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보 May 15. 2016

어느새 일 년

2004년 10월에 시작해서 2005년 10월을 맞이할 때였습니다.

우선 올려둘 만한 것들은 후딱 올려두었고, 이후에는 조금씩 다듬으면서 어투를 고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단어를 바꾸고, 작은 이미지를 큰 것으로 대체하는 등, 이런저런 손을 보면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취미인들과 교류하는 재미도 있었지요.

대부분 20~30년 정도 취미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취미에 대한 해석 방향도 다양성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다 보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작품 이해 같은 것을 새롭게 얻을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저런 포스트를 쓰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 처음 방문한 분들이 대부분 이럽니다.

 '무슨 놈의 포스트가 이렇게 길어~'

처음 빠르게 포스트 업데이트를 할 때는 대충 후다다닥 써 올리는 분위기가 있었고 (요즘 입맛에 맞는) 나름 간편하게 읽기도 쉬운 포스트들이었는데 일차적으로 준비한 것들을 소모하고 나니 제 포스트가 쓸데없이 길고 무거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이때를 전후로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셨던 분들이 거리를 두게 되고, 조금 진지하게 보시는 분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입장에서는 지금 분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설명해가면서 쓰는 포스트이다 보니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가끔 며칠 쉬다가 와보면 쪽지, 메모 칸에 빽빽하게 쌓여있는 질문들을 보면서 그것을 답하는 것도 일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2005년 10월을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포스트 2개가 큰 개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005년도에 새롭게 발견된 오따쿠의 정의(正意)]라고 하는 것입니다.

일본 사회연구소에서 약 1년간 연구하고 통계를 산출해서 내놓은 분석 통계자료를 포스트 한 것인데 현대 사회에서 바라보게 되는 오따쿠 경제학에 대한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여전히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그 외 나라에서 오따쿠 : OTAKU : オタク라는 명칭은 '경멸의 표시'입니다.

다만 그 사회적 역할보다 경제적 요구조건이 다양성을 갖추게 되고 그것을 지향하는 산업구조가 확산되면서(이 시대에 가장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역시 캐릭터 피겨 산업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화적 접근보다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중시한 구조라고 해도 이전까지는 대충 감각적으로 산출되어오던 것과 달리, 노무라 종합연구소는 꾸준히 조사를 해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서 공인을 받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주요 통계 구조에 따라 12 분류를 두고(물론 더 세분화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본 내 오따쿠 인구를 약 172만 명, 시장규모를 4110억 엔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는 것도 큰 의미겠지만 학문적인 가치로서 5종의 오타쿠 유형을 발표한 것은 더욱 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 2005년 기준

이후 국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오따쿠 산업'(영문표기를 기준으로 오타쿠라고 씀)은 여러 나라 통계자료에 도입되면서 그 가치에 대한 기준을 세분화시켰지만 여전히 이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자료 발표는 큰 기준으로서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형태를 빌어 일반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능한 '5 형태의 오따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결혼해서 가정을 가진 '가면 오따쿠' (모든 오따쿠 중에서 25%를 차지)

  2. 주위에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추구하는 '레거시 오따쿠' (23% 차지)

  3.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멀티 오따쿠' (22% 차지)

  4. 사교를 통해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는 '과시파 오따쿠' (18% 차지)

  5. 동인 여성 계열 오따쿠 (12%)


이 결과에 대해 별다른 이견은 없다고 하겠지만 5번째 항목에 속한 여성형 오따쿠에 대해서 단순하게 '동인'이라는 표현을 써서 만들어 낸 분석력 부분에는 좀 모자란 표현이 아닐까 했는데 이후 후죠시(腐女子) 문화라던가, 여성 특유의 문화 경제성장에 따른 변화는 꾸준히 추가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그런 부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결국 여성의 사회진출, 소비문화 응집력 등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감상을 하게 됩니다.

이중에서도 설문조사에 따라 구분된 오따쿠 층의 공통된 행동특성 분류도 재미있는데 사회, 통계,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구분된 6가지 기준치는 지금까지도 오따쿠 분석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합니다.


 1) 남에게 좋다는 것을 이해받기 원하는 "공감 욕구(共感欲求)"

 

 2) 무엇이든 모으고 싶다고 생각하는 "수집 욕구(収集欲求)"


 3) 자신의 의견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현시 욕구(顕示欲求)"


 4)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다는 "자율 욕구(自律欲求)"


 5)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거나 개조하고 싶은 "창작욕구(創作欲求)"


 6)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나누면 충분해 라고 생각하는 "귀속 욕구(帰属欲求)"

 

