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팔리기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하던 곳에서 연락이 와서 왕창 팔고 보니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미로 하던 것도 아닌 '사진기로 찍어두기'가 이렇게 이해될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만화책 보기, 장난감 만들기, 애니메이션 감상, 영화와 음악 감상, 그리고 게임 즐기기 등은 하다 보니까 취미로 정착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재미있는 만남도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취미니까 알게 된 것들이고 관심을 가진 것뿐이니까요.


지금 시대에 와서 블로그 같은 것을 하면서 사진을 찍을 때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을 올려둘 수 있었던 것도

나름 취미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라고 말을 해도, 사실은 취미가 아닌, 그냥 오래 해오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분들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하다보니 저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다시 알게 됩니다. 재미있지요.


그냥 별생각 없이 그날 그날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서 찍는 것이 달라지기도 하는, 제 취향적인 부분이지만

해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봐도 다 그렇고 그런 것이 통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말 별것 아닌 것이지만 기분과 기술이 어우러지면서 뭔가 되는 경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것보다 그 색깔들이 예뻤습니다.




운이 좋은 것이라고 하면 무모할 정도로 해외에 자주 나갔다는 것입니다.

일이 아닌 경우도 많았고, 그냥 끼어서 가는 경우도 있었으며, 해외 경험이 있다는 것 때문에 곁다리로

참가한 경우도 있으니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추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언제나 손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습관 아닌 습관이 배어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날씨와 체력과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참고로 아직까지 후회하는 것이 9.11 테러 같은 것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찍어두지 않은

몇몇 장소 사진입니다.

마음이 동하지 않거나, 너무 흔할 것 같은 그런 사진이 될 것 같아서 셔터를 누르지 않거나 지나쳐버린

순간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쉽고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어차피 인물은 잘 찍지 않기 때문에 크게 따지지 않았지만 '순간'이라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그때만 볼 수 있는 찰나였습니다.


이탈리아에 있다는 기분보다 사자상 위에 비둘기가 있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여전히 생각하는 것은 체력이 좋지 않을 때 억지로 찍은 것들이라고 하겠지요.

컨디션이라는 것을 따지지 않다가 그 귀중한 경험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전부 엉망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서 무척 많이 후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긴장과 흥분 때문에 밤을 지새운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컨트롤하지 못해 망친 것도 있으니까요.

비록 프로도 아니고, 우연이 겹치고 조건이 된다는 것 때문에 받아들였지만 좋지 못한 결과를 만든 것을

생각하면 참 아쉽고 경험 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후회의 바탕이 되는 것인지 알게 됩니다.

게다가 당황까지 하면 훌쩍이게 되지요.



어찌 되었든, 이쪽도 취미 아니게 시작해서 취미가 된지 30여 년이 되어갑니다.

특히 디지털카메라로 바뀌는 시기를 경험해서, 블로그를 하면서, 더 많은 경험치를 쌓게 된 것을 생각하면

기술적인 것보다 열심히, 많이 셔터를 눌러보는 것을 권장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 시간을 들인 만큼, 하찮은 취미라 해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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