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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25. 2016

그만두게 되는 어떤 계기

정말 사소한(?) 일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을 겪게 되면 대부분..

이런저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것은 은근히 지지영역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에 어떤 기업 신입과 부장님이 장난감 때문에 티격대는 것을 봤고, 상당히 위계질서를 따지는 대학 의사들 사이에서 레지던트가 선배에게 장난감으로 으스댈 수 있었던 것을 봤습니다.


제 마지막 초합금, 우주의 왕자 세트입니다.

정말 꼭 그런 경우는 아니라고 해도 은근히 아이들의 마음으로 무장한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영역에 '초합금 혼'이라고 하는 튼튼한 로봇 장난감들이 있었지요. 당연히 저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몇 개 모아서 가지고 놀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저런 장난감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이쪽 글을 볼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유는 제가 집을 자주 비우는 사이에 부모님들이 이런 '애들 장난감(?)'을 친척 꼬맹이들에게 다 줘버리신 것입니다.

덩달아 가샤폰 세트들도 몇 개(정확한 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반출되었지요.

어르신들의 논리에 의하면

다 큰 녀석이 무슨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냐!

하는 것이지만 저도 방구석에 처박아 놓기만 하고 있어서 이것들이 없어진 것을 한참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이런저런 세트가 다 모이게 되면 그때 몰아서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데 미처 그런 야망을 불태우기도 전에 대부분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이것들이 사실 장난감 자체를 재구입하는 것은 별 것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구입해서 들고 올 때 문제가 많습니다.

바로 박스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많이 들고 오지 못합니다. 하나하나씩 구입할 때는 별일이 아니었지만 다시 전부 새롭게 구입해서 들고 오려면 참 그렇고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아직 국내 쇼핑몰이나 일본 사이트가 해외배송을 하지 않던 품목이기도 해서 손으로 들고 올 수밖에 없는 애들인데 말이지요.

그리하여 제 취미 DB에서 이 초합금 혼 이야기들은 전부 소멸되고 맙니다. 훌쩍.

지금에 와서 보면 다 추억이지요. 지금까지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애들을 보면 이런 계기로 구입하는 것을 끊기 잘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합니다.


실제 가끔 몇몇 시리즈 아이템들을 보면 지금까지 착실히 모아서 가지고 놀았더라면 자동차 몇 대 가격은 훌쩍 넘어갔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실제 주변에 있는 몇 취미인들의 모습을 보면 자동차 할부금이 남아있지만 신규 아이템이 나왔다는 소리에 바로 주문을 하는 것을 보게 되니까요.


특히 이 장난감이라는 영역에서는 세대별 인식 차이가 심해서 부모와 자식 간에 있어서 가장 많은 오해의 과정을 봅니다. 그리고 인식의 차이를 서로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 친구는 일 때문에 관심을 두다가 그만 빠져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이 왜 그것에 그렇게 애정을 쏟았는지를 알게 되지요.



의외로운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알 수 있는 감정교류라는 것은 제법 재미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직장,  직업군에서 벌어지는 과정도 있지만 인터넷과 동아리 모임을 통해서 연결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저 자신은 수집이라는 영역과 거리가 멀지만 주변에는 제법 그 수집행위 자체에 많은 행복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잡다하다고 하면 잡다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역시 그것을 모아본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은근히 그쪽을 파고들면 정말 많은 것을,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 가치관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과거 TRPG를 비롯한 테이블 카드 게임들이 성행했을 때 사용되는 다양한 다이스, 주사위에 대한 열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몇 개 만져보니 괜찮은 것이 있어서 덩달아 구입하기도 했지요.

블루마블 게임 판보다 훨씬 비싼 주사위를 구입해서 굴려보기도 하고요.

저야 한두 개 예쁜 것을 가지고는 끝났지만 그쪽에 열정을 바친 친구는 장난 아니게 많은 주사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죽고 못 산다는 연인(현재는 와이프님)이 그것 치우라는 소리에 부모님 아파트 창고에 넣어 보관을 했고, 이후 부모님들도 잘 모르시고 그것을 치워버렸습니다. 약 24년 정도, 돈이 제법 많이 들어간 컬렉션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친구가 낙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시력이 나빠서 안경, 선글라스를 필요 이상으로 좀 많이 알아보고 구입을 했더랍니다.

