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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Jan 19. 2017

수상하지만 은근한 취미

물론 비사회적인 취미라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한다는 것은 제법 인내심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거대해진 네이버 사이트 내 반응이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블로그 영역은 특히 그런 대응이 늦었습니다.

덕분에 몇 가지 자체적 대응방안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대략 오후 5시 전후부터 밤 1~2시 사이까지는 블로그들이 느려집니다.

아주 심하게 느려질 때는 정말 쓰고 있던 포스트가 올라가지 않을 정도여서 아예 이런 시간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은근히 인기를 끌기 위한 블로거의 공략에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시간대에 포스트를 하라는 철칙 같은 기준이 생기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유입 검색을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은 그 버벅거리는 시간대를 노려서 포스트를 하지만 저는 정말 한가한 때를 노려서 포스트를 하게 되는 이상한 정책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의미로 본다면 수상하지요.

대부분 검색 유입 순위를 보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만화책 타이틀을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쪽 포스트가 많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돌아보면 굉장히 수상한 블로그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되더군요.

예, 장난감에 먹거리에 사진에 여행, 가끔 이상한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어서 굉장히 수상해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일반적인 감상을 가지고 본다면 쓸데없이 시간이 많아서 여유롭고 놀고먹는 취미인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결코 자랑하겠다고 쓴 것은 아니지만 한정판으로 나온 노다메 칸타빌레 책자를 구입했다는 포스트 덕분에, 국내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건담 가샤폰을 구입했다는 포스트 때문에 제가 굉장히 오덕스러운 인간으로 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보문고 외국서적 부서는 한 달에 두세 번씩 들리는 곳이다 보니 눈에 들어와서 구입한 책자일 뿐이고, 가샤폰은 일본에 갔을 때 그냥 돌려서 뽑은 것을 올려둔 것이지만 그것이 어느새 세상에서는 오덕, 오따쿠의 상징성으로 비추어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키덜트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더해질 수 있었겠지만 오랜 시간 그런 것을 해왔다는 포스트가 있는 블로그라는 것은 확실히 수상하게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저 자신도 가끔 기억나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취미 DB'를 만들기 위해 정리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 10년 미만으로 취미를 하신 분들이 보면 조금 있어 보이는 수치가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성 취미인, 취미가들에게 있어서 과도기적인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에 가까운 제가 취미인의 탈을 쓰고 있는 것도 조금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언제나 새로운 세대 취미인들이 등장할 때마다 알 수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통신 동아리, 홈 페이지, 카페 동아리, 포털 블로그 등을 통해서 10대 20대에 속한 분들과 만나보면서 다시 알게 된 된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나마 취미를 유지해오면서

52시간 동안 연달아 애니메이션을 이어서 본 경험이나,

28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만화책을 본 기록,

연극제에 가서 11시간 동안 연속으로 연극을 감상한 일,

취미 동인지 만화 일보(漫畵日報)를 만들어 보겠다고 생 쇼를 하다가 돈만 깨지고 아무런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지만 약 600페이지에 달하는 당시 한국 동인 자료를 수집하게 된 것,

조립식 라디오 만들던 친구들이 모여서 건담 디오라마 만들겠다고 프라모델 27개+ 9개의 베이스를 한꺼번에 조립한 경험….

등은 아직도 자랑할만한(?) 기록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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