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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22. 2016

손목시계라는 것

작지만 지금을 알려주는 소중한 것.

사실 손목시계라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한참 카시오 전지시계와 세이코 쿼츠시계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굉장히 신기한, 게다가 태양열 전지판이 달려있어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말에 홀렸지요.

저는 사실 귀가 얇은 편입니다.

누가 좋다고 하면 그게 좋은 것으로 알고 지내지요.

오죽하면 외삼촌이 사우디에서 고생해 사 오신 고급 오디오를 구멍수가 더 많은(스피커 구멍이 더 많으면 좋은 것인 줄 알았으니까요) 최신 컴포넌트 오디오로 바꾸어 놓고는 그게 잘한 짓이라고 우겼으니 말입니다.


쓸데없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손목시계도 역시 취미영역 중 하나입니다.

오래된 기계식 하나를 가지고 있었고 이후 취향적으로는 주얼리 제품보다 기계식이 보여주는 부드러운 초침 움직임(스윕 세컨드 : Sweep Second)을 좋아하다 보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패션이라기보다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심정으로 관심을 둔 아이템들인데 이런저런 애들을 보고 다니는 것을 즐기다 보니 역시 취향적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덕분에 쓸모없는 취미는 거의 다 건드리는 바보 성향이 강하게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쪽은 대화를 나눌 상대나 이해를 공감할 수 있는 상대가 없으면 그냥 혼자만 만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취미로 선호하는 영역이라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화제를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서 손목시계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금 생소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파텍 뮤지엄은 정말 시간이 없어서 30여분 정도만 둘러본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돌아다니면서 손목시계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결국 저는 안에 들어가 있는 작은 태엽(특히 보이는 구성으로 유명한 밸런스 휠이나 트루 뷔용 구조물)들이 움직이는 것과 초침이 달린 손목시계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지요. 이후에 알게 된 것은 이런저런 디자인 시계들이었는데 한때는 '문페이즈 : Moon Phase'제품에 열광하기도 했습니다.

기본 기능성과는 상관없이 시간만 알 수 있고, 초침이 부드러우면서 문페이즈가 있는 제품이라면 만족하기 때문에 선택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조금 알아가면서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유럽에 몇 번 다녀오면서 시간이 나면 서점과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시계 점포를 들려보는 것은 일상적인 패턴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네바에 가면 꼭 들러보게 되는 곳이지만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요.

유명한 바젤은 2번 가봤지만 제대로 본 것은 한번, 다른 한 번은 출장에 억지로 끼어들어서 갔기 때문에 정말 2시간 정도만 둘러보고 와서 아쉬웠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유럽은 나름 돈이 들어가는 출장이다 보니 자신이 돈을 더 들여서 일정에 끼워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시간이 참 그래서 힘들었지요.

비 오는 날의 제네바도 운치 있었지만 자전거 타고 가려다가 뺑뺑이 돌고, 트램도 잘못 타서 두 번 돌았던 기억은 나름 고생담이기도 합니다.


기본형에 충실한 손목시계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냥 귀엽고 가볍고 쓰기 편한, 그런 애라고 하겠지만 여전히 기계식은 나름 매력적인 세계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무브먼트까지 다 외우고 다닐 정도로 열성적인 팬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만 따지고 보는 단순함이지만 남자의 멋 부림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탁상시계인 주제에 문페이즈까지 달고 나와서 좋았지만 초침이 없거나 크로노타입같은 과도한 제품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되고 몇 개 손에 들고 왔지만 결국 주변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취미라는 점 때문에 동년배와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다들 이야기하는 손목시계 이야기는 기본 금장, 빤짝거리는 롤렉스 같은 제품이 고급 제품으로 선호되는 환경 안에서 혼자 이상한 (비싸보이지도 않는) 기계식에 집착하는 것이 좀 그렇기도 했지요.

이후 여러 가지 시대의 제품들을 바라보면서 몇 개 구입해서 가지고 놀았고,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시계를 보는 시대에도 저는 손목시계를 가지고 다닙니다.

가끔 우에노와 홍콩 주변에서 귀여운 회중시계도 구입해서 에헤헤 했지만 사용하는 빈도가 적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기계식이라고 해서 수천, 수억 가는 시계를 장만한 것은 아닙니다.

산업발전으로 인해서 수십만 원대에서도 충분히 좋은 애들이 나왔고 유럽 한정이기는 했지만 스왓치에서 처음 나왔던 기계식도 구입했을 때 가격이 17만 원 정도였습니다. (유로화 약세이기도 했지만요)


이 모델입니다. 지금은 단종되었습니다. 유로 한정판은 밴드가 가죽이었습니다.

시계라는 것은 만들어진 그때부터 지금 현재까지 꾸준히 세상의 지침이 되는 것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또 수많은 시대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고요.


물론 편리하다는 스마트워치가 세상에 나와서 화제를 끌었지만 저에게는 역시 이 작으면서도 그 안에서 복잡하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기계식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손목시계 기능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닛 리피터 기능은 한번 가져보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기능이 들어간 시계는 말 그대로 무지막지하게 비싸지기 때문에 구경만 하지요.

근래에는 단순한 띵~이나 땡~ 소리가 아니라 멜로디 같은 형태로도 구성되는 것을 보면서 취미로운 세상이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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