    라는 대표성이 있는 6개의 욕구를 표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6번의 귀속 욕구는 커뮤니티 안에서 한 번 안주하면 그곳의 행동양식을 따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도 대표적으로 DC, 루리웹, 일베, 오유 등으로 지칭되는 대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활동들을 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근래에 와서는 IT 관련 사이트나 대형 커뮤니티들을 동반한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사이트 모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런 구분은 일본의 경우, 사실적인 개연성보다 거대 커뮤니티를 형성되어버린 '2 채널'과 '니코동'에 소속되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들에 의한 지배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여타 조건들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어벙 벙한 취미 이야기나 쓰고 있는 제 블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것 덕분에 이후 여러 가지 장르에서 연락이 오거나 쪽지, 메일이 오게 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전에 말한 대로 네이버 블로그 시스템을 통한 블로그들의 사회적인 인지도가 조금씩 향상되면서 조건 별 구성과 대우가 달라지는 현상도 보입니다. 물론 저는 별 상관이 없는 만화 애니 블로그였지만 은근슬쩍 그런 의미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했던 사회성향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블로그를 하고 있다 라고 말하면 '참 쓸데없이 시간이 많은 놈일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이후에는 '조금 전문성을 가진 신종 사회 직업군'으로 이해되는 과정을 밟았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에 근 1주년을 맞이하고 햇수로서는 2년을 경험한 이 블로그에서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진 포스트를 하게 됩니다.

유행을 한 '블로그 통계'입니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에는 통계 기능이 없었는데 한 블로거 개인이 만들어 배포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새로운 재미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블로그 이웃을 통해서 알게 된 것으로 이후 많은 분들이 애용하셨던 프로그램입니다. 단 이 버전은 2007년 네이버 블로그 시즌 2가 되면서 새롭게 업데이트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눈이 오면' 님이 만들어 배포한 통계프로그램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었다고 말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 통계가 못 미덥다는 말이 많았던 시절도 이어졌지요.



이것을 통해서 제 블로그 안에서 어떤 형태로 포스트가 구성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숫치로 말이지요. 


그때 기록을 여기에 남기자면,

통계 기간 : 2004-10-01 ~ 2005-10-06

포스트 : 3,926개 , 덧글 : 2,608개 (포스트당 평균 0.7개)

덧글 작성자 : 343명 (일인당 평균 7.6개)

   카테고리별 통계            (포스트/덧글)

취미생활/ 일일낙서         169/207    (7.9%)

재미있는 Animation       432/583  (22.4%)

재미있는 Comic          1,250/714  (27.4%)

먹고 마신 Food                46/54      (2.1%)

즐겁게 논 Game             375/189    (7.2%)

제멋대로 Hardware          33/46      (1.8%)

듣기 좋은 Music             360/312  (12.0%)

가지고 논 Toys               555/235    (9.0%)

보고 즐긴 Video             700/303  (11.6%)

단순 Linksite                     7/1        (0.0%)

이렇게 나옵니다.

이때만 해도 카테고리별 통계 같은 것은 꿈도 못 꿀 정도였지만 그 공개 프로그램 하나로 인해서 여러 가지 재미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여러 번 그 통계를 이용해서 포스트 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애니메이션과 만화 포스트가 전체의 49.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단순 링크 사이트 카테고리는 지금처럼 블로그 이웃을 지정할 수 있는 커넥터 시스템이 없었던 때라서 네이버 블로그 내에 있던 이웃들을 찾아가기 쉽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둔 카테고리였습니다. 나중에 그런 기능들이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졌습니다.

당시 제가 찾아가는 네이버 블로그 이웃은 7명뿐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활동 중이신 블로그 이웃은 현재 뢰종 님과 태사다 님 두 분뿐입니다.

조금 슬프지요.

이후 조금씩 이웃이 늘어서 네이버 내에서 이웃으로 찾아뵙는 이웃이 2013년을 기준으로 85분까지 늘어났지만 당시 블로거 분들 중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은 약 30분 정도로 압축된다고 하겠습니다. 네이버 외 블로그 시스템 이웃도 커넥트 안에 들어가 있는데 이들까지 합치면 약 70여 블로그 정도 됩니다. 저는 의외로 알고 지내는 인맥 축이 좁습니다. 실상, 오프라인 쪽으로 만나 뵙는 분들이 더 많고, 그분들은 대다수 블로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돌아보면 2005년에는 제가 찾아뵙는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 7분. 그중 지금까지 활동하시는 분은 2분.

2013년은 찾아뵙는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 85분. 그러나 꾸준히 활동을 하시는 분은 약 30분 정도입니다.

이런저런 의미로 돌아보아도 참 묘하게 아쉬우면서도 변화가 많은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블로그라는 세상에서 겨우 10년 정도 지난 것뿐인데 말입니다.




2016년 5월을 기준으로 다시 돌아보니 지금까지 여전히 활동하시는 분은 16분 정도네요.

물론 네이버 블로그를 기준으로 했을 때입니다. 그 외 블로그 시스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나 프로, 전문 블로거들을 포함하면 꾸준히 이어가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취미적인 접근만을 가지고 보기란 좀 어렵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이버 블로그의 아쉬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