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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23. 2016

다양한 것을 만나가다

사실 취미라는 것이 한가지 방향성만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취미 이야기나 쓰고 있는 블로그에서 조금 다양한 부분을 써둔 덕분에 이후 다양한 연락이 오거나 쪽지, 메일이 오게 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전에 말한 대로 네이버 블로그 시스템을 통한 블로그들의 사회적인 인지도가 조금씩 향상되면서 조금씩 대우가 달라지는 현상도 보입니다.

물론 저는 상관이 없는 만화 애니 블로그였지만 은근슬쩍 그런 의미를 가지고서 대두되는 사회성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블로그를 하고 있다 라고 말하면 '참 시간도 많은 놈일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이후에는 '조금 전문성을 가진 신종 사회 직업군'으로 이해되는 과정을 밟았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일 년여 블로그를 굴린 후에 제가 보고 즐긴 '2005년도 애니메이션 베스트 예선전' 같은 포스트를 쓰고 있었습니다.

1970년부터 2004년까지 취미 항목으로 베스트를 선보였던 것 때문에 이후에 제 기준 대비로 좋은 작품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나름 그런 것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후 조금씩 자료로 볼 수 있는 포스트들을 몰아 쓰게 됩니다만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은 '베스트'라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라면 모르지만 잘 모르던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사악한 이쪽 취미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할 때, 좋은 단어 선택이라고 하겠습니다.

타이틀만 보고 말하면 베스트 10이라 할 수는 없고 그냥 그때 그때 보면서 감정상 마음에 드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셨습니다.

다만, 폐단이라고 한다면 지금도 그런 면들이 여전히 살아있지만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 포스트를 하면 '불법다운' 또는 '불법 스캔'과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리뷰, 소개글만 있고 다운로드 링크나 파일이 없나요? 하는 질문이나 관심은 당연하게 이어집니다.

저는 당시 일본에 있는 친구들에게 직접 방송 녹화된 자료를 받아서 보는 상황이었지만(FTP경유), 자막 만드시는 분 아니냐? 왜 자막이 없냐? 자막도 없이 어떻게 애니를 보냐? 너 혼자 보냐 같이 보자, 파일 공유해라 등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왔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P2P를 비롯한 공유 파일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저에게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참 묘한 감상을 말하게도 됩니다. 대부분 이 시대 (2005년 기준) 분들에게 있어서 이미 1999년 작품이라도 '고전'으로 보는 상황이었는데 1980년도 애니메이션을 봤다는 글을 써놓으니 엄청나게 큰 불법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스캔만화 + 번역을 공유하거나 올리는 것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분들은 많이 있습니다만 여전히 그런 시선과 이해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겠지요. 그러면서 아쉬웠던 것은 한국만화시장의 어두운 면, 한국 내 만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그림자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때는 어쩔 수 없었고, 무조건 돈을 주고 사봐야 얻을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었지만 이제는 불법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 못해 정당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 것은 여전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후 여러 가지 부분을 접하게 되지만 여전히 교육과 현실과 이상이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본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게 됩니다.



그런 점들을 볼 때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는 포스트도 있었습니다.

한 작품이나 세계관, 또는 이해관계에 따른 재미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포스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방문자님이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 '메모'란에 남겨주신 질문에 답하려고 하니 글자 제한(1000자)을 넘기는 꼴이 돼서 그냥 포스트로 전환시킨 것입니다.

'블랙C님의 <A.I.>에 대한 소박한 질문에 대하여…' 라는 포스트인데 화제의 영화와 그 원작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해석에 따른 감상 기준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개성있는 취미문화에 있어서 큰 맥(脈)을 가지고 있는 SF에 대한 감상이라는 것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취미 문화 중 하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슈퍼 로봇, 거대 로봇 문화도 역시 그런 장르적 기반에서 시작을 하고 있고요.

때문에 어떤 형태로라도 이런저런 취미영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 모습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오사카 도톤보리의 노을도 예쁘게 담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005년 11월은 기록적으로 적은 포스트를 남긴 때였습니다. 겨우 57 포스트입니다.

에게? 드디어 밑천이 떨어졌구나~라고 할 정도로 과거 포스트 숫자와 확연하게 다른 업데이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밖으로 나가 노느라고 바빴거든요.

어느 정도 마련해둔 것들도 대부분 올려두었고 이후부터는 조금씩 새롭게 정리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방구석에 앉아서 그런 것을 하는 것보다 나가노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에 소홀했습니다.

실상, 이때만 해도 저는 여전히 블로그 자체를 별로 크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취미 정리 차원에서 제 감상 DB를 올려놓는 것이라고 생각을 할 뿐이었지 블로그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 같은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선 준비해둔 텍스트를 소진시키면서 일단락된 부분도 있겠다 에헤헤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백업 블로그들로 포스트를 이송시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물론 이미지들은 여전히 조금만 쓸 때였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을 잡아먹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시스템 구성상 '이글루스'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네이버에서 이전을 한다면 이쪽 이 간편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야후에서 지정한 블로그 시스템은 의외로 불편해서 잘 건드리기 어려웠고, 그 외 서브로 돌려 보고 있던 곳도 서비스 측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블로그 문화가 조금 사회에서 대두되면서 주목을 받는 만큼 서비스 구성요소가 확장된 다른 것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여전히 저 자신은 멍멍했습니다. 파란과 다음 쪽은 어떻게 보면 선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지만 여전히 운영은 무거운 편이었고 전체적으로 네이버가 가진 안정성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 네이버도 시간대에 따라서 엄청 버벅거렸지만요.

저는 그 시간대를 피해서 업데이트하는 버릇도 생겨서 일반적인 시간대가 아닌, 인기를 끌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닌 제 멋대로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말 그대로 '기분에 따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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