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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09. 2016

다양한 것을 잡다하게 떠들다

블로그에 정체성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기본 취미 DB를 기록한다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은근히 일상적인, 그리고 근본에 가까운 취미 이야기도 쓰게 됩니다.

사실 취미 동네가 은근히 뻔하고 좁아요.

A를 하다 보면 B가 연결되고 B를 하다 보면 C가 좋아집니다.

C를 하다 보면 D에 흥미가 생기고 D에 접근해보면 E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먹을거리 포스트도 써두게 됩니다.

초기에는 대부분 맛집이다 뭐다 하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서 저는 주로 먹을거리 주전부리 등을 중심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두부, 쫄면, 햄버거, 이런 식으로 써서 그런 장르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과 그 요리들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 또는 해외 취미인들과 떠들었던 감상들을 함께 써두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류 열풍이 미묘할 때라서 '족발'같은 음식은 해외인들이 볼 때 혐오음식 분류에 들어가던 때이기도 한데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열띤 채팅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IRC를 비롯하여 윈도 메신저가 주축이 된 것은 다국 친구들이 모여서 떠들어야 했던 것인데 덕분에 저는 국산 메신저를 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위 포스트를 쓰면서 '갈망'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더불어 하루 업데이트 용량을 넘어서 포스트를 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카페를 만들어 그곳에 이미지를 올리고 블로그에 연동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카페를 만드는 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카페를 하나 만들어서 그곳에서 포스트를 했습니다. 네이버 카페에는 용량 제한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쪽에 포스트를 하고 그 포스트를 블로그로 스크랩해서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하루에 쓸 수 있는 용량이나 개수 제한을 넘어서도 포스트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포스트가 약 860여 개 정도 됩니다.

다만 이 포스트들은 이후 네이버 블로그 시스템 변화에 따라서 수정을 하려고 하면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 생깁니다. 작성자는 저 자신이지만 카페에서 만든 것을 가져온 '스크랩 포스트' 이기 때문에 이렇게 수정에 제한이 생기는 것이지요.



지금 볼 수 있는 포스트 수정 구성과 다르지요. 

공감 부분은 추후에 따로 추가할 수 있지만  CCL이나 검색 허용, 외부 수집 허용, 미투 외부 보내기 허용 부분이 꺼져있습니다. 아예 수정이 불가능하지요. 덕분에 이런 포스트들은 나중에 별도로 다시 따로 블로그에서 작성을 해서 포스트로 만들어 놓지 않고서는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 모양이 됩니다. 슬프지요. 당시에는 꼼수로 만들어둔 포스트이지만 블로그 시스템이 바뀐 후에 다시 수정을 하려고 하니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하니 슬퍼진다고 하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취미 DB와 함께 관심사를 쓰면서 이 인간이 쓸데없이 'PC 부품' 관련에도 관심을 둔 인간이라는 것이 알려집니다. 사실, 컴퓨터를 가지고 블로그에 접근하는 사람들 모두가 컴퓨터와 웹 환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니 당연히 어느 정도 흥미요소는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제 이야기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듯이 저는 제 의지라기보다, 주변에 워낙 사악한 취미인들이 많아서 그들의 영향을 받은 경우입니다. 지금 모 게임회사의 간부라던가, 모 출판사 사장이라던가, 모 제작사 관리직이라던가 하면서 상당히 사악한 취미 인간들이었습니다.

착하고 순진하고 멍청했던 만보는 그런 사악한 취미인들에게 이끌려서 자꾸만 몰라도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들이 짜 맞추어준 기기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었더랍니다.

주변이 사악하면 물든다는 것이 맞습니다.

어른들이 그러시잖아요.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고.


물론 그런 친구들과 만나서 놀게 된 이상, 다른 부류에 있는 분들은 저를 보고 유유상종이라고 놀리지만요.

저도 그게 억울해서 주변 착한 양들을 물들였습니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면서 말이지요.

취미인의 꼬임에 빠진다는 것은 그 취미영역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으흐흐흐" 사악한 미소를 날리면서 이런저런 꼬임을 벌일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도 그런 정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두었는데 대뜸 IT 블로그냐는 소리를 들었으니 좀 묘한 기분도 들었더랍니다.

앞서 스캐너나 몇몇 취미 장비에 대한 이야기도 했기 때문에 블로그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사실 간단하지요. 욕망에 빠지면 분간을 못하고 그냥 지르고 보는 타입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면 어느 정도 자제를 할 수 있는, 삽질을 덜하게 되는 선택영역이 넓어진다는 것뿐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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