특히 예쁜 것들은 의미 없이 구입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너무 튀는 것도 몇 개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7 디옵터가 넘는 시력을 위해서 사용되는 렌즈 가격이 훨씬 비싸게 먹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접근 감각이 어느 정도 마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쪽 렌즈는 수십만 원대에서 수백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니까요.

그 때문에 절판된 카레라 테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알게 된 사람이 와서 팔라는 것입니다.

술 좀 마시고 바로 넘겼는데 그 친구가 그것을 들고 가던 중 떨어트렸고 그 위에 자동차가 지나가는 바람에.....

인생무상을 느꼈다고 하겠습니다.

그 친구도 이후로는 안경테를 모으는 것을 자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딱지를 모으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구슬치기용 구슬도 아트급에 가까운 것들이 유리공예품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고는 유럽과 브라질까지 가서 구입했던 친구였습니다. 덩달아 부수적으로 딱지를 모았지요.

그런데, 아들놈이 인터넷에서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팔아버렸답니다.

"아버지는 그냥 사서 쌓아두고 먼지만 먹히고 있는데 내가 더 필요한 곳에 더 좋은 가격으로 팔았으니 다 좋은 결과이다"라는 말을 아들이 하는 것을 들으면서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분들은 잘 모르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유리공예품 중 예쁘고 작은 동물 아이템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대의 영향을 받아서 차근차근 모으기 시작했는데 따님께서 화가 난다고 장식장을 밀쳐버려서 와장창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만두게 되었더랍니다.


모 영화 소품들을 모아가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장군의 아들'시리즈에서 사용된 클래퍼 보드까지 가지고 있어서 은근 자랑하고 했었는데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분이 다 버리는 사태가... 그리고 마음을 접고 해외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영화 소품을 다시 모아볼 환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 도자기도 은근히 모아보시는 분들에게는 영역이 넓지요.

그런데 모으는 자기와 사용하는 자기라는 것도 참 많은 말이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그냥 예쁘니까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이후에는 왜 사용도 안 하는 것을 자꾸만 사들이는가와 사용하면 되는가 안 되는 가에 따라서 논쟁이 벌어져서 결국 다 퇴출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이쪽 취미는 그냥 끝.


오디오, 카메라 장비라는 것은 참 괜찮은 품격을 느끼게 해주는 것처럼 느끼지만 정작 그것이 가진 영역 이상을 꿈꾸다 보면 많은 분쟁을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수입이 적을 때는 꿈만 꾸다가 그런 것을 장만할 수 있는 때가 되면 갈등을 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 손에 넣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실상 IT 제품군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니 그 부분에 잘못 발을 들이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지배되는 삶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소비되는 금액과 정성 때문에 가정불화가 일어나고 심한 경우 가정 파탄이나 이혼까지 벌어지는 것을 봅니다. 취미 때문에 그렇게까지 되는 경우라는 것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성격차이'로 결론이 납니다.


실제 친구 선배는 부부가 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지만 장르가 틀리다 보니 그것 때문에 오디오에서 플레이하는 음악에 대한 견해 때문에 싸워서 별거를 하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술관도 그래요. 좋아하는 장르, 작가가 다르다 보니 미술감상 취미 여행을 갔다가 그 현장에서 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들 성격차이라는 형태로 포괄적인 결과론을 말하지만 그 사소한 차이에 대한 접근이라는 것이 다 어떤 영역에 머물러 있을지, 떠날지를 결정하게 만든다고 하겠습니다.


11년을 짝사랑해서 고백하고 연애를 시작했는데 정작 3주를 못 사귀고 헤어지는 경우라는 것도 보게 됩니다.

바라보고만 있을 때는 몰랐지만 정작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해보니까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쩌면 그것에 들어가 있는 것보다 그것을 그냥 지켜만 보는 취미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만두게 되는 경우이지만 그것을 그만두고 바라만 보는 취미영역이라는 것이지요.

그냥 바라만 보면서 만족하게 된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완성된 취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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