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것 같지만 1999년과 2000년을 경험했습니다.
정말 1999년이 다가올 때까지 그것이 어떤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이 반복되는 가운데 돈과 시간의 효율성만 생각해봤지요.
지금에 와서 생각을 정리해보면, 1999년까지 있었던 20세기 문화 가운데 그 시대 안에서만 탄생한 몇 가지 취미문화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많지요. 영화, 근대음악, 미디어통신을 통한 세계적인 소식망, 대대적인 계몽의식에 의한 사회적 계층 간 갈등구조 확대. 그로 인해서 생기는 소수 영역에 발생한 문화적 관심과 배척.
정말 많이 있습니다.
흔한 영화, 시집, 소설, 악기를 통한 연주, 음악 장르, 스포츠 근대화, 레저산업의 발전, 비주얼 영상미디어, 만화책자, 애니메이션, 전자오락, 컴퓨터, 오디오, IT 관련 기기, 음식문화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 등 이루 말로 못할 정도로 많은 구분들이 20세기 안에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20세기라는 것을 진하게 실감하게 된 것은 1997년부터입니다.
우선은 그 유명한 '홍콩 반환'입니다.
우리들 세기 이전에 있었던 영국령 홍콩 소유권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런저런 뉴스와 함께 90년대에 들어와 급격하게 자유경제시장에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다양한 세계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그나마 한국은 IMF사태 때문에 그런 시대적 변화를 만끽하기 어려웠다는 말도 합니다만 이후 조금씩 세기가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미소 냉전 이야기가 한참이던 시절에 갑자기 소련이 붕괴하고 동서독이 통일되는 극적인 상황을 보기는 했지만 그것이 실감 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극동의 작은 나라 한국을 기점으로 하면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만 기억을 하지, 한국이라는 곳에서 사는 동양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1998년부터 1999년 사이에 일본에 가보면 서점을 비롯하여 20세기를 기념하고자 하는 의미로서 재정리된 서적, 잡지들이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20세기 안에 이루어진 여러 가지 취미문화에 대한 정리를 말하는 것들도 많았지요.
평상시 그냥 흔하게 주변에 있는 것이었던 취미와 취미 관련 문화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찾아보는 책들도 정말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뭐 그런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제 취미 세대 다음다음 세대 정도에 속하는 분들이 여러 가지 흥미로운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묘하게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흔한 이야기지만 통신 모뎀을 통해서 이루어진 문화적 접근을 이해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그리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것을 기반으로 생성된 새로운 시대적 접근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몇몇 취미 후배들이 그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흐름을 타면서 굉장히 유명해지는 것을 봤습니다. 더불어 큰 부자가 된다는 의미로 대단한 이해관계를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고요.
극적인 구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특별하게 나누어질 것 같이 보이지 않았던 취미문화시대가 1999년에 들어서 크게 한 단락, 막을 내린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들 왜 그렇게 20세기와 21세기를 구분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가졌습니다. 그래 봤자 날자 표기만 조금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정작 2000년이 되어도 일이 바쁘고 정신없다는 것은 실감해도, 21세기가 되었기 때문에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십여 년이 흘러보니, 그 시대를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 그리고 그런 시대를 살았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가장 실감하게 해 준 것이 바로 블로그 생태계였다고 하겠습니다.
기존에는 잘 만나지 못했던 다른 세대의 취미인, 지역이 다른 취미 인과 새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때는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이야기들을 다시 듣고, 그런 시대에 각 지역, 영역별로 다른 게 인식하는 취미에 대한 접근을 알게 됩니다. 물론 저는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었기에 그런 세세한 내용들을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서 만나보는 이야기들 속에서 제가 얼마나 단순하게 살아왔던가를 알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현상은 데이터북을 통한 기록자료들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지고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이런 자료 정리에 있어서 큰 공헌을 한 이들은 대부분 그 분야에 있어서 취미심으로 수집을 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자료가 공적인 가치를 가지는가 아닌가 하는 부분은 따로 시간을 두고 바라본다고 해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추억 공유'라는 부분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저같이 단편적이고 지역 한정에 속하는 몇 가지 추억만 가진 이들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면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확실한 자료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어려운 일이라고 하겠지요.
문화적 취미 속성에 대한 이해관계를 보면 대부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그것이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생각하고 만들어가게 되는 문화적 접근을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흔적이 있는 것을 바탕으로 그 시대를 돌아보는 것인데 공룡 화석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가설이나 상상만으로 정리하던 것을 실증된 자료, 남겨진 것을 통해서 증명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부분들은 대부분 굉장히 많은 것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그래서 행사장에 가게 되면 여전히 카탈로그, 미술관 박물관에 가면 레조네를 꼭꼭 챙겨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