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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nbo De Salon

사소한 것이 재미있는 여행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둘러보면 다 재미있습니다.

by 만보
00-2.jpg 도쿄에서 오사카로 토메이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면서 마신 자판기 커피들.

정말 우연치 않은 계기였지만 어떤 곳을 이동하면서 먹었던 자판기 캔커피들을 모아서 찍어두었더랍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블로그에 포스트를 했는데 아주 많은 분들이 와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금 식으로 분석을 해본다면 해외여행, 장시간 이동,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이는 작지만 재미난 것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정말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자주 돌아다니면 감각이 마비되어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듣지만요. 저는 아무래도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경험한 곳이 일본입니다.

만화책이나 장난감, 음반, 게임 같은 것을 구입하기 위해서도 많이 다녔고 생활 자체를 경험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 영역이 넓어지게 된 이유도 그곳에서 만난 다른 나라 취미인들 때문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중국(대만과 대륙을 포함해서), 브라질 친구들을 알게 된 것도 다 그런 연유입니다. 덕분에 좀 이상하지만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서 일본어를 중심으로 대화를 하거나 채팅을 합니다.

물론 영어가 중심이 되지만 상당히 많은 단어, 선택적인 부분에서 일본어가 사용됩니다.


독자성이 있고 고유 성격이 강한 문화적 이해관계에 있어서 확실히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은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많이 순화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국과 일본에서 유행하면 얼마 있지 않아서 한국으로 그 문화, 상품, 아이템이 들어와 유행의 가치를 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취미 네트워크가 월드와이드 하게 되었는데 누군가 해외 저편에서 일어난 문화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조금 지나서 한국에 그것이 들어온 것을 보면 묘한 데자뷔를 느끼게 됩니다.

한두 번이 아니지요.

일본의 90년대는 한국의 2000년대와 비견되고, 한국의 2000년대는 중국의 2010년대와 비견하게 됩니다.


사업수단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변화를 잘 활용해서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매력으로 만든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이 없었습니다. 그냥 즐기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단순형이다 보니 미처 거기까지는 보지 못했다고 하겠지요.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아이템이나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형태였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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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상당히 거리감이 생기는 업무용 장비에 대한 접근도 취미 때문이었지만 그런 것을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로 할 수 있었습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을 한 경우인데 조금 생각을 잘해서 업으로 삼았더라면 또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실제 일이라고 하는 모든 것에는 사람과 사람 간에 생기는 긴장감이 있기 마련이고 그 점을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그냥 알고 지내던 사이가 일 관계로 엮이게 되면 은근히 고달픈 경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짧은 사회경력이지만 정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약 5종의 직업군에서 16번이나 장르를 바꾸어 일을 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중 몇 개는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취미 때문에 한 것이다 보니 더욱 묘한 스타일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여행이라는 것도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가장 파벌이나 기존 개념이 없었던 영역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신규 분야이다 보니 해외여행에 대한 이해관계나 접근이 달랐습니다. 게다가 아시아권에서 먼저 시작한 일본의 사업장이나 시스템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조금 알고만 있어도 바로 활용되는 부분이 강했지요.


덕분에 쓸데없는 지식이나 당장은 필요 없더라도 나중에 유용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취미영역과 다르게 어르신들에게도 사랑을 받았습니다. 취미 친구 들 중에서 연령대가 상당히 다른 분들도 계시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보통 123456789라는 수치로 보면 1은 옆에 있는 2를 알고 2는 그 좌우에 있는 1과 3을 알게 됩니다.

1이 바로 6이나 7, 또는 8 같은 것과 알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요.

저는 한 4 정도에 있었고 123과 567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이해 영역을 가지고 있었기에 알게 모르게 사회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입인 주제에 이사, 본부장과 농담 따먹을 수 있었던 점은 어느 정도 뻔뻔한 것도 있었지만요.


덕분에 한국사람이지만 한국사람 같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대신 한국 내 문화상황에서는 조금 둔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해외를 자주 돌아다니고 IMF 때는 말 그대로 일만 하다 보니 취미적인 접근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좁았습니다. 모자란 부분은 통신과 인터넷을 채워간다고 해도 역시 한정적이었지요.


그렇게 보면 아날로그 하면서도 세계를 알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은 역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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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생각해보면 어디를 가도, 어디를 헤매도 정보지나 그때를 기준으로 볼 수 있는 책자들은 꼭꼭 구입을 했습니다. 일본은 말 그대로 주간 잡지 천국이다 보니 인기 만화잡지는 꼭 구입했었더랍니다.

이후에 관심이 가는 스포츠 문화, 예술, 여행 관련 책자들은 꼭 둘러보고요.

그러다 보니 같이 간 분들이 물어봅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냐고 말입니다.

사실 찾아보면 다 나와요. 아직은 인터넷 검색효율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을 때이고, 그런 자잘한 것들을 어떻게 알아보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아둔 작은 지식이라도 써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만 만물박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합니다.

저는 정말 제가 궁금한 부분만 알아두니까요.


그래도 취미라는 부분을 가지고 생각하고 이해하게 되는 단세포 사고론이 먹힐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재미있지요.

다만 너무 나가면 이상한 눈초리를 받습니다.

시부야 (너덜너덜한 디자인) 패션이 한참 유행할 때 그런 차림으로 서울을 돌아다니니까 없어 보인다, 불쌍해 보인다. 정신 나간 놈으로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 더운 날 출근할 때 그런 차림으로 갔더니 이런저런 소문까지 돌았다고 하지요.

아직까지도 넥타이가 중요한 아이덴티로 작용하는 시대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넥타이 이왕 하는 것, 아주 화려한, 내 맘에 드는 것으로 하자는 생각으로 좀 튀는 것만 하고 다녔더랍니다. 저 자신은 몰랐지만 이상한 녀석이 하나 돌아다닌다는 소리를 들을만했다고 생각합니다.



취미인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문화에 영향을 받다 보면 자신의 스타일이라는 것 자체가 혼동스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 그때를 돌아보면 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순수한 나만의 개성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너무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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