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인데 영화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사실 이 음악, 영화음악으로 유명해진 것인데 정작 영화 그 자체는 저에게 별 재미를 알려주지는 않았더랍니다.
어느 날 영화음악 모음집 앨범을 구입했는데 이 노래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재미가 없었다는 기억과 함께 이 노래가 주는 정서적 즐거움이 좀 다른 게 느껴지더라고요.
단 이 작품에 관련해서는 저는 2가지가 인상 깊게 남았지요.
정말 작품 자체는 저에게 별 의미가 없었지만 이 주제곡이 참 오랜 시간 마음에 남았다는 것.
작곡가인 미셸 장 르그랑(프랑스어 : Michel Jean Legrand) 이름을 처음 읽을 때 저는 영어 발음으로 마이클이라고 읽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그것이 언어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는 것을 처음 인지하게 해 준 단어이면서 저는 그것을 가지고 말장난으로 써먹을 생각을 했더랍니다.
지금 들어봐도 대단히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는데
프랑스 작곡가이면서 피아니스트였던 미셸은 마일즈 데이비스, 빌 에반스와 함께 Legrand Jazz로 큰 의미를 남겼습니다.
명작인 쉘부르 우산이나 이 작품 42년의 여름, 그리고 삼총사 같은 구성에서 멋진 개성을 드러낸 것도 있어서 나름 1960~1970년대에 유행한 여러 드라마틱한 구성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세련된 의미로서의 작품을 감상한 것보다, 그냥 감상적으로 제 취향에 맞아서 좋아하게 된 것도 있지만 영화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이 음악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어지고 말았지요.
가끔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오는 작품들이 몇 있는데 다른 의미로만 기억되는 작품들이 종종 색다른 의미로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 '미션'도 그러했고 이 작품도 그러했다고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원작에 대한 뒷이야기도 알게 되고 인터넷 덕분에 필요 이상으로 이 작품이 가진 의미라는 것을 새삼 바라보게 됩니다만
결국 사람의 추억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고 남게 되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의미와 함께 다시 들어보는 좋은 음